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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학'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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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학'이 자랑스럽다
2007-09-03     프린트스크랩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

그러나 세상은 어쩐지 학력허위라는, 조금은 엉뚱한 바다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이 새로운 '마녀 사냥'은 네티즌들의 '글 팔매질'에 연일 얻어 터져가며 만신창이의 몸으로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자, 연예인, 하다못해 종교인들까지 줄이어 달갑지 않은 고해 성사에 나서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분개하며, 혹은 아예 역공세를 가하며 자신들의 감추어 두었던 어두운 내면의 한 조각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사람들.

이들에 대한 반응도 각양각색이어서 이제 그만 용서해 주자는, 일종의 자성의 소리가 있는가 하면, 그들의 행태에 강력한 배신감을 느끼며 오한에 떠는 이들도 있다. 시선도, 입장도 많이 다르다.

그래. 문제의 방점은 그들의 '학력'이 아니라 '거짓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분노는 바로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그 '거짓말'을 통해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달콤한 혜택을 얻었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학력 허위 사건은 빈속에 들이킨 블랙커피처럼 입맛이 쓰다. 학벌 우선이라는 사회적 구조 모순이 욕을 먹어 싸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거짓말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실짱은 요즘처럼 스스로 바둑계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때가 없다.

어제도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물었다. "바둑계에는 학력 허위자가 없냐?"

하하하, 웃었다. 당연하지. 당연하고말고.

바둑계는 학력 허위의 '청정지역'이다. 바둑밥을 먹은 지 십 수 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어떤 사람이 학력을 속이고 프로기사가 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고학력이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아무런 가설도 입증된 바 없다. 오히려 바둑계는 학력이 높을수록 성적은 저조한 반비례의 그래프를 그려왔다. 프로기사들에게 있어 '무학'은 자랑스러울 것은 없지만 부끄러울 것도 없는 일상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옛날 사람답게 일찌감치 이들에 대한 개략적인 미래를 정해놓고 있었다. 첫째는 학문을 닦게 하여 가업을 잇게 하고, 둘째는 장사를 시켜 집안을 융성케 하고, 막내는 바둑을 두게 하여 일본 놈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바둑판 위에서만큼은 일본이고 조선이고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열네 살이 된 아들을 관부연락선에 태워 피붙이 하나 없는 일본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일본 최고의 명문 도장에서 수학하여 4년 뒤 결국 한국 최초의 프로기사가 된다.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부산발 시모노세키행 연락선에 몸을 실었던 셋째 아들은 고인이 되신 한국 현대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선생이시다.

선생의 최종학력은 서울 교동 초등학교 졸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생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 현대바둑에 빛을 던진 거인이시다. 선생에게 초등학교 졸업장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우 칭위엔, 사카다, 린 하이펑, 조훈현, 조치훈, 이세돌 ….

학업이 아닌 바둑으로 별이 된 사람들.

바둑의 끝이라 해도 좋다. 누구 말처럼 '신의 한 수'라 해도 좋다.

자신이 선택한 기로(棋路)를 걷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버릴 줄 알았던, 그리고 알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떳떳한 '무학'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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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해유 |  2007-09-03 오후 5:5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치인에게 최선의 정책은 정직이라고 하더군요. 장식에 눈이 어두워 본질을 보지 못하는 사회의 위선과 개인의 목숨과도 같은 양심을 버리는 작위의 거짓이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시절인것 같습니다. 동양의 바둑계처럼, 간판이나 학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감으로 자신의 인생을 최고로 만든 분들이 참으로 적지 않음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문용직사범처럼 부끄러움 없는 학구파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으면 싶네요  
ry810 |  2007-09-03 오후 6:1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요즘 학벌위조사건도 그렇고..진정한 지식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여~
 
노을강 |  2007-09-03 오후 6:3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맞는듯도 하지만 ... 무학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랑도 못된다고 봅니다. 무엇인가 씁쓸하네요^^  
斯文亂賊 |  2007-09-03 오후 9:4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대충 다닌] 분도 있다던뎅... =3=3=3  
할멈國手 |  2007-09-04 오후 7:44:0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프로기사들은 무학이 아닙니다.단지 한길만 파고든 것이지여..어떤 공부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격으면서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른 분들입니다.레코드판 같은 제도권의 교육을 안받앗다고 무학이라 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라 생각합니다..  
야동순대 할매 말이 마씀미다..마꼬요~~ 건강에 안 조으니 걍 사쿠이소
야동순대 조치훈의 어록과 이창호의 독서에서 누가 그들의 학벌을 들이 댈 수 있을까요??
야인9 |  2007-09-04 오후 11:4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히....., 그들의 무학이 자랑스럽습니까? 그렇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바로 여기에 한국바둑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요. 그런 무학자들에게 유학자들이 기생하고 있는(표현이 지나친가요? 그렇다면 공생 정도로 합시다) 한국바둑계의 행정수준 말이지요.  
노을강 이 말씀도 정답이네요. 그런데 행정도 무학 비스무레 한듯... 노탕 프로가 대장으로 말뚝 박고 잇고 쩝!
검신 |  2007-09-06 오후 8:0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조훈현국수도 중졸이 학력의 전부라고들었습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한테 학력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겠습니다. 일본의 노벨상수상자도 고졸이 학력의 전부라고 들었습니다. 요는 자기가 어떻게 살았느냐겠지요!!  
ry810 |  2007-09-06 오후 8: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학력이란게 어느정도 인정은 해줘야 겠지만 절대적인것은 아니겠죠..어짜피 대학에서 배우는것이란 그 어느 유명한 교수 말데로 백사장의 모래중 모래한알도 안되는 지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짜피 이론이란 많이 아는것 보단 얼마나 정확하게 아느냐도 중요한데 최소한 프로들은 한 분야에서는 거의 뜻을 이뤘다고 봐야겠죠. 사실 요즘 문제시 되는 학력 위조도 잘못된 사회 학력판단 체제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진정한  
ry810 |  2007-09-06 오후 8:4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식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econ |  2007-09-09 오전 12: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독서등의 배움이 없는 프로기사는 한낱 바둑두는 기계일뿐 한사람의 인격자는 아니다. 타이거 우즈는 스탠포드를 다녔다. 배움없이 기계처럼 골프만 쳐도 그를 능가하지 못한다.  
전신사마 |  2011-12-31 오후 8:20: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는 바둑두는 사람은 바둑만 잘 두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 밖에 것은 자기가 할 나름이지요.
다만 바둑외에 것에도 눈을 돌려 자기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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