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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급 김군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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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갓 출근한 책상 위에서 꽃 한 송이 꽂힌 화병이라도 본 듯한 상쾌함.
묵은 변이 쑤욱 내려 … 아니 이 표현보다는 고인 물로 가득 찬 저수지에 수로 하나가 시원하게 뚫린 기분이다, 가 적절하겠다. 콸콸콸 ~
무슨 댓바람에 초장부터 그리 UP 되어 있느냐고?
흐흐흐 ~ ^______^
사람 안 뽑기로 소문난(?) 한국기원에서 이번에 다섯 명이나 한꺼번에 공채를 했고, 그 중 무려 둘이나 양실짱이 있는 ××팀에 배정이 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
서론이 길었다. 오늘 할 얘기, 더 끌 이유가 없다.
새롭게 우리 팀 요원으로 배치된 김군.
아직 직급이 없는 말단인 관계로 김 사원이라 불러 마땅하나 영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나이를 보아 김씨라 부르자니 그 또한 뺨에 여드름이 파릇한(피부병일지도 모른다 -_-) 혈기방장한 청년에게 ‘김씨’는 어딘지 지나치게 아저씨틱한 느낌이 들어 내키지 않는다.
본인 역시 김씨보다는 김군을 한층 선호하리라 믿는다. (어이! 김씨! … 이상하잖아 -_-)
좌우당간 이 김군. 들어오자마자 난감한 표정이다.
바둑을 모른단다.
에이 ~ 그래도 설마 10급은 두겠지? 싶었는데 진짜 18급이란다.
확인을 거친 결과 18급(오로 기준)은 무슨 18급!
비로소 단수를 깨친 수준이요, 아직 집의 개념조차 안개 속이니 …
그래도 김군은 함께 발령을 받은 옆 자리 김양을 보며 씨익 웃는다.
그쪽보다는 본인이 한결 고수(?)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미소다.
이 양실짱이 누구인가?
술 먹다가 초콜릿 팔러 온 할머니를 외면한 일이 없고, 지하철에서 손을 내미는 불우한 이웃들을 대할 때마다 거금 1,000원씩을 불계패 돌 던지듯 하는 이 시대 보기 드문 감성주의자 양실짱.
후배의 어려움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바둑을 잘 둔다고 일을 더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의외로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_- 이상한 일이다) 바둑을 모르면 확실히 일을 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본 양실짱도 입사 직후에는 엄청난 水棋 (물바둑)이었으나 뼈와 살이 타는(?) 숱한 밤을 보내며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바, 오늘날 오로3단의 반열에 당당히 오르지 않았던가!!
김군도 열심히 하면 틀림없이 오로에서 접속과 동시에 대국신청이 다발로 들어오는 뿌듯한 고수가 될 수 있다, 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김군, 순간 얼굴이 밝아지며 눈에서 형형한 광채가 빛난다. 결연한 표정이다.
그래서 일단 날마다 개인지도.
개인지도라 해서 별 것은 없고 일단 요게 집이고 … 요건 옥집 … 두 집을 못 내면 뒈지는 수가 있고 … 두점머리는 얻어맞지 말아야 … 따위를 조근 조근이 강의하기 시작했다.
(곧 기리족보 강좌도 할 거다 -_-; 기리족보는 모두들 기억하고 계시죠?)
김군과 김양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특히 김군의 표정은 이라크로 파병 나가는 자이툰 부대 김일병을 떠올리게 했다.
과연! 우리의 김군.
스물여섯 나이의 만학답지 않은, 믿어지지 않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어이! 김군! 이제 일 좀 하지?”
입단 준비하러 한국기원에 입사한 사람인 줄 알았다.
혈안(血眼. 물리적 의미에서의 진정한 혈안이다. 비슷한 계열로는 血便이 있다 -_-)을 한 채 바둑책(한국기원이 발간한 입문편 제1권이었다)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군의 옆모습은 과연 구도자의 그것처럼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긴 해도 …
“김군 ~ 아침에 얘기했던 보도자료 다 되었소?”
그 말에 비로소 교재1권으로부터 눈을 뗀 김군. 부스스한 머리칼에 흐릿한 혈안을 하고는.
“이건 백이 죽은 건가요?”
“어디 보지. 흐음 … 흑이 치중을 가서 다 죽었군. 백 사망이야.”
“백이 이렇게 받으면요?”
“그건 이게 있어서 안 되지. 어쩌구 저쩌구 …”
“하지만 백이 막으면 안 됩니까?”
“어허, 이 사람. 그건 이 수가 있다니깐 … 그러니까 이것이 어쩌고 … 저쩌고 … 아참! 그런데 아침의 보도자료는 …”
“아무래도 백이 이렇게 두면 살 수 있는 거 같은데요.”
“그런가? 아니지. 그건 흑이 여길 둬서 두 집이 안 나. 그런데 보도자료 말이야 …”
“정말 안 되나 … 이 수도 안 될까요?”
“그건 이렇게 흑이 들어가는 수가 있지.”
“아하, 그렇군요!”
겁이 덜컥 났다.
늦게 배운 ××질 밤새는 줄 모른다고 김군은 드디어 바둑의 주화입마에 허벅지를 담그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이론이 쌓였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슬슬 실전에 나선 김군.
하지만 세계 최강 대한민국 바둑의 본산 한국기원에 이제 갓 바둑에 입문한 왕18급의 상대가 있을 리 없다.
그는 바로 왕별들이 모래알처럼 흔한 육군본부의 방위병 같은 존재인 것이다. 적어도 한국기원에서는.
결국 김군은 옆 자리의 김양을 상대로 바둑을 두고 또 두었다.
성적은 전승 가도.
1999년 이창호의 25연승의 기록이 김군의 손에 의해 깨어진 것은 채 일주일도 아니 지나서였다.
김군은 행복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불긋불긋했던 여드름도 많이 가라앉았다.
인간의 꽉 찬 자부심은 피부조차 맑게 하여주는지 모른다.
그러나 며칠 뒤.
드디어(그리고 예상대로) 김양이 더 이상 김군과 바둑을 두지 않겠다고 벼락 선언을 하고 나왔다.
하긴 양실짱이 보기에도 김양은 인간의 한계를 의심케 할 만큼의 강인한 인내심을 보여 주었다.
물론 김양의 환심을 사기 위해 김군이 들인 노력은 그게 상응할 만한 것이었으나 개인 프라이버시 관계상 이 자리에서는 일일이 밝히지 않기로 한다.
고독한 승부사, 김군.
세상 천하에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어 일생 패배를 찾아 다녔다는 무협소설의 주인공 독고구검의 심경이 이러했을까.
김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드시 이러 했을 것이다, 라는 쓸쓸한 표정으로.
불패자, 김군.
그러나 그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첫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아아 그 누가 그랬던가.
바둑은 슬픈 드라마 … …
라고.
<김군의 이야기,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에서는 김양의 사진도 동봉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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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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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있습니다. 표현이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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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얼굴이로세...김군...ㅋㅋ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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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도 기대할테니 얼른 재밌는 글 써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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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나용~~ㅋㅋ 2편이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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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뾰로롱~ |
｜ 2004-10-13 오전 11:4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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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헤고, 18급 이야기만 나오면 왜 이리 반가울꼬.... 실땅님, 그 김군 님을 제게 소개 좀 시켜 주세요. 제가 지금 47승 97패 1무의 전적을 자랑하고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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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아! 바둑 배우지 마라. 만약 내가 바둑을 배울 시간에 다른 걸 했다면 지금 보단 훨씬 잘 되어있을 것이다. 심히 후회한다. 바둑 고수가 되고 나서 오십쯤 되면...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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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istine |
｜ 2004-10-18 오전 1:3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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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은 왕18급일 지 모르나 두는 폼만은 창호님 못지 않습니다^^어떤 슬픈 드라마에도 꿋꿋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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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빨리 써주세요 김양 사진도 꼭 올려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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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니까,여드름은 안보이공,중년의 후덕함이...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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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기대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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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에기 연패중인 김양의 실전스승으로 나가볼까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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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ES |
｜ 2004-10-29 오전 10:2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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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푸하하하 이거 너무 재밌어요 아~ 배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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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게 지칩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2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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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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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