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류국수 획득으로 여자 프로바둑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진 조혜연 4단이 드디어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조 4단은 31일 대구 대명동 협성빌딩 6층 대국바둑협회 특별대국실에서 속개된 제5기 여류명인전 도전2국에서 최강 루이 9단을 288수만에 백 불계로 꺾고 종합전적 2-0으로 여류명인마저 거머쥐며 여자 프로바둑 석권의 꿈을 이루었다.
조 4단이 도전1국을 승리한 가운데 이어진 도전2국은 ‘왜 조혜연시대’인가를 확연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조 4단은 초반 좌하귀로부터 시작된 대형정석에서 난전의 달인 루이 9단과 당당하게 맞서 추호도 밀리지 않은 힘을 발휘했고 이후 우변과 중앙의 타개에서도 정확한 수읽기를 앞세워 루이 9단의 예봉을 꺾었다.
조 4단은 중반 이후 우변과 중앙 타개과정에서 검토진으로부터 ‘백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바둑’이라는 판정을 받을 정도로 극도로 불리한 형세에 몰렸으나 흔들림 없는 침착한 자세로 따라붙어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검토진은 ‘조 4단의 냉정, 침착한 자세와 끈기가 유리한 형세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루이 9단 특유의 맹점을 찔러 이끌어낸 역전승’이라며 조 4단의 투혼에 혀를 내둘렀다.
조 4단에게 이번 도전2국은 ‘보은(報恩)대국’의 완결편 같은 한판. 제자가 스승을 꺾는 것은 최고의 보은. 그동안 조 4단은 줄곧 ‘루이 사범님과 겨루면서 기량이 많이 향상됐다. 이 점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조 4단은 순수 국내 여자 프로기사로는 최초로 여류국수와 여류명인 타이틀을 동시에 제패한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조혜연의 목표는 세계제패와 남녀 프로가 모두 출전하는 메이저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아직, 나이가 어려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여류명인 획득을 축하했다.
2관왕으로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조혜연 4단은 1985년생으로 1997년 역대 최연소입단 3위(여자 프로로는 세계최연소 입단기록)의 기록으로 입단했다.
도전3번기의 벼랑에 몰렸던 루이 9단은 감기와 악전고투하며 초읽기에 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을 다하는 투혼을 보였으나 최후의 보루였던 여류명인마저 빼앗김으로써 무관으로 주저앉았다. 루이 9단의 좌석 테이블에는 감기의 후유증을 드러내는 여러 장의 구겨진 티슈가 전장(戰場)의 잔해처럼 흩어져 이 한판에 쏟아부은 루이 9단의 마음을 엿보게 했다.
조혜연 4단의 여류명인 획득을 축하하며 한국 여기사들의 성장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던 루이 9단이 하루 빨리 예전의 기세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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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4단에게 이번 도전2국은 ‘보은(報恩)대국’의 완결편 같은 한판. 제자가 스승을 꺾는 것은 최고의 보은. 그동안 조 4단은 줄곧 ‘루이 사범님과 겨루면서 기량이 많이 향상됐다. 이 점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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