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개팀 감독 중 최연소인 스마트오로의 한종진(33) 감독. 그의 오더 전술은 반박자 다르다.
올해 입단한 민상연은 스마트오로 락스타리거다. 한종진 감독이 1지명으로 뽑았다. 4일 저녁 한게임과 맞붙은 2011한국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 한게임과의 대결 그 1국에 민상연이 출전했다. 조훈현 선수가 미국입단대회 참관 일정 차 자리를 비웠고 그 자리에 민상연이 기용됐다.
바둑리그는 민상연에게 설렘의 무대다. 한번은 팀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민상연은 “검토실에선 무엇을 해야 하는 거죠?”라는 '깜찍한' 질문을 던져 모두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사실 한게임과의 오더는 불리하다는 평이 많았다. 민상연은 1국을 맡아 신인왕 이동훈과 대결해야 했고, 2국에선 김승재가 한게임 1지명 김지석과 맞붙어야 했다. 3국은 안조영이 윤준상과, 4국은 홍기표가 이태현과, 5국은 1지명 이영구가 락스타리그 선수 강병권과 대국하기로 정해졌다. '강병권이 이영구 잡으러 간다'는 설이 돌았다. 이것도 한게임의 뜻대로 됐다.
▶ 스마트오로 락스타리그 선수 김누리가 민상연의 1국을 검토해 보고 있다. 김누리는 빼어낸 마스크로 팀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다.
강병권은 말이 락스타리거이지, 중량감은 바둑리그 3지명 수준이다. 얄궂게도, 강병권은 이영구의 제자로서 스승을 격추시켜야 하고, 이영구는 정든 친정팀 한게임을 꺾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야 한다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이 오더는 스마트오로가 앞쪽이 특히 불리하고 뒤로 갈수록 좀 나아지는 것이었는데 1국부터 죽 밀릴 수도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아무리 따져 보아도 스마트오로가 위험했다. 오더의 중요성은 주지하는 바다.
한데 한종진 감독은 덤덤했다. 태평한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오더를 믿는 듯했다.
“민상연은 이동훈이 1국에 나올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겨냥해 내보낸 겁니다”
한종진 감독이 자신있게 말했다.
민상연과 이동훈의 공식전적을 찾아 보면 ‘없음’이라고 떴다. 프로가 된 이후에 맞붙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민상연과 이동훈은 많은 대국을 치렀다. 연구생 시절에 말이다.
이동훈은 지금이나 그때나 유망주였지만 민상연은 이동훈에게 거의 져 본 기억이 없었다. 이동훈의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도 그랬다. 한종진 감독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한종진 감독이 민상연에게 “자신 있지” 하고 물었을 때 민상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국 당일이 되어, 민상연은 대국 전 저녁으로 고기를 사 달라고 했다. 스마트오로는 한국기원 근처 고깃집에서 소갈비를 먹었다. 민상연은 쉽지 않을 전투를 대비해 든든히 먹었다.
이날 가장 먼저 불계로 승리를 거둔 선수는 민상연이었다. 상대에게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민상연은 기선제압의 주인공이 됐다.
소갈비를 구울 때 김승재는 제대로 먹지 못했다. 대국 전 많이 먹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누룽지탕을 시켜줘도 숟가락으로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상대팀 1지명과 겨뤄야 했다. 상대는 천하의 싸움꾼 김지석. 상대전적에서 2승 1패, 간발의 차로 김승재가 앞서고 있긴 했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 도깨비팀 스마트오로의 진수를 보여주 두 선수. 민상연(왼쪽)과 김승재.
김승재는 민상연과 같은 시각 저녁 7시에 대국을 시작했다. 상대 김지석은 우변에서 화려한지만 약간은 무리해 보이는 행마를 했다. 김승재는 '이 때다' 판단했는지 곧장 일직선으로 공격해 대마를 잡아 버렸다. 김지석은 느린 동작으로 계속 머리를 만졌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순들로 김승재가 승리했다.
관전하던 스마트오로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관전해 본 것 처음”이라며 기분 편안하게 웃었다. 이영구도 홍기표도 승리 소식을 전해 왔다. 4-1 쾌승이었다.
주장 이영구는 “스마트오로 사장님, 부사장님, 단장님, 감독님 등 모든 분들이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경기를 즐기자고 하신다. 그래서 대국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즐겁다. 검토 때도 스마트오로는 항상 즐겁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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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오로 락스타리그 선수 김누리가 민상연의 1국을 검토해 보고 있다. 김누리는 빼어낸 마스크로 팀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다.
▲ 도깨비팀 스마트오로의 진수를 보여주 두 선수. 민상연(왼쪽)과 김승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