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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독한 일정이 기다리지만 국가대표ㆍ상비군의 첫 훈련에서 선수들의 표정은 밝다. 저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다부지고 의욕이 넘친다. 맨 오른쪽에 김성룡 전력분석관이 서서 훈련 중인 상비군을 바라보고 있다. 그 바로 왼쪽 옆에는 목진석 기술위원이 흐뭇한 표정으로 상비군 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 |
팽팽했던 균형은 무너지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눈에 띄게 밀리고 있는 한국바둑은 눈을 치켜 뜨고 현실을 똑바로 보려고 애쓰고 있다.
7일 저녁 2014 국가대표ㆍ상비군 발대식 직후 한국기원 근처 고깃집 유래회관에서 열린 뒷풀이에서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앞에서 “만리장성을 넘자”고 했다.
유창혁 감독을 사령탑으로, 행군을 시작한 국가대표팀(상비군)은 8일 아침 10시 한국기원 4층에서 모였다. 훈련의 들머리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다.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궁금해하는 것에 코칭스태프가 대답했다.
유 감독은 첫마디부터 강한 정신력을 촉구했다. “이세돌 9단 이창호 9단처럼 오랫동안 일인자로 지낸 사람은 자기 관리가 잘 된다. 그러나 가장 성적이 좋은 박정환 9단조차 그런 수준에 올랐다고 할 수 없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프로지망생 시절처럼 수동적으로 공부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확고히 하고 같이 연구하며, 나아가서는 즐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룡 전력분석관도 "훈련이 고돼 못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탈퇴를 받아준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2014년, 유창혁 감독 아래로 최명훈 코치, 이세돌 기술위원, 이창호 기술위원, 목진석 기술위원, 김성룡 전력분석관을 코칭스태프로 두고 좀 더 체계화한 바둑대표팀은 국가대표팀 남녀 11명과 상비군 18명이 활동한다.
상비군은 월~금 주5일 모인다. 아침 10시에 훈련을 시작해 낮1시~2시에 점심을 먹고 낮5시에 일과를 마친다. 아침은 포석ㆍ신형 등을 연구하고 오후엔 리그전을 벌인다. 경기가 있는 선수는 대국이 끝난 뒤라도 집으로 가지 않고 연구회로 되돌아와야 한다. 단 바둑대회가 많아 연구회가 이뤄지기 어려우면 자율학습으로 대체한다.
대체로 아침엔 연구 낮에는 실전이라는 틀은 실전만큼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중국과 대국할 때 포석에서 숱하게 망하지 않느냐"며 물으며 포석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남자상비군 A팀과 B팀 여자 연구회에는 각각 멘토가 한명씩 끼어 연구를 돕는다. 여기서 멘토는 국가대표팀원들이다. 국가대표팀이 상비군을 맡아 지도한다는 개념은 아주 독특하다.
국가대표팀은 남자팀과 여자팀 주1회 함께 모여 연구회를 연다. 기본이 그렇다는 것이며 앞으로 주2회, 3회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대표 중 조한승과 조혜연 등 몇 명은 정기 연구회와 관계없이 매일 나온다는 방침이다. 조혜연은 국가대표팀 훈련에 집중하려고 개인적인 일들을 정리했다. 국가대표팀은 상비군 훈련에 비해 자율적이다. 연습바둑을 둘지 리그를 할지 토너먼트를 할지 포석연구를 할지는 알아서 동료들끼리 한다. 국가대표들은 멘토 역할하랴 연구회 하랴 바쁘다.
이창호 이세돌 목진석 기술위원은 국가대표 멘토와 어느 정도 비슷한 역할을 하다가, 세계대회 결승이나 10번기급 큰 기전이 있을 때는 외국 상대를 집중분석하는 팀을 꾸린다. 당장 벌어지고 있는 10번기에서 이세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창호 기술위원은 "한 달에 두 세 차례 기술위원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는데 더 자주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감독과의 대화'를 끝낸 선수들은 팀마다 흩어져 오전 연구를 시작했다. 오후엔 5월19일부터 펼쳐질 천원전을 대비해 맞춤형 훈련을 곁들인다. 제한시간을 목표로 삼은 기전과 같게 한다든지 조건을비슷하게 해 훈련하는 것이다.
상비군의 훈련은 기량 향상도 도모하지만 세계대회 본선 출전 자격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정 개정을 통해 상비군 리그 성적, 상비군끼리의 세계대회 선발전 결과를 반영하는 혜택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유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한국기원과 검토 중이다. 이런 규정 변화가 이뤄진다면 기존의 랭킹 순으로 주던 국가시드 비중은 줄어들고 선발전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유 감독은 “국가대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세계대회에서 한국바둑 성적이 나빠지면 이제 바둑팬들은 개개인이 아닌 국가대표팀을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한 팀이다. 책임이 막중하다. 피곤하다 힘들다 해서 낙오해선 안 된다.”라고 국가대표팀에게 당부했다.
▲ 오전 10시부터는 감독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코칭스태프의 의도는 대화가 의미하듯 양방향 소통이었는데 선수들이 대체로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결정하든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지여서 주로 코칭스태프가 발표하는 분위기였다.
▲ 뒤쪽으로 보이는 4명은 목진석 기술위원(왼쪽부터), 최명훈 코치, 유창혁 감독, 김성룡 전력분석관.
▲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 국가대표팀 훈련이지만 주1회의 기본 훈련 외에 추가적으로 어느 정도 빈번히 참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박지은(왼쪽)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연구회(홍연)이 있어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겠지만 기본 훈련을 벗어나서 많이 나올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 부드러운 카리스마 유창혁 감독. 유 감독은 "정신 차리지 않고 있다간 중국에 밀려 10년 이내 완전한 바둑 2류국가가 될 것"이라며 선수들이 강하게 정신 무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 김성룡 전력분석관. 김 전력분석관은 어린 선수들 가운데서 퍼지는 '온라인대국 실전 횟수만 많으면 실력 향상이 절로 될 것'이라는 믿음에 반대한다. 이 믿음은 중국의 어린 선수들이 온라인대국을 많이 하는 것을 본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영향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유창혁 감독은 "온라인대국을 많이 하면 새로운 변화, 새로운 포석에 대한 정보는 풍성히 얻을 수 있지만 연구를 따로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운용하는 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고 부연한다.
▲ 지금껏 자유로운 연구만을 해 온 한국선수들은 아침 9시~낮5시, 주5회는 고된 훈련 일정이라 여길 수 있다. 최명훈 코치는 "정상급 기사가 되길 바란다면 어차피 바둑이 곧 생활이 돼야 한다."며 "상비군 훈련은 개개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1989년 이후 출생자가 모인 상비군 A팀에 시드로 들어간 안성준.
▲ A팀보다 어린 1996년 이후 출생자가 모인 상비군B팀의 신민준.
▲ 코칭스태프의 이야기를 선수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 해피걸 오정아는 여자상비군 4명 중 한명이다.
▲ 선발전을 통과하며 상비군A팀 소속이 된 한태희.
▲ 영문바둑 블로그 운영, 주한미군바둑보급 그전엔 학업 등으로 바쁘게 살아온 조혜연은 승부사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국가대표팀 훈련에 전념하기로 했다.
▲ 가장 왼쪽은 여자국가대표팀 주장 김혜민. 오른쪽은 박지은. 국가대표팀 전체 주장은 김지석이며, 각 팀마다 주장이 정해질 예정이다. 주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한다.
▲ 한국랭킹 1위 박정환(맨 왼쪽)도 코칭스태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 목진석 기술위원은 "아침10시~낮5시, 한주에 다섯번. 잘 적응이 안 되겠지만 각자가 한국바둑을 대표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힘이 날 것이다."라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잘 따라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 유창혁 감독과 최명훈 코치가 남자국가대표팀을 따로 불러 이야기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국가대표팀에게 바라는 것은 거의 하나로 압축된다. 상비군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창혁 감독 -> 황소삼총사 멤버 최철한과 박영훈에게) "두 사람은 시간이 얼마 없어. 나이도 찼고, 어영부영하다간 끝물이야. 바짝 공부해야 해. 천하의 이창호 이세돌 같은 사람도 나이 드니까 후배들에게 자꾸 밀리지 않나."
▲ (최철한 박영훈)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나오겠습니다."
▲ 박정환 "저는 경기 없을 땐 할 것 없어서 잘 나올 수 있어요. 대신 실전 위주로 하고 싶어요. 상비군 리그에 참가해도 좋고."
▲ 국가대표와 상비군의 오전 훈련이 시작됐다. 연구회다.
▲ 안성준, 안국현, 류수항, 이지현 등 상비군이 둥그렇게 앉아 초반 연구를 하고 있다.
▲ 태극기 앞에서 공부하는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목진석 기술위원과 국가대표 멘토 박정환이 상비군 훈련에서 기술과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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