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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천하제일의 묘수(妙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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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천하제일의 묘수(妙手)
2011-07-19     프린트스크랩


바둑을 두는 방법은 시대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천해 온 것 같다. 후한 시대의 문인 반고(班固)<혁지(奕旨)>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가끔 허세를 설치하고 미리 배치하여 스스로 호위를 하니 이것은 포희 씨의 그물 치는 제도와 같음이요, 제방을 두루 일으켜 세우고 무너짐을 막는 것은 하후 씨의 홍수 다스림의 형세를 말함이며, 구멍이 하나 부족하여 무너지고 일어서지 못하고 조롱박에 물이 넘치는 실패가 있고, 복병을 만들어 거짓 설치하고 포위망을 충동하고 횡행하는 것은 전단(田單)의 기계(奇計)가 분명하다. 요해지에서 서로 겁략하고 땅을 분할하여 상()을 취하는 것은 소진과 장의의 자질이요, 분수를 알아 승리를 거두되 용서하고 베이지 않는 것은 주문왕의 덕이요, 망설이는 선비 걸음이 귀를 보전하고 옆을 보완하고 연속하여 패하더라도 망하지 않는 것은 요공의 지혜이다···.>

 

위의 글을 살펴보면 바둑판 위에서 돌의 방위나 설치, 또 보완이나 돌진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반고보다 조금 뒤의 인물인 후한 시대의 기성 마융(馬融)은 그의 <위기부(圍棋賦)>에서, 먼저 네 귀와 포진하는 방법을 말한 후 죽은 건 살리려 하지 말고 먹을 것은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진에 깊숙이 뛰어들면 해로움이 있으며 급하더라도 함부로 덤벼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짓꾀를 써선 안 된다는 점이다.

 

<···네 변에 남아 살려면 수습을 빨리 해야 하고, 경영함이 궁색하더라도 거짓 꾀를 써선 안 된다. 깊이 생각하고 멀리 보아야만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

 

거짓꾀, 바로 이것을 사람들은 졸기(拙技)라 부른다. 현대에 와서도 졸기는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평규(金平糾) 실장의 경우다. 어느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한다면,

 

<사람에겐 누구나 고상해지려는 심리작용이 존재한다. 특히 자신의 취미생활에는 더욱, 절대 우월의 상승심리를 갖게 된다.>

 

나름대로 해석을 붙이지 않는다 해도 그 자신은 무척 고상한 취미를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 무언가 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하 직원을 망신시키거나, 어쭙잖은 행동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직원들이 반격의 화살 한 대 날리지 못한 것은 그가 ‘대도(大道)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소문 탓이었다.

 

그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줄 몰랐다. 고스톱이나 당구 · 탁구 등에도 취미가 없었고,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는 것까지 아예 담을 쌓고 있었다.

그런 그가 신통하게도 바둑만은 3급을 두었으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취미가 오직 바둑뿐이니 친구라 해도 바둑을 두지 못하면 사귀지를 아니했다.

 

그런데 김실장에게 고약한 버릇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승부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탓에 단 한판이라도 내기가 아니면 두지를 아니하고, 열 판을 두어 단 한판이라도 지는 날엔 그냥 넘기질 아니했다. 몹시 볼쾌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흘겨보거나 부리나케 문밖을 왔다 갔다 하며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기가 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만만한 거래처 사장을 불러, 어미 뱃속에서 죽어서 나온 ‘송치’라는 송아지 고기 서너 접시를 하고 사무실로 올라오다 소리나게 손바닥을 쳤다.

‘키야! 고런 수가 있었구나!

마침내 그는 바둑을 두어 연전연승할 수 있는 기막힌 비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이른바 ‘천하제일의 묘수’였다. 김실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해낸 묘수란, 바둑이 불리해지면 실수한 척 손바닥으로 바둑알을 밀쳐버리거나 옷자락으로 감아내리면서 시치미를 뗐다.

 

김 실장이 이렇듯 기막힌 수법을 쓴다 해도 누구 하나 시시콜콜 따지는 이가 없는 것은 그곳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납품업자인 탓이었다. 어쨌거나 김실장은 자신이 개발한 ‘천하제일의 묘수’ 덕분으로 쏠쏠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하루는 갑자기 기획실에 들른 도무송(都茂松) 회장에게 새 상품에 대한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본래 도회장은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였는데 어찌어찌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부터는 신문에 칼럼을 쓰거나 동창회 석상에 나가 고사성어를 적절한 곳에 잇대어 좋은 평판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신문 칼럼이나 연설문의 초안이 모두 김실장에게서 나온 것이고 보면, 도회장과의 교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브리핑이 끝나고 도회장이 문득 한 판의 바둑을 청하자 김실장은,

 

“회장님, 저는 내기바둑이 아니면 두질 않습니다.

 

하고 딴전을 피웠다. 진 쪽에서 걸찍한 술자리를 마련한다는 조건 하에 두 사람은 바둑판 앞에 대좌했다.

이날은 모 경제신문의 취재부 기자도 동석하여 도회장의 대국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둑판 위에 점점이 돌이 놓이기 시작했다.

 

중반전에 이르기까지 김 실장은 줄곧 유리한 형세를 지탱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바둑판을 노려보던 도회장이 중앙에서 하변에 걸친 김실장의 대마에 일격을 가해왔다.

김실장이 생각하지 못한 급소의 일격이었다. 대마를 살리자면 자연 뒤쪽의 꼬리 부분을 떼주고, 원진(遠陣)을 쳐서 잡은 도회장의 말과 수싸움을 벌여야 했다. 유리하다고 해야 기껏 5집 정도였는데 10점이 넘는 꼬리 부분을 떼어주었으니 패할 건 정한 이치였다. 그때였다. 김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손을 들어 바둑판을 짚어버렸다.

 

와그르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둑알들을 내려다보며 도회장이 소리쳤다.

 

“이런 쓰8!

 

그때 찰칵 후래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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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奕 |  2011-07-24 오후 8:42: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으음... 후래시가 터졌다는 것은 뭔 뜻인지 모르겄네  
js2215 |  2011-07-25 오후 12:32: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후레시가있어서 증거가확실하네요 나도이런일을당한적이있는데 그분은 바둑을놓지않아요 한시간쯤지나면 애가터저서 내가 가버리지요 바둑은 자신의 수양이요매너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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