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6일) 신예대회(하찬석국수배)에서 우승한 현유빈 2단은 입단할 때부터 신진서 9단과 대국하길 소망해왔다. 그 바람을 이뤘다. 마침 신예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 이뤄져서 더욱 좋은 기회였다. 다만 한국랭킹 1위와의 격차는 냉정하게 나타났다.
8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제25기 GS칼텍스배 16강전에서 신진서가 144수 만에 현유빈에게 백불계승했다.
세계적인 스타 신진서는 한국랭킹 1위, 현유빈은 100위권 바깥(한국기원은 공식적으로 100위권 바깥의 기사랭킹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으로, 객관적 전력차는 컸다.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김영환 9단은 “최대 승부처는 우변이었다. 우변에서 한차례 전투가 이뤄진 뒤 승부는 신진서 9단에게로 급격히 기울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현유빈에 대해선 “신진서 9단과의 대결은 잊지 못할 한판이었을 것이다. 이겼더라면 더더욱 뜻깊은 대결이었을 테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신진서 9단은 상승세다. 현유빈 2단이 끝까지 잘 싸웠다.”고 했다.
올해 신진서는 24승2패로 성적이 좋다. 신민준 9단에게 당한 2패가 아니었더라면 전승이었다.
국후 신진서는 “초반의 상변 전투가 만족스러웠다. 우변은 호구쳤을 때 (상대가) 늘어 올 줄 알았았는데, 그렇게 뒀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중계석에서 현유빈 선수를 향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인공지능이 나와 있으니 실력적으로는 저보다 인공지능한테 배울 수 있다. 전에 현유빈 선수의 기보를 보니 인공지능으로 충분히 공부가 되어 있는 걸 느꼈고 그래서 대국에 기대했다.”고 말했다.
▲ 신민준 9단이 전에 '신진서 9단(사진)의 감각이 거의 인공지능과 흡사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신진서는 "아마도 공식 대국에서 저에게 이긴 기사이다 보니까 좋은 얘기를 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 현유빈(사진)은 영재입단대회를 통과했고 하찬석국수배라는 신예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이는 신진서가 걸어온 길이다.
현유빈은 “우변 쪽 전투에서 그렇게 나쁜 줄 몰랐는데 복기 때 보니까 나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도 계가가 좀 안 됐던 게 아쉬웠다.”고 했다. 전에 현유빈은 신진서를 ‘입단할 때부터 가장 만나고 싶었던 기사’로 꼽은 적 있다. 중계석에서 '처음 두어봤는데 어땠는가' 묻자 그는 “기보로 볼 때도 잘 두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둬 보니까 더 잘 두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이 대회를 2연패하고 있다. 이번 25기 대회에 임하면서 우승할 확률을 30%로 내다본 적 있다. 중계석에서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자 신진서는 “내가 그렇게 말했나?(웃음)”라고 하면서 점점 올라갈수록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 다음 상대인 변상일 9단을 이기면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국을 끝으로 16강도 모두 종료됐다. 다음 주부터는 8강전으로 들어간다.
지난 24기 대회까지 이창호 9단이 다섯 번으로 최다 우승을 기록했고, 이세돌 9단이 세 차례, 박영훈ㆍ김지석 9단이 두 번씩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번 GS칼텍스배는 신진서 9단(전기 우승), 김지석 9단(전기 준우승), 변상일 9단ㆍ이호승 4단(전기 4강 진출), 윤준상 9단(후원사) 시드를 받았다.
이번 대회 본선 모든 경기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생중계한다. 제25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매일경제신문과 MBNㆍ한국기원이 공동주최한다. 우승 상금은 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3000만원이다. 전기 대회 상금과 비교해 총 5500만원이 증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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