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 너만 믿는다(단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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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 너만 믿는다(단편1-3)
2022-05-02 조회 75    프린트스크랩

사회적인 부적응자란 못 배우고 가난하고 몸이 불구인 사람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자, 진실을 말하는 자, 남들이 다 가는 넓은 길을 외면하고 혼자 외로운 길을 가는 자가 현대사회에서 부적응자의 범주에 놓아도 되리라. 왜냐고 이들은 어차피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이므로. 학장이 기독교인이면 평소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교회에 나가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 김 선생 목소리 좋아서 교회 성가대 독창하면 잘하겠다.”

학과장은 교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 대학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면 말하곤 했다.

싫습니다. 나는 노래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기성의 조직사회에서 원하는 자란 그저 로봇모양 변신과 임기웅변이 강하고 양심을 헌신짝처럼 버릴 줄 아는 자라야 무난한 자였다.

엘리트 집단인 대학에서도 진입장벽은 높기만 했다. 이미 높은 자리를 점유한 자들은 자신들의 직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더 높은 성벽을 쌓고 외부인들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더 무서웠다. 오늘 신문에 철창을 탈출한 도사견이 길가는 어린아이를 물어 죽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원래 도사는 투견용으로 육종한 것으로, 지금의 고이치 지방인 일본 시코쿠(四國) 섬 도사가 원산이다.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오로지 사람의 몸보신용으로 좁은 우리에서 살만 찌운 잡종 육견이, 우리를 탈출하면 사람을 무는 개로 둔갑하는 것이다. 움직이면 살 빠지므로 아주 비좁은 사육장에서 사육되어진다. 사람과 교류를 통하여 자신이 아래 서열임을 학습해야 하는데, 육견들은 사람과의 따뜻한 교류가 없었다. 그렇기에 서열이 파괴된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공격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도 이 육견들과 다름없는 신세인지도 모른다. 기성의 힘 있는 자들은 그들의 고유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규제와 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철장을 만들어 우리를 사육해 오고 있다. 좁은 우리에서 각종 경쟁을 통하여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는 순수한 어린 영혼들을 비웃으며 그들이 만든 각종 질서에 순종하도록 길들인다. 철망은 엉뚱한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터지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힘의 논리에 밀려 중심에서 벗어난 치들은 선량한 대학생들을 부추겨 서민 대중이 잘사는 유토피아 변형된 사회주의 논리를 앞세우며 사회의 거리를 메운다. 또한, 노동자 농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척 사람들을 부추기곤 잽싸게 국회로 줄행랑을 놓고서는 정치가 어떻고 철학이 어떠며 법은 또 어떠해야 하는지 개똥철학을 논한다. 심지어 교육까지도 저들이 장악하고는 어린 ·고등학생들 앞에서 어설픈 논리를 내세우는 무수한 하수인들을 키워 오고 있다. 심지어 교사란 사람이 자신의 성기를 대낮에 내놓고 길 가는 여학생들 앞에서 자위를 하였다고 했다. 이렇게 교단에도 정신이 돈 사람들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대가리가 썩으니 아랜들 썩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형의 돈을 꿀꺽한 최 씨도 이 사회의 손발 중에 하나인데, 손발도 만만치 않게 썩어있었다. 오늘 아침에 등산을 가다가 들은 얘기다.

“68살 먹은 놈이 8살 먹은 여아를 자전거로 납치하여 화장실에서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아파트 동 주민들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영감을 보았는데 화장실 안에 여자아이가 앉아있었어. 이상해서 경비들이 합세하여 그놈을 잡아서 경찰에 넘겼지. 신원조회를 해보니 무려 48번이나 성추행을 한 전과범이라네.”

도대체 이 나라의 잘난 국회의원과 법관 나리들은 무엇을 하길래 성범죄를 예방하는 법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지 정말 한심하였다. 강력한 법을 만들면 거세형에 자신들이 걸려들까 봐 못 만드는지도 모른다. 더욱 꼴불견은 죄인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윤리위원회에서 떠들어 강력한 법을 못 만든다는 것이었다. 선진국이라면 성범죄 3회만 넘어도 팔찌를 채워 사람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된다는 법을 제정해두고 있었다. 횟수가 더 증가하면 심지어 현대판 거세형에 처하는 것이었다. 한국 땅에는 성범죄가 날로 증가하는데 윤리위원회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자신과 동료들의 일거리를 지키기 위해서, 범인들의 요구가 있으면 변호를 맡아야 되므로 날이면 날마다 성범죄를 저질은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해 주어야 된다고 언론과 방송에서 떠들고 있었다. 성범죄 48번이면 외국에서라면 벌써 거세되어 두 번 다시 더러운 성기를 사용치 못했을 것이었다.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기사는 못 보았다. 그 잘 떠들던 윤리위원회와 종교 단체에서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어차피 피해자들은 남세스러워 법에 가서 떠들지도 않고, 변호사들에게 의뢰하여 변론을 부탁하지 않으니 돈이 되지 않음으로 관심 밖이었다. 결국 피해자만 몸과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평생을 어둠 속에서 고통 받는 것이었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깥에서 형이 구루에게 밥 주는 소리가 났다.

임마, 이거 말이다. 우리도 매일은 못 묵는 기다. 우리 엄마 애 낳으면 우리 아버지가 시장에 가서 사 와서 끓여 주었던 큰 대합 조개탕이다.”

구루가 먹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잠들은 밤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조개탕을 먹은 구루는 내일부터 형으로부터 호된 훈련을 견뎌야 된다.

우리 집 아침은 구루와 형이 제일 먼저 일어난다.

물어, 좀 더 힘껏 물어. 놓치면 안 돼.”

나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몸을 빼 창문 틈으로 밖을 보았다. 형은 큰 막대기에 마대자루로 말은 헝겊을 구루에게 물리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구루는 마대자루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만약에 구루가 마대자루를 놓으면 형에게 매타작을 당할 것이다. 형은 사람이 물러서 사회에서 쉽게 당했지만, 구루만은 형 대신 독종으로 행동해야 되는 것이었다. 형은 어제 만든 마대자루를 구루에게 물린 뒤, 몽둥이로 구루의 몸을 두들겨 팼다. 나를 본 형도 멋쩍은 웃음을 씩 웃더니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싸움개는 한 번 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놓아서는 안 되거든. 그라고 내가 구루보다 계급이 높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된다. 요놈들도 주인을 깔보면 물어 분다.”

형은 마대자루를 물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구루를 계속 돌렸다. 불쌍한 구루. 우리를 대신하여 세상의 불의에 대적하기엔 구루는 어울리는 동물이 아니었다. 우리 자신들이 좀 더 강해져야 하고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데, 형과 나는 둘 다 고지식하고 남을 잘 믿어서 판판히 깨어질 팔자를 타고난 것이었다. 형은 구루의 아구 힘을 키운 뒤, 무거운 타이어를 구루의 목 뒤에 달고 밖으로 뜀박질을 나갔다. 구루가 형을 못 만났더라면 지금쯤 개장국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피와 살로써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형을 만난 게 과연 잘된 일인지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구루가 본 게임을 뛸 날이 내일로 다가오고 있다. 형은 구루가 내일 우승하면 적어도 오백만 원 이상은 나가는 투견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구루 니가 우승해야 된다. 이천만 원 최 씨한테 떼었으니 니가 보충해다오. 구루 니만 믿는다.”

형은 구루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있었다. 만약에 형이 바라는 대로 구루가 우승하지 못하면 형의 실망감과 구루가 받아야 하는 구박을 옆에서 내가 고스란히 보고 있어야 한다.

형의 강한 욕망, 말 못하는 짐승을 통하여 자신의 어리석음을 보상받으려는 그 마음이 나를 두렵게 한다. 형의 입장이 되면 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도사견 서너 마리가 줄에 메여있고 개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덤 주위로 모여들고 있었다.

, 김형. 구루 훈련 많이 시켰는가 봬. 전에 보다 살이 많이 빠졌네.”

수퍼집 박 씨였다. 박 씨가 독그를 몰고 먼저 와있었다. 독그는 전에 볼 때보다 더 살이 쪄 있었다.

박 형은 독그 너무 찌운다. 우리 구루보다 체중이 한 배 반은 더 나가겠다.”

싸움을 못하니 체중이라도 불려야 견디제. 이번에 또 지면 보신탕집에 근수로 달아서 팔아야제.”

그랬다. 싸움에 지는 순간 도사들은 복날 몸보신용으로 대부분 팔려갈 것이었다. 어쩌면 사람도 개들의 운명과 별반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날품을 팔다가 근력에 힘이 빠지고 늙게 되면, 직장이나 일터에서 버림을 받게 될 것이었다. 여성들은 가정이란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굳히고 있지만, 남정네들은 일없이 집안을 배회하다가 작은 골방에 자신을 숨기고 잡지 나부랭이나 신문을 샅샅이 읽거나, 종일 텔레비전의 열렬한 시청자가 될 것이다.

, 그러면 지금부터 구루와 독그의 싸움이 있겠습니다. 약간 체중 차이는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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