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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날아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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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호주 퀸슬랜드주 브리스번의 한 캠퍼스. 현지인들의 호기심 어린 관심 속에 제3회 도요타덴소배 세계바둑왕좌전 출전을 위한 오세아니아 대표선발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대회의 우승자는 놀랍게도 왜소한 몸집의 낯선 동양 여성이었다. 부러질 듯 가녀린 체구이나 바둑판 앞에서는 헌헌장부들조차 주눅 들게 할 만큼 매서운 눈매를 보여 주었던 이 여성은 다름 아닌 현 국제기전 2관왕 이세돌 9단의 친누나인 이세나(30) 씨.
이날 이세나 씨의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호주에 체류 중인 남편 허기철(36) 씨였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생겼다. 현재 도요타덴소배 타이틀 보유자는 이세돌 9단. 그렇다면 혹시 차기 대회에서는 이세돌 9단과 이세나 아마6단이 벌이는 국제기전사상 초유의 남매대결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허씨에게 확인해 본 결과 아쉽게도 그것은 아니란다. 대표 자격은 호주 또는 뉴질랜드 시민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이세나 씨는 우승상금 1천불로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 이세나 씨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호주를 방문했다가 주위의 권유를 받고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한다.
허씨는 현재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한국에서 바둑 관련 일을 하고 있던 그가 모든 것을 접고 돌연 호주행을 감행한 일은 두고두고 바둑가의 화젯거리였다. 도대체 그는 왜 호주로 떠났을까? 한 밤중에 잠을 깬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어디선가 들려온 먼 북소리라도 들었던 것일까?
설 연휴가 끝난 31일, 양실짱은 허씨와 이메일, MSN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허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본인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 *
제 아내와 저는 지난 2002년 4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위고바둑에서 기자로 처음 만났으니 이른바 사내커플이지요.
위고바둑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후 저는 처남(프로기사 이상훈 5단)이 운영하는 바둑도장에서 실장이란 직함을 맡아 일했습니다. 주로 원생 관리, 학부형 상담과 원생들의 대회 출전 업무 등 도장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일들이었죠.
길지는 않았지만 바둑기자 생활과 도장 일을 통해 제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둑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랄지, 뭐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바둑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랜 생각 끝에 앞으로 한중일 3국만의 시장으로는 더 이상 바둑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결국 서양에 바둑을 보급하는 일이야말로 최선의 길이자 외길수순이라고 보았습니다.
현재 저는 호주에 체류하면서 이곳의 바둑시장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 처가 호주를 방문한 일 역시 이곳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앞으로 저와 해 나가야할 일들을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 시드니는 인구가 6백만 정도 되고, 이 중 한인은 6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바둑 인구는 이곳 바둑협회에서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미미한 편입니다. 그나마 한국, 일본인보다는 중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지요.
기원은 딱 한 군데가 있었는데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소수의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몇몇 클럽에서 바둑이 두어지고 있는 정도이지요.
물론 저와 제 처의 능력만으로 바둑 보급 운운하기엔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이 일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힘을 내어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저희 부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 입단을 하지 못한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아마추어 강자들입니다. 이미 프로에 버금갈 정도의 기량을 갖췄으면서도 프로가 되지 못해 바둑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눈을 돌려보라고 권해주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서양의 문화와 영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그리하여 장차 그들이 유럽, 미국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바둑을 보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태권도와 달리 바둑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영어의 구사능력이 크게 요구됩니다. 제가 해외 보급의 첫 기착지로 호주를 택한 것 역시 호주야말로 고급 영어를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 목표는 이곳 시드니에 다시 기원을 설립하고, 나아가 대한바둑협회 또는 한국기원의 호주지부를 세우는 것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개인지도를 원하는 현지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습니다.
한국바둑은 그 동안 세계바둑최강으로 군림하며 큰 영예를 누려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누려온 것을 어느 정도나마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처와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국 바둑,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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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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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등 ㅋ, 기철씨 그 꿈 반드시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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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눈매가 이세돌 九단과 너무 닮았다. 두분의 꿈 꼭 이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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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래잡기7 |
｜ 2006-02-08 오전 2:1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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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멋지다...미래를 향한 발걸음... 꿈이 이루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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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의 해외바둑보급 의 꿈! 이 만방에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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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래서..가끔..호주국기로..바둑두시는분이구나...암튼..하고자..하는일이..이루어져씀..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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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kim |
｜ 2006-03-15 오후 5:5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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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두분의 꿈이 이루어 져서 저가 사는 perth에도 혜택이 왓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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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iBee |
｜ 2006-04-16 오전 9:1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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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꿈은 그대와 같은 분들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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