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행 막차 티켓의 주인을 가리는 중요한 대국은 불과 1시간 10분 만에 결판났다.
안국현 3단의 착각이 부른 허망한 종국이었다.
8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7기 GS칼텍스배 16강전에서 박영훈 9단이 안국현 3단에게 132수 만에 불계승했다.
초반 우상귀에서 안국현 3단은 자신의 귀에서 꽃놀이패를 내주며 비세에 빠졌다. 이후에도 박영훈 9단은 이따금씩 잽을 날렸고 그때마다 안국현 3단은 조금씩 더 당했다. 어쩌면 대국은 다른 때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을 흐름이 됐다.
하지만 중반 하변과 중앙 전투에서, 침착한 기풍의 안국현 초단은 마치 김지석 7단의 행마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자 박영훈 9단 쪽이 뭔가 기분 나쁜 흐름이 되는 분위기였다. 여의치 않음을 느낀 박영훈 9단이 우하귀에서 끊어가는 응수타진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이때부터 하변에서 우하방면은 어지러운 전투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야말로 승부처가 도래한 순간, 갖가지 지략 싸움이 볼 만했던 이곳 접전에서 안국현 3단은 돌 여섯점이 잡히고 귀까지 빼앗겼다. 준비된 묘책이 있지 않았다. 단지 착각이었다.
이 대국을 바둑TV에서 해설하던 김성룡 9단은 “나는 안국현 3단이 태연하게 전투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내가 읽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안국현 3단은 마지막으로 중앙 백에 총공격을 시도했지만 이 백은 원래부터 탄력이 풍부한 돌이어서 역전의 찬스는 오지 않았다.
국후 박영훈 9단은 “초반에 상대의 우상에서 꽃놀이패가 생겨 잘 됐다고 봤는데 그 이후가 막상 만만치 않았다. 패를 너무 일찍 해소했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 하변 타개가 잘 되어서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기에 결승에 올랐었는데 이번에도 결승에 오르고 싶다. 강자들이 많아 잘 될지 모르겠다”며 “다음 판은 김승재 4단과 대국한다. 어제 김 4단이 최철한 9단과 둔 16강전을 열심히 지켜봤는데 거의 완승이었다. 김 4단과 나는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한다.김 4단은 특히 힘이 강한 기사라서 나로서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8강 대진이 갖춰졌다. 원성진-이세돌, 이영구-박정환, 강동윤-김지석, 김승재-박영훈의 구도다.
매일경제신문과 매일경제TV, 바둑TV가 공동주최하고 (주)GS칼텍스에서 후원하는 17기 GS칼텍스배의 우승상금은 7000만원이며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제한시간으로는 각자 10분에 40초 3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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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훈 9단(왼쪽)과 안국현 2단. 안 2단의 생각하는 자세가 독특하다. 
▲ 근래 비씨카드배 본선32강에 진출했으나 응씨배 선발전에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박영훈 9단은 GS칼텍스배에서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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