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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구리와의 10번기 관계로 주장 이세돌이 빠진 신안천일염이 막강 티브로드를 상대로 첫날 두 판을 모두 가져갔다. 사진은 이창호- 안조영 대국이 끝난 직후의 장면. 동명이인이면서 지난해 챔피언 자리를 놓고 뜨거운 승부를 펼쳤던 두 이상훈 감독이 각자 자신의 선수 위치에서 복기를 지켜보고 있다. |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
‘어금니가 없어도 씹는 데는 문제없다(?)’
이세돌이 없을 때 더욱 강해진다. 남도의 자존심, 전년도 챔피언은 뭔가가 달라도 달랐다. 주장이 없는 상황에서 3연패라는 벼랑이 보이자 이심전심 뜨거운 응집력이 살아났다. 디펜딩챔피언 신안천일염이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티브로드를 상대로 첫날 두 판을 모두 가져갔다.
22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 첫날 대국에서 신안천일염은 2국에서 5지명 안형준이 강유택을 물리친 데 이어 이창호 9단마저 안조영에게 승리하면서 티브로드에 2-0으로 앞섰다.
▲ 첫날 두 판의 장고대국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스튜디오. 사진 왼쪽이 안조영-이창호, 오른쪽이 안형준-강유택 대국인데 신안천일염이 이 두 판을 모두 가져갔다.
초반 2패를 당한 마당에 주장 이세돌마저 중국 구리와의 10번기 관계로 빠지면서 커다란 위기감에 휩싸였던 신안천일염이었다. 설상가상 상대는 이번 시즌 유일한 우승 후보라 해도 좋은 2승의 티브로드. 하지만 신안이 첫날 예상을 깨고 2승을 수확하면서 승부는 어찌될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 신안천일염은 지난 시즌 두 차례에 이어 이번에도 이세돌이 빠졌을 때 티브로드를 만났다. 티브로드로서는 왕운(旺運), 신안의 처지에선 혀를 찰 만한 악연(?)일 수 있는데 이상훈 감독은 “티브로드는 지난해도 그랬고 지금도 할 만하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 전, 이세돌 9단이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서 묻자 이상훈 감독은 “구리 9단과의 10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 다음, “이번 10번기 장소가 중국 윈난성 샹그리라라는 곳인데 워낙에 오지라 가는 데만 이틀이 걸린다고 들었다. 본인은 어지간하면 바둑리그를 두고 가겠다고 했는데 일정상 도저히 무리여서 부득이 오늘 출발했다.”라고 배경을 덧붙였다(참고로 10번기는 중국 구리가 3,4국을 연승하며 2-2로 바짝 따라붙은 상태에서 25일(일) 운명의 전환점이 될 5국이 펼쳐진다).
▲ 이번 일요일 10번기의 최대 분수령이라 할 5국을 앞두고 있는 이세돌 9단.
다시 KB리그 얘기를 하자면, 지난 시즌 신안천일염은 이세돌이 이기면 팀이 지고, 이세돌이 빠지거나 지면 팀이 이기는 엇박자 행보를 꽤나 자주 반복했었다. 티브로드와의 상반기 첫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사람들은‘이세돌이 없으니 당연히 티브로드가 이길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신안의 승리였고, 그로 인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긴다.’는 말이 한동안 유행어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나중에 자신이 없어도 이겼다는 사실을 안 이세돌 9단이 “내가 빠져야 이기네!” 하면서 깔깔 웃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 1국보다 간발의 차이로 먼저 끝난 <제2국> 안형준-강유택. 랭킹이나 지명도, 상대전적(안형준 1승4패)에서 모두 열세인 안형준이 강유택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안형준은 초반 우상 접전에서 사석작전으로 두터운 형세를 구축한 다음 강유택의 대마를 줄기차게 몰아쳐 낙승을 거뒀다(254수 백 불계승). 박정상 해설자는 “안형준 선수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다.”는 말로 이 바둑을 총평.
▲ 3경기 만에 첫승을 거둔 신안천일염의 5지명 안형준, 이번 경기엔 안형준-강유택을 비롯 둘째 날 3국의 신민준-김승재, 5국의 이호범-이동훈 등 같은 도장(양천대일) 출신의 대결이 세 판이나 된다.
▲ 이보다 몇 분 전 대국을 마친 안형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국을 맞이한 <제1국>안조영-이창호. 상대 전적에서 18승3패로 안조영의 천적이라 할 이창호 9단이 줄곧 우위를 유지하다 좌변 타개까지 성공하며 쾌승을 거뒀다(177수 흑 불계승). 안조영으로선 상변에서의 착각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던 판.
▲ 직전 두 경기를 패한 뒤 3라운드에 와서 첫승을 거둔 이창호 9단(신안천일염 2지명). 올해 우리 나이 마흔으로 8승9패(47%)의 성적에 랭킹도 23위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다. 속기 적응력이 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확실한 시간 연장책 다섯 개는 한 집과 바꿀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예상을 깨고 신안천일염이 첫날 2-0으로 앞선 가운데 양 팀은 둘째 날,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신민준-김승재, 김민호(퓨)-박정환, 이호범-이동훈(이상 앞이 신안천일염).
첫날 신안천일염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둘째 날은 4국의 결과가 뻔히 보이는 데다 3국도 티브로드 김승재의 우세가 예상돼 마음을 놓기는 이른 상황. 초반 3연패의 벼랑 앞에 서 있는 신안의 입장에선 마지막 5국에 출전하는 이호범에게 결정적 한방을 기대해야만 할 것 같다.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챔피언을 가리는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의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매 대국 승자 4백만원, 패자 7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되며 1지명에겐 40만원의 출전 수당이 별도로 주어진다. 생각 시간은 속기 10분, 장고 90분.
▲ 목진석 국가대표 기술위원과 태블릿피시로 기보를 보며 의견을 주고 받고 있는 이상훈 감독(사진 왼쪽). 지난해 부진했던 각 팀의 상위 지명자를 상당수 영입한 티브로드는 여전히 슬럼프 선상에 있는 이동훈의 컨디션 회복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리그의 말ㆍ말ㆍ말
“야구로 치면 직구만 던지는 선수 같네요”
(김지명 진행자. 안형준이 직선으로 몰아치기만 할 뿐 완급 조절이 안 된다며)
[사진ㆍ기사제공ㅣKB리그운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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