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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둑 아줌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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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등촌동 88체육관에서 2003년도 KBS바둑대축제가 열렸습니다. TV에서 보신 분도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양실짱도 이날 축제장을 다녀왔습니다. 뭐 VIP로 초빙을 받아 다녀온 것은 아니고, 진행요원이 모자란다고 해서 착출이 되었지요 ^^;
아침 일찍 체육관에 도착해 보니 이미 담당 스텝들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와글와글. KBS 바둑대축제 전경-양실짱이 진행요원으로 적극 참여한 바로 그 행사.
대빵 : 늦었군, 양실짱 -_-+
양실짱 : 워낙 집이 멀어서요. (-_-+ 실짱이 늦을 수도 있지)
대빵 : 여하튼 오늘 양실짱은 여성부를 맡아줘.
양실짱 : 헉! 어젠 어린이부라면서요.
대빵 : 아무래도 양실짱은 어린이부보다는 여성부가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 중에는 그래도 자네가 가장 얼굴빨이 서지 않나? 수고 좀 해 주게.
양실짱 : 아 … 하하 … 뭐 정히 그러시다면야 … 부족하지만 최선을 …
대빵 : 이해해 줘서 고마우이 (단순한 놈 -_-;)
그리하여 여성부 대회를 맡게 된 양실짱. 참가자 명단을 들고 휘적휘적 선수 여러분이 모이신 곳으로 걸어갑니다. 아, 낯익은 분들도 많으시군요. 모두들 반겨(주시는 척) 주십니다.
대회는 스위스리그로 진행됩니다. 참석자는 총 서른세 분. 여차여차 해서 6회전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항의를 하시네요.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십니다.
참가자A : 어이, 총각!
양실짱 : 헉! 저 총각 아닌데요.
참가자A : 내년부터는 급수별로 좀 나누지. 이거야 어디 우리처럼 나이 든 하수들은 주눅 들어서 바둑 두겠어? 저기 저 젊은 애들은 다 아마5단 아냐? 우린 5급이라고!
양실짱 : …
1회전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 주섬주섬 핸드백이며 옷가지를 챙기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양실짱 : 아니! 어디 가세요?
참가자B : 졌으니 가야지.
참가자C : 기념품은 안 줘? 얼른 줘, 우리 바뻐.
양실짱 : 이거 스위스리그에요. 가시면 안 되거든요? 어서 자리에 ….
참가자B : 뭐? 5판이나 더 두어야 한다고? 한판 뒀더니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 한데.
참가자C : 오늘 기념품 안 줘?
양실짱 : 스위스리그는 끝까지 두셔야 해요. 이긴 사람은 이긴 사람끼리 두니 앞으로는 점점 쉬운 상대랑 두시게 될 겁니다.
참가자B : 정말? 다음 판에도 지면 학생이 책임 질껴? (ㅜ.ㅜ 윽, 학생 …)
참가자C : 기념품 안 주냐고오오!!!!
12시가 가까워오자 본부석에서 진행요원을 소집합니다. 달려가는 양실짱.
대빵 : KBS측에서 참가자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했답니다. 이거 가져다 참가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세요.
양실짱 : 저기요.
대빵 : 뭐지? 양실짱?
양실짱 : 기념품 안 주냐는데요.
대빵 : 올해는 없는데요, 기념품.
양실짱 : -_-; (일 났다)
2회전이 끝나고, 3회전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좌석표를 체크하던 보조요원 두 명이 팬케잌 가루를 뒤집어 쓴 것 같은 허연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군요.
양실짱 : 뭔 일 생겼어요?
보조요원A : 대진표가 엉망이에요.
양실짱 : 엉망이라니요? (양실짱 얼굴도 슬슬 허옇게 변색 중) 이미 대국 중이잖아요!
보조요원B :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나 봐요. 그니까 이분은 저분하고 두어야 하는데, 지금 저어분하고 두고 있고, 저분은 요분하고 두어야 하는데, 조오기 저분하고 두고 있거든요.
양실짱 : 으아악!!
결국 대진표를 새로 출력하고, 양실짱은 새 대진표를 들고 쭈뼛쭈뼛 대국자들을 향해 갑니다. (보조요원A, B ! 나중에 봅시닷! -_-+)
양실짱 : 저어 … 죄송합니다. 여차저차 해서 … 이차저차 하셔야 …
참가자D : 무에라!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두라곳?
양실짱 : …
참가자C : 뭐, 저 총각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우리가 이해합시다. 그건 그렇고, 기념품 주죠?
양실짱 : … 그, 그게 … 올해는 주최 측 사정상 …
참가자C : 아니, 무슨 대회가 참가 기념품도 없어욧! 대진표도 엉망이고!! 우리 안 둬!!
그런데 보조요원2가 또 옵니다. 어쩐지 푸르죽죽한 그녀의 얼굴이 저승사자 같기만 합니다.
양실짱 : 이번엔 또 뭡니까? 0.0;
그녀2 : 그, 그게요 … 여차저차 하여 이리저리 …
양실짱 : 그러니까, 이 두 분보고 ‘대진표가 틀렸으니 판 걷으세요’, 해서 다 걷고 보니 이 두 분은 원래 대진표가 맞았다구요? 0.0;
하늘이 노래져 옵니다. 아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ㅜ.ㅜ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운명인 것을.
다행히 두 분의 성격이 매우 호방(?)하신 덕에, 사정을 이해를 해 주시고 재대국을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아까 바둑을 복기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건, 기력 관계상 -_-;
그래도 두 분 중 한 분이 아쉬움을 토로하시는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다 이긴 바둑이었는데 … ㅜ.ㅜ”
어수선한 분위기도 가라앉고, 사연 많은 3회전도 종반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런데 양실짱의 눈이 돌연 500원짜리 동전만해집니다. 후닥닥!!
양실짱 : 헉헉! 지, 지금 뭐, 뭐하시는 거에요!
참가자B : 뭐하긴. 아까 준 김밥 먹지. 총각도 하나 먹어 봐. 맛있어.
양실짱 : 지, 지금 대국 중인데 여기서 드시면 어떻게 해요! 이따가 점심시간에 드셔야죠!
참가자C : 기념품도 안 주는데 밥이라도 먹어야지. 땍땍거리지 말고 가서 물 좀 가져다 줘. 목 메이네.
양실짱 : 으으 … ㅜ.ㅡ
오후3시. 축제도 슬슬 종반전으로 흘러갑니다. 여성부도 4회전을 모두 소화했고, 이제 두 판만 남은 상황. 양실짱도 모처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빼 마시며 한숨을 돌립니다.
5회전을 시작하기 위해 대국장으로 향하던 양실짱. 또 한번 예의 500원짜리 눈을 반짝이고 맙니다.
양실짱 : 헉!! 여, 여기 아주머님들 다 어디 가셨어요?
보조요원A : 가셨어요.
양실짱 : 어, 어디루요? 집으로?
보조요원B : 아뇨. 조오기 ~
보조요원들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양실짱 바람처럼 날아갑니다.
 양실짱 : 여기서 뭐 하시는 거에요! 5회전 두셔야죠!!
참가자E : 회전다면기 두려구. 신청했었거든. ^^
양실짱 : 그래도 공식시합을 두셔야죠 -_-;
참가자D : 이게 더 재밌어. 우리 박지은 사범 팬이라구.
양실짱 : ㅜ.ㅡ
◀회전다면기의 박지은 4단.
오후 3시 50분.
드디어 최종국인 6회전이 시작됐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관심을 쏠린 대국은 김세영 vs 이수빈의 판. 전승자인 두 사람간의 대국인만큼 여기서 이기는 사람이 오늘의 바둑퀸이 됩니다.
일찌감치 끝난 직장부의 아저씨들이 대거 몰려와 우르르 인해장벽을 쌓고는 바둑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반칙! 진행요원으로서 단연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은 축제일이고, 또 같은 남자로서 아저씨들의 심리(?)도 이해가 십분 가고(^^;) … 해서 그냥 못 본 체 합니다.
4시 30분.
KBS 제작진들이 득달같이 와서 난리입니다. 곧 시상식인데! 이거 생방송인데!! 아직도 대국을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는 얘기지요. 혹시나 이럴까봐 6회전은 각자 제한시간 없이 초읽기만 주었는데도, 판이 판인지라 대국자들이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예상보다 대국이 길어지는 거였습니다.
처음엔 양실짱도 그들의 항의+원망을 모르는 바 아니어서 그럭저럭 동감을 하였지만, “진행자들이 알아서 이 사람들 빨리 끝내게 해욧!” 이란 말에는 화가 좀 나더군요. 이건 어쨌든 공식기전의 결승전이고, 두 대국자는 지금 피 말리는 승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방송 시간이 끝나가니 이제 그만 두십쇼”라 하라구요? 아니면 결승대국을 판정이라도 하라는 걸까요? -_-+ (바둑을 뭘루 아는 거야!)
별로 좋지 못한 얼굴로 양실짱은 눈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엇? 저 분들이 아직도?
저어기 끝에, 아직도 대국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모두들 결승전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두고 있는 줄도 몰랐던 거지요. 방송 제작진 역시 시상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국인지라 신경도 쓰지 않았구요.
가까이 가보니, 두 분 아주머님께서는 그야말로 있는 정열과 힘을 다해 열심히 바둑을 두고 계셨습니다. 반상뿐만 아니라 돌 뚜껑 위에도 돌이 그득한 것으로 보아, 치열한 패싸움도 벌이신 모양입니다.
결국 4시 38분. 시상식을 2분 앞두고 결승전이 끝났습니다. 우승자는 김세영, 준우승은 지난해 우승자 김선희 씨.
단상에선 이계진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시상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성부가 가장 먼저 시상을 하는군요.
“여성부 우승자! 김세영 씨!”
와아!! 짝짝짝!!
양실짱은 대국을 마악 마치고 돌을 걷고 계시는 두 분 아주머님께 다가갔습니다. 장내를 왕왕 울리는 시상식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여쭈었지요.
양실짱 : 뭘 그리 열심히 두셨어요?
참가자F : 그래도 마지막 판이니까.
참가자 G : 유종의 미라는 게 있잖아?
우승자를 호명하는 소리가 아직도 장내에 가득한 가운데, 두 분은 환히 웃으며 짐을 싸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총각도 오늘 수고 많았어. 줄 건 없고, 이것.”
건네주시는 것을 받아보니, 낮에 양실짱이 나누어 드렸던 김밥.
두 분이 나가시는 뒷모습을, 양실짱은 김밥 도시락을 손에 든 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차갑게 식었지만, 여전히 따뜻한 김밥 도시락.
내년에 꼭 다시 뵈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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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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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F님 G님 수고 하셨습니닥^^ 양실짱님두 수고하셨으니 김밥 드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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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실짱, 김밥도시락을 몇 개나 해치운 거욧!! 배가 장난이 아니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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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실짱, 역시 프로글쟁이라 진짜 글빨쎄네...흐으,백점줘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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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척박한 동네에 ,재치와 따스함이 있는 글 , 참으로 신선하네요. 양실장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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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척박한 동네에 ,재치와 따스함이 있는 글 , 참으로 신선하네요. 양실장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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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잼있는 내용의 글 이었습니다 -_-: 김밥저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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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시러님이랑 양씰짱님이랑 무슨 사이쥐.. 둘다 배가 뽈록? 점수도 막 밀어주신다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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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백조 |
｜ 2004-02-18 오전 11:4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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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정말 재미있게 보았어요^^올해도 재밋게 써 주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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