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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책은 하고 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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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책은 하고 사십니까?
2007-02-18     프린트스크랩
조간신문 기사를 보고는 경악을 하고 말았다. 
장차 늙어 돈 걱정 크게 안 하고 살려면 현 물가 수준으로 보아 집값 빼고 - 물론 집이 있어야 ‘집값’이 있겠지만 - 현금 8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가만있자 양실짱의 작금 전 재산이 얼마나 되더라 … 월계동 집 팔고, 타던 차 팔고, 굿모닝오로 부지런히 써서 한 10년 원고료를 챙기면 …. 8억원, 8억원이라 …. 
 
노후보장, 그래 노후보장이 중요하다. 
늙어지면 못 노나니 지금 부지런히 놀고 보겠다는 인간도 세상엔 없지 않겠지만, 머리 한 구석에 일반상식이란 게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젊어서 나중 일을 근심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노후를 보장한다는 것이 꼭 돈이면 다 되는 걸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지하실에 연탄 들여놓고 김장 백포기 담으면 겨울나기 준비 끝! 했듯, 그렇게 심플하게 노후보장이란 게 되는 걸까? 
다른 얘기를 좀 하자.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양실짱이 고등학교에서 모범생의 전형을 보이며 착실히 학업을 닦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시겠다. 
검은 머리보다는 흰 머리가 더 많은, 지긋한 연세의 풍채 좋은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지만, 상당히 촌스러운 본명을 가지고 계셨던(반면 필명은 매우 근사했다) 이 분의 학문 전달 능력은 그리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입시 위주의 학습 풍토 속에서 이 분의 수업 스타일은 그야말로 유유자적, 어쩜 그리도 시험에 안 나올 고금의 시문만 주구장창 가르쳤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에서는 흠모와 존경의 감동 감화가 줄줄 흐르고 있었으니, 선생님께선 당대 꽤 이름이 알려진 ‘진짜’ 시인이셨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분이 내셨다는 시집을 한 권씩 사 들고는 - 제자들에겐 특별히 정가의 70%에 판매가 되었다 - 감동의 전율 속에 육신을 떨며 밤 새워 읽어 내려갔던 것이었다. 
 
여하튼 선생님의 수업시간은 교과서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고담준론으로 채워졌고, 그것은 결국 몇 개월 후 “이제 그만 수업 좀 하죠”라고 했다가 따귀 석 대를 맞은 어느 대범한 녀석 -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 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비록 시험에는 결코 안 나오는 것들만 골라서 가르치는 선생님이셨지만 수업 중 간간히 들려주었던 얘기들은 상당 부분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주구장창 많은 10대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한, 매일 아침 한 알씩 먹는 비타민 정제와도 같은 것들이었다. 선생님이 박달나무 몽둥이 대신 교실 뒤에 비스듬히 세워 놓은 밀대걸레를 드셨다면 아마도 오늘날 <청소부 밥 아저씨>와 유사한, 그 어떠한 ‘포스’가 느껴졌으리라. 
 
어쨌든 이 시인 선생님이 남긴 어록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양실짱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3회 이상 반복해 남기셨다는 얘기가 된다. 
“웬만하면 뭐가 됐든 종교 한 가지와 취미 두 가지는 갖고 살아라.”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장시간 설명을 하셨던 것 같은데 다 잊어 버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세상 편히, 그리고 재미나게 살려면 뭐가 됐든 종교와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 
 
종교는 그렇다 치고 취미는 왜 두 가지일까? 하나는 머리를 쓰는 취미를 갖되 그것만으로는 쪼께 부족하니 몸 쓰는 취미 하나를 추가로 배워 두라는 얘기였다. 
 
그냥 그렇게 들어 두었던 말씀이었는데 요즘 들어 ‘과연’하고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니 오랜 직장 생활 끝에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한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 주로 친구 부모님들이다 - 의외로 소일거리가 없어 남아도는 시간과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통 받고 계심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회사 다닐 때 치던 골프를 마저 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무작정 산에 오르는 등산은 뭔가 좀 밋밋한 것 같고. 이 나이에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막상 배우자니 몸이 말을 안 들어 준다. 그렇다고 집에만 들어앉아 있는 것은 사모님 눈치가 보여서리 어디 원 …. 
 
요즘 들어 양실짱은 젊어 바둑을 배워 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거, 의외로 확실한 노후 보장 대책이다. 
나이 들어 밥 먹고 살만하다면, 읽을 책 몇 권과 바둑판 한 세트면 인생이 그다지 심심치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소리 좋은 오디오 한 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머리 쓰는 취미로 바둑만한 것이 세상 또 어디 있을까. 이제 몸 쓰는 취미 하나 개발하면 양실짱은 노후 대책의 절반은 해 놓은 셈이다. 
 
아침에 눈을 떠 뒷동산에 오르고, 내려와선 조간신문 훑은 뒤 텃밭에서 좀 노닐다가 유기농 점심을 먹고. 
오후엔 노트북 앞에서 글이나 좀 쓰고 - 굿모닝오로 1만회 연재 기념 원고가 아닐까 - 머리 녹슬지 않게 책 좀 읽고, 사이버오로에 접속해 바둑 두어 판 두고(양실짱은 평생회원 아이디가 있지요). 
저녁을 먹고는 늙은 마누라랑 차 한 잔 - 술도 좋다! - 하며 두런두런 잡담이나 하다가 TV 보면서 꿈나라로 슝 ~!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은 그래서 혜택 받은 사람이다. 나아가 바둑을 즐길 줄 안다면 그는 큰 복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년까지 오래오래 즐길 만한 취미로는 바둑만한 게 없을 것 같다.  
바둑은 양실짱의 가장 든든한 노후 연금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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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자리 |  2007-02-27 오후 9:1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같은 생각으로 사는데....ㅎㅎ, 근데 주변 사람들이 바둑을 어느정도 둔다고 하면 바둑에 미쳐 산다고 하는데 전 정말로 1주일에 2-3판 정도 하는데요  
못자리 |  2007-02-27 오후 9: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도 안하고 바둑둔다는 눈치주면 정말 억울할 때도 있으나 내 마음을 달래며 즐길 수 있는 바둑이 있어 정말 행복하네요..  
serenity |  2007-03-01 오후 4:3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처럼 쓰셔갖고 1만회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_-, 자주 좀 올려주세욧!!  
斫殺. |  2007-03-02 오후 6:4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양실짱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kk  
체리통 |  2007-03-11 오전 11:3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으음 양실짱님은 마흔쯤 되셨나..  
멋있는이 |  2007-03-23 오후 1: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양실장님은 멋장이!!!!  
漢白오로 |  2007-04-01 오전 10:1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간만에 공감이 가는 글을 올리셨네요 양실짱님^^ 평생회원권 그거 비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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