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프로기사를 사범이라고 불러줘야 할까
언젠가 오로대화창에서 한 기우가 ‘프로기사를 정말 사범이라고 불러줘야 합니까?'라고 기우들을 향해 질문한 적이 있다. 당시 결론만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대화창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얼마 전 오로광장에도 프로기사 사범 호칭에 대해 부정적인 어느 기우의 글이 오르기도 했다.
대다수 바둑팬은 여전히 사범의 호칭으로 프로를 향해 존중을 표하지만, 일부 기우는 프로기사를 '사범'이라고 부르는 데에 거부감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프로기사 하면 당연히 사범으로 알았는데 왜 이런 말들이 오가는 것일까? 윤기현 사건과 그 밖의 자잘한 사건 등으로 '과연 프로기사가 바둑실력만 한 인품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누구누구 프로라는 호칭도 썩 괜찮아서 사범이란 호칭을 안 써도 충분히 달리 부를 수 있다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프로기사를 굳이 사범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개적인 자리나 글에서는 누구누구 프로, 어느 팀의 선수 등 다양하게 불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프로기사는 사범이라고 불러줘야 하고 오로의 왕별도 사범으로 대접해줘야 한다. 아니 그들은 당위적으로 사범이 되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기우들도 아시다시피, 연예인의 애장품 가치를 매기는 TV 프로에 열렬한 바둑애호가 가수 김장훈이 출연해 조훈현 9단의 사인이 새겨진 바둑판을 자랑스럽게 내놓은 적이 있다. 바둑관련 종사자가 등장하여 바둑판에 대해서만 값을 매기자, 김장훈이 의아해하면서 ‘조훈현 9단의 사인이 있는데요? 라고 묻자 그분이 '사인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는데 사실 우리 바둑팬에게 조9단의 사인은 바둑판보다 더 값어치가 나갈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분이 조훈현 9단은 한국바둑을 세계정상으로 이끈 선구자임을 소개하면서 조9단 사인이 바둑판보다 더 가치 있다고 멘트라도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인의 시장 가치도 웬만큼 매겨줘야 함은 물론이다.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해도 바둑인이라면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중파를 통해 구라를 보태서라도 바둑황제의 사인 가치를 당연히 높여야 했다.
시청에서 열린 바자회로 기억하는데 프로기사 애장품 중, 이창호 9단의 애장품(테니스 라켓으로 기억)이 낮은 가격에 팔리는 걸 보고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유명 연예인의 사인과 애장품이 우리가 생각 못한 가격에 거래된다는 말을 듣노라면 우리 바둑팬의 영웅 아니, 바둑 변방국에서 단숨에 바둑 정상국으로 지위를 끌어올린 국민의 영웅이었던 조훈현, 이창호의 사인과 애장품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바둑팬으로서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가치가 정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어떤 것의 가치란 비록 그것이 하찮게 보여도 그 가치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널리 알리면 무엇이라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명품이 될 수 있다. 바둑인과 바둑팬이 바둑의 가치를 발견하고 주변에 알려서 바둑을 모르는 국민조차도 ‘아, 바둑이란 대단한 것이로구나.’라고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 이는 '바둑'이란 친구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준 데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자 바둑을 사랑하는 바둑팬과 바둑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