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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까지 불가능해 보였던 역전. 하지만 이태현(오른쪽)이 한 수 늘어진 반패를 끈덕지게 버티는 집념을 발휘해 반집 차로 승부를 뒤집었다 |
이태현, 천금의 반집승...Kixx,티브로드에 3-2 역전승
한국랭킹2위 김지석, 주장전서 1위이자 천적 박정환 꺾어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4라운드 3경기
“아무리 봐도 김승재 선수가 반집은 남아 보입니다.”
양 팀 2-2 상황에서 결승판인 4국이 한 두 집 끝내기 밖에 남지 않았을 무렵 박정상 해설자의 입에서 조심스럽지만 결정적인 진단이 내려졌다. 이에 앞서 양쪽 검토실은 이미 김승재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였기에 집에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결과나 지켜 보자는 분위기. 하지만 이랬던 바둑이 얼마 후 극적으로 뒤집힌다.
이태현의 집념이 Kixx를 구했다. 막판까지도 반집 패배는 확실해 보였지만 한 수 늘어진 반패를 끈덕지게 버티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기어코 반집 역전승을 일궈냈다. 박정상 해설자는 "프로 바둑에서 2,3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벌어졌다."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충일인 6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4라운드 3경기 둘째날 대국에서 Kixx가 난적 티브로드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첫날을 1승1패로 마친 Kixx는 둘째날 승부의 분수령인 3국을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5국 주장 대결에서 김지석이 '천적' 박정환을 물리친 데 이어 마지막 4국에서 이태현이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으며 기사회생했다.
▲ 티브로드가 2-1로 리드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4국(왼쪽)과 5국. Kixx가 두 판을 모두 가져가며 역전승했다.
승리한 Kixx는 3승1패, 2위가 되면서 4연승 중인 선두 CJE&M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개막 당시에는 약체로 평가 받기도 했지만 3승 모두 3-2 승리를 거두면서 '뒷심 강한 에너지팀'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반면 직전 경기에서 신안천일염에게 충격의 영봉패를 당한 티브로드는 연패에 빠졌다. 믿는 주장 박정환이 전 경기에서 랭킹도 없는 김민호에게 패한 데 이어 천적으로 군림해 왔던 김지석에게 패한 데다, 강유택과 김승재가 자멸하다시피 후반에 무너지면서 내용적으로도 아픔이 컸다.
▲승리한 이태현을 스튜디오 밖에서 반갑게 맞아주고 있는 김세동(왼쪽)과 김지석. 팀의 1.2.5 지 명인 이들이 3승을 합작했다.
■ 김지석.이동훈 ‘한 풀었다’
팽팽한 접전속에 양 팀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하나씩 나왔다. 먼저 이동훈은 팀은 패했지만 지긋지긋한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동안 무려 9연패를 당했던 이동훈은 시즌 첫승과 함께 지독한 사춘기 가슴앓이에서 벗어났다.
▲표정이 없기로 유명한 이동훈이 이날은 검토실에서 내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진 한풀이의 주인공은 Kixx의 주장 김지석이었다. 김지석은 이날 5국 속기대국에 출전해 최근 5연패를 포함해 상대전적에서 3승14패로 크게 밀려 있는 천적 박정환을 넘었다. 내용적으로도 박정환에 대한 해법을 찾았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박정상 해설자는 "최근 몇 년간 부분 접전에서 박정환이 이렇게 호되게 당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김지석이 완벽에 가까운 타개를 보여 줬다"고 평했다. 랭킹 1.2위간의 맞대결은 6월 랭킹에서 26점까지 좁혀진 랭킹 점수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김지석이 다음 달 과연 생애 최초로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지석은 이날 박정상 해설자로 부터 "천하의 박정환을 하수 다루 듯한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자유자재의 내용을 펼치며 132수 만에 완승을 이끌어 냈다.
시즌 4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Kixx의 선두권 부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유력한 우승 후보로 티브로드와 정관장이 꼽혔고, 신생팀 화성시코리요와 CJE&M 정도가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형국이었지만 초반 판세는 이미 이런 예상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많은 라운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제3국> 한승주-이동훈. 2연승의 한승주와 3연패의 이동훈. 이름값에선 98년생 이동훈이 위지만 최근 활약상은 96년생 한승주가 낫다. '95 후'의 자존심을 건 첫 대결답게 초반부터 격렬한 양상을 보였던 바둑은 중반 승부처에서 큰 전과를 올린 이동훈이 이후 한승주의 맹추격을 간신히 따돌리는 형태로 결말이 났다(243수 흑불계승).
<제5국> 김지석-박정환. 그 어느 때보다도 김지석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판. 수읽기가 가장 강한 두 사람이 '실전사활'을 놓고 대결한 결과 김지석이 박정환을 완벽하게 몰아쳤다. 박정환은 자신의 안방에서 상대가 활개를 치고 살아가자 더 둘 명분을 잃었는지 얼마 안 가 돌을 거뒀다.
<제4국> 김승재-이태현. 5국이 먼저 끝나 결승판이 된 4국. KB리그 무대에 서면 비상한 집념을 발휘하는 이태현이 99% 진 바둑을 뒤집었다(318수 흑반집승).
▲ 집념과 끈기로 말하자면 이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이태현은 이번 경기까지 소속팀 Kixx의 3승을 전부 자기 손으로 결정지었다. 그것도 팀 스코어 2-2 상황에서 모두 승리한 것. '해결사'가 따로 없다.
8개 팀이 더블 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챔피언을 가리는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의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주말엔 2승1패의 화성시코리요와 1승2패의 신안천일염이 4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LG배 출격을 앞두고 있는 양 팀 주장 이세돌과 최철한은 각각 첫날 1.2국에 출전.
▲ Kixx는 감독이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단함된 힘을 과시하며 2위에 올라섰다.
▲ 팀의 1~3지명이 패한 티브로드는 직전 경기에서 당한 영봉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ㆍ기사제공ㅣKB리그운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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