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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쟈오 션머 밍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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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학습 열기가 전국을 강타할 즈음하여, 한국기원에서도 사무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강좌를 개설하였다.
입문과 초급 과정이 도합 3개월. 일단 3개월만 맛보기로 해보고 호응도를 보아 계속 할지 말지를 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렇게 하여 일주일에 2회,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의 한국기원 중국어 강좌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이러한 일들이 그렇듯 최대의 난적은 결국 네 글자와의 싸움이다.
작/심/삼/일
처음에는 강의실로 쓰인 한국기원 4층 한국여성바둑연맹실이 꽉꽉 들어찼다.
수강신청도 안 한 작자가 도강을 하질 않나, 자회사 사원이 아침마다 찾아와서 청강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당연 강의를 맡은 미모의 처녀 여강사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아니 하였다. 그런데 지금에사 생각해 보니 그 미소에는 다음의 두 가지 이중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던 것 같다.
1) 내 강의를 듣기 위하여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유후 ~!
2) 후후후! 그래봐야 보름이면 반도 안 남을 걸? 장사 어디 한두 번 해보나.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3개월의 대장정에서 생존한 이들은 처음 참가자의 80%에 달하였고, 그들 중의 80% 가량이 후기 3개월간의 중급반 코스에 재진입하였다는 사실.
물론 여기에는 홍익동 호랭이 Y국장님의 '지각 ○○○원! 결석은 ○○○원!‘ 이라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없는(심지어는 본인조차!) 가혹한 벌금형이 톡톡한 기능을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6개월의 코스를 모두 완주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확한 수를 묻는다면 아쉽게도 나로선 답변할 수 없다. 나 역시 5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중도 탈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늘 뜬금없이 한국기원의 중국어 강좌 얘기를 꺼낸 것은, 그 몇 명 되지 않는 중국어 강좌 완주멤버 명단에 故 임선근 사무총장님이 들어계셨기 때문이다.
그 분께서 본래 중국어에 취미가 있으셨는지, 아니면 늦은 나이의 만학이 즐거우셨는지, 하다못해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중국어 강좌에 나올 만큼 아침잠이 원래 없으셨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분의 중국어 실력이 출석률에 비해 그리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는 점과 한 눈에도 피로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수업이 있는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교재를 옆구리에 끼고 직원들과 함께 강의실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맨 끝 자리에 앉아 빈둥거리며 선생과 농담 따먹기를 즐기는 문제 학생이었던 나는 둘째 줄에 앉은 임 총장님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내심 뜨끔하였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하여서는 내 좌우 옆자리에 앉아 비슷한 행태를 보였던 정 모 차장과 구 모 월간바둑 기자 역시 공감하는 터일 것이다.
종강 며칠 뒤 호출이 있었다. 가보니 작은 중국어 사전 한 권을 쥐어 주셨다. 졸업선물이라고. 그 동안 고생 많았다는 격려와 함께.
자리에 돌아와서도 내내 얼굴이 뜨뜻했다. 부끄러웠다. 스스로의 게으름과 안일함이 이날처럼 ×팔렸던 날도 인생을 털어 몇 날 없으리라.
지금 내 눈 앞 책꽂이에는 아직도 그날 받은 노란 커버의 손바닥만한 사전이 꼽혀 있다. 실용 중한 한중사전. 그것은 마치 고인의 유품처럼, 지금도 내 마음을 부끄럽게 만든다.
강좌 첫 시간.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름을 중국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배웠다.
양 지옹 모오, 윈 샹 하오, 쩡 뚱 후안, 찐 런 지, 허 민 슈, 리 시 쭈 …
선생이 한 명씩 이름을 물었다. 니 쟈오 션머 밍즈?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모두들 씩씩하게 자신의 이름을 중국어로 대답했다. 그리고 드디어 총장님의 차례.
선생 : 니 쟈오 션머 밍즈?
총장 : 임! 선! 근!
선생 : 중국어는 4성이 중요하죠? 린 슈엔 껀! 입니다. 다시요. 니 쟈오 션머 밍즈?
총장 : 음 … 린! 선! 끈!
양모씨 : 저어 … 총장님. 한국말하고 똑같은 거 같은데요?
(강의실, 모두 기다렸다는 듯 우하하!)
지난 달 우리는 우리들이 그토록 사랑하였던 임선근 총장님께서 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간 병세 악화에 따른 고된 항암치료로 총장님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아야 했던 저희들의 마음도 많이 울었답니다.
너무도 인간적이셨던 총장님의 모습은 가슴에 새기고, 이제 남기신 뜻을 받들기 위해 열심히 손발 놀려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십시오.
두 손 모아 총장님의 명복을 비오며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총장님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임선근 총장님!!
니 쟈오 션머 밍즈 …
니 쟈오 션머 밍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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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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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슈엔 껀,,,,,, 주변에 계셨던 분들의 마음이 읽힙니다..... 우리 모두 가야할 길, 그래도 무엇이 급해 그리 서둘러 가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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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s63 |
｜ 2006-04-21 오전 8:3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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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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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인터네 강좌에서 제 이름이 멋있다고 칭찬해 주셨던 기억이 저를 기쁘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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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hauk |
｜ 2006-06-08 오후 1:2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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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원래 이름은 고유명사로 임! 선! 근! 이 정말로 니자오 선머 밍즈에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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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