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많은 사이버오로 회원들의 수읽기는 이에 대해 양자충(兩自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이버오로에서는 지난 3월 8일부터 14일까지 '대통령 탄핵을 바둑용어로 풀이'하는 설문을 벌였다. 7개의 바둑용어 항목이 있었지만 회원들의 가장 큰 호응은 '치중해 온 돌을 어느 쪽으로도 잡으려 해도 자충 상태가 된다'는 뜻의 사활(死活)용어인 양자충으로 판결났던 것. 양자충은 전체 응답자 2492명 중 835명이 택해 총 33.51%를 차지했다(설문은 사이버오로에 등록된 회원만이 답할 수 있다).
양자충 다음의 2위 항목으로는 악수를 뜻하는 떡수가 26%를 차지했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큰 패가 걸린 상황을 뜻하는 만패불청(萬覇不聽 11%)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항목들인 묘수, 공배, 귀수, 만년패는 10% 이내의 선택을 얻었다. 묘수는 글자 그대로 어떤 상황을 일거에 해결한다는 뜻이며 공배는 집이 되지 않는 공간. 귀수는 상상하기 힘든 승부수나 독한수, 만년패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자가 손해를 보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행동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위 설문조사는 바둑용어 자체가 워낙 함축적이고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여론조사의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팬들은 바둑 용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 심장한 요소를 찾고 즐기면(?) 될 것 같다.
오로 대국실 모습
-재치와 웃음을 잃지 않는 회원들
한편 오로 대국실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모습이 TV로 중계되던 시점에 동시접속자수가 평소보다 크게 줄은 모습. TV 생중계가 끝나며 곧 평소의 접속률을 회복했지만 각 대국서버의 대화창은 회원들 각자의 탄핵이야기로 봇물을 이뤘다. 이 현상은 운영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12일 하루 온종일 계속됐다.
대기실에서는 탄핵에 대한 각종 말이 오고가는 중에 '오로바둑의 운영자들을 국회로 보내자' '운영자도 탄핵(?)하자' '운영자가 권한대행하라'는 재치있는 농담도 오고가 많은 사용자들을 웃음짓게 했다. 한 회원은 "대마를 잡을 수 있어도 잡지 않는 이창호 9단의 바둑을 정치인들이 배워야 한다"며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승부수를 연계시켜 글을 올린 회원도 있다.
과연 탄핵정국의 계가는?
- 국민의 착수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바둑에서 '큰 밀어붙이기(일명 눈사태)' 는 그 시작부터 종료시까지 바둑판의 4분의 1, 혹은 2분의 1을 잡아먹는 대형정석을 뜻한다. 이 정석은 변화도 복잡하고 보기 힘든 신수(新手)도 자주 출현한다. 쌍방 최선, 최강의 수로 응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는 1년여 넘게 정치권에서의 큰 밀어붙이기 정석을 서로 진행해 왔고 이제 '탄핵'의 등장과 더불어 그 '큰 밀어붙이기'의 종착역에 와 있는 듯싶다.
정치권에서의 착수는 정치인들 몫이지만 마지막 4월 15일의 착수자는 전적으로 국민이다. 1년 넘게 끌어온 큰 밀어붙이기 정석의 완결은 국민의 착수(투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바둑의 마지막은 계가(計家)이다. 4월 15일 국민의 착점과 계가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총선-탄핵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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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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