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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중 ‘삐리리’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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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규정의 개정안이 (재)한국기원 상임이사회에서 망치 땅땅 때려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망치가 있냐구요? 그럼요! 양실짱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근엄한 표정의 이사장님이 뭇 이사들 앞에서 “자, 그럼 이 안건은 통과된 것으로 하겠습니다”하시며 망치로 꽝꽝!
대국규정이란 말 그대로 대국에 관련된 규정을 말합니다. 누가 만들었느냐구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둑전문가들, 바로 프로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지요. 이번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설명 : 이것이 바로 이사회용 의사봉. 다음 달 1일부로 양실짱을 특진시킬 것을 결정합니다 꽝꽝꽝!!)
내용을 쓰윽 일별해 보니 꽤 참신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군요. 요즘 눈으로야 ‘참신’이지만 30년 전에 이런 규정들이 만들어졌다면 분명 ‘참신’이 아닌 ‘엽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
오늘은 이 개정안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들, 그리고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영양가치가 쏠쏠할 만한 것들을 골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프로들이 만든 대국규정 개정안이란 어떤 것들일까요?
총칙 제3조 기사 3항
전문기사의 단위는 한자로, 아마추어 기사의 단위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다.
이번에 추가조항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이것은 관례처럼 지켜져 오던 것인데 이참에 아예 명문화 되었군요. 월간바둑 아무 장이나 펴 보시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프로는 한자, 아마추어는 그냥 숫자. 그렇다면 양실짱은?
오로參단 -_-;
제4장 종국(終局) 제15조 종국
유효착수가 끝나면 공배는 한수씩 교대로 메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공배를 다 메운 상태에서 쌍방 착수할 의사가 없으면 종국이다.
과연 어느 순간을 종국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는 그 동안 많은 시빗거리를 양산해 왔습니다. 기존 룰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지요.
유효착수가 모두 끝난 상태를 대국종료라고 한다. 대국종료 후 쌍방이 가일수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배를 교대로 메운다. 공배는 한수씩 교대로 메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쌍방이 합의하면 자유로이 메울 수 있다. 공배를 메운 상태를 종국이라고 한다.
기존 룰에서는 그러니까 대국종료와 종국이 다른 개념이었다는 거로군요. 이러니 헷갈릴 수밖에 -_-;
이번 룰에서는 혼동을 없애기 위해 대국종료란 말을 싹 지우고 그냥 ‘종국’만을 살려 놓았습니다.
아셨죠? 공배를 몽땅 다 메워야 바둑은 끝나는 겁니다. 가끔 프로들도 공배를 메우다가 다 이긴 바둑 뒤집히는 경우가 있죠? 최근에는 일본에서 활약 중인 류 모 9단이 쓴 맛을 본 일이 있습지요.
제4장 종국 제17조 승패의 결정
(前略) 승패에 관해 이의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제기해야 한다.
이것이 과거의 룰이었습니다. 즉, 바둑판이 치워지기 전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국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누웠다가 그제서야 “아차!”싶어봐야 늦었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젠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승패에 관해 이의가 있으면 기록이 없는 대국인 경우 곧바로 이의 제기를 해야 하며, 기록이 있는 대국인 경우에는 다음 대국에 지장이 없는 한 언제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예선전은 기보를 뜨지 않습니다. 판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에는 ‘증거’가 없으므로 즉시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만 기보가 남아 있는 본선 이상의 경우에는 이제 언제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다음 대국에 지장이 없는 한. 이미 4강전을 치렀는데, 그제서야 기보를 들고 와서 “내가 억울하게 8강 탈락했었다”고 해 봐야 뭔 소용이 있겠습니까? ^^
자, 이제부터는 부칙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부칙이란 게 참 재미있더군요. 그래서인지 언론사 기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신문에서 기사를 보신 분들도 꽤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부칙을 보고 난 H일보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바둑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로 말문을 연 기자 양반. 그런데 이 분이 완전히 콜롬보였습니다. 기자는 콜롬보, 범인은 양실짱 -_-;
부칙 제5조 벌칙규정
1) 상대방에게 방해를 주는 행위
- 휴대폰 :
1회 전화벨이 울린 경우 - 경고
2회 전화벨이 울릴 경우 및 통화할 경우 - 입회인이 전화기를 압수한다.
기자 : 양실짱! 그렇다면 전화를 진동으로 하면 어떻게 되나요?
양실짱 : 음, 진동은 괜찮겠지요. -_-;
기자 : 아, 그렇군요. 제가 바둑을 잘 몰라서 … 그럼 문자메시지는 괜찮나요?
양실짱 : 글쎄요 … 그건 그래도 소리가 안 나니까 괜찮을 겁니다.
기자 : 아하! 그렇군요. 이거 참 제가 바둑을 잘 몰라서 … 그럼 문자 채팅은요?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허용되나요? 요즘엔 PDA폰도 많은데 그건요?
양실짱 : (미치겠다 ㅜ.ㅜ)
- 부채소리, 바둑알 소리, 호두 소리 :
1차 - 경고
2차 - 입회인이 해당물건을 압수한다.
기자 : 2차면 해당물건을 압수한다구요? 아니 그럼 바둑알 소리를 내면 바둑알을 압수합니까? 그럼 바둑을 어떻게 두지요?
양실짱 : ......
부칙 제6조 기타사항
계시기 사용규칙
- 계시기 위에 손을 올려놓을 수 없다.
기자 : 이건 또 뭡니까? 손이 안 되면 발을 올려놓으라는 겁니까?
 양실짱 : 그럴리가요 ^^ 이 조항이 생긴 이유에 대해선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계시기(초시계)는 한 대의 기계를 가지고 두 대국자가 함께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요? 따라서 계시기는 대국 시 바둑판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놓이게 되지요. 그런데 문제는 초읽기에 몰렸을 때입니다. 예선 대국이기에 기록자도 계시원도 없는 상황. 대국자는 착점과 계시를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빨리 계시기를 누를 수 있는 방법일까요?
기자 : 그야 당연히 한 손을 계시기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착점을 하는 동시에 계시기 버튼을 꾹 누르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걸 왜 못하게 하는 거지요?
양실짱 : 그게 비극이지요. 예를 들어 저와 기자님이 대국을 한다고 칩니다. 계시기는 한 대 뿐이고, 저를 중심으로 바둑판 왼쪽에 올려 두었습니다. 그리고 초읽기에 몰렸습니다. 저는 왼손을 계시기 위에 올려놓은 채 오른 손으로는 착점을 하면서 동시에 계시기를 누를 겁니다. 기자님은?
기자 : 그러니까 이게 … 에고 안 되네. 끙끙 …
양실짱 : 그렇습니다. 기자님은 오른손을 계시기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 착점을 해야 하는 거지요. 뭐 왼손잡이라면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그게 아닐 경우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이처럼 어느 한쪽에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마땅히 규정을 두어 금해야 하겠지요. 이제 이해가 되시겠습니까? ^^
- 초읽기 시
① 사석이 많은 경우 사석을 들어내는 시간 동안은 계시기를 멈출 수 있다.
② 화장실에 갈 경우 착수하고 일시정지를 누른다.
역시 악용의 소지가 있기에 규정을 두어 금했습니다.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한쪽이 대마를 잡았다고 칩시다. 착수를 했으니 마땅히 계시기 버튼을 눌렀을 것이고 이제 상대방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착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구요? 대마를 잡은 쪽이 세월아 네월아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사석을 들어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마가 죽어 가뜩이나 열이 받는데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횡포란 말입니까? 당연히! 이런 경우에는 대마를 잡은 쪽 계시기의 시간이 계속 째깍째깍 흘러가야겠지요. 사석이 많은 경우 사석을 모두 들어낸 후 계시기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②항은 대국자들도 인간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에 대한 배려입니다. 화장실 갈 때조차 제한시간을 감한다는 것이 다소 심하다는 발상에서 나온 조항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화장실을 갈 때에는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쌍방 간 시간이 가지 않도록 한다! 단, 착수는 하고 가는 것이 예의다! 바로 이런 말입니다 ^^
 아, 물론 이 역시 악용의 소지는 다분히 있습니다. 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분이 황금 같은 상황인데다 대마는 서로 얽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수상전이 벌어졌습니다. 과연 죽느냐, 사느냐!
이때 슬그머니 화장실에 가서는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물론 다녀와서 “아, 미안하이. 내가 변비가 있거들랑.”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과연 어떨지 -_-; (변기 위에서 구린내 참아가며 장고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끝으로 부칙 중 하나를 더 소개해 드립니다.
대국 중 바둑돌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경우 반드시 주워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입회인이 경고를 줄 수 있다.
아마도 한국기원을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들께서 발의하신 조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
떨어진 바둑돌을 줍는 것은 물론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요. 여러분도 대국 중 바닥에 떨어진 돌은 꼭 주웁시다.
귀찮아서 안 주우시겠다구요?
내일 우리 아주머니들이 ‘둔기’들고 방문하실 지도 모릅니다 -_-;
(▲사진설명 : 한국기원 아주머니들의 둔기(?), 공포의 대걸레. 장비의 장팔사모, 여포의 방천화극보다 더 살벌하다는 썰이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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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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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있는 손모델 사진의 주인공은 누구셔요? ㅋㅋ 혹시 양.실.짱? 기왕이면 얼굴까지 공개하시지..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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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모델의 얼굴을 공개하랏 공개하랏 공개하랏! 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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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배 메울때 비록 종국은 아니더라도 計時器는 멈추어두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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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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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조타
이거조타
김기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