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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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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내
2011-07-15     프린트스크랩


“아이구,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 안심하게!

 

나는 장모의 전화를 받고 실소(失笑)를 풀풀 날리며 상체를 소파에 묻어버렸다. 벌써 몇 번째인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짜증섞인 표정으로 나는 투덜거렸다.

 

결혼한 지 5년 남짓에 아내는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다. 처음엔 수면제를 스무 알이나 먹더니 두 번째엔 쥐약을, 세 번째엔 한약재로 이용하는 대부자(大附子)란 걸 이용했다.

물론 자살은 미수에 그쳤지만 지난 5월부턴 가계부 안에 하루하루 유서를 쓰는 습관을 키우고 있었다. 자식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운 자책감을 아내는 또박또박 새기듯 써놓았다.

 

보름 전. 오랜만에 다니러 온 장모는 아내가 쓴 가계부를 우연히 들여다보다 질겁하여 비명을 질렀다. 그때부터 찰거머리처럼 아내 곁을 떠나지 않고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며 좋은 말만을 꽃가루처럼 향그럽게 풍겨냈는데도 아내는 교묘히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에이구, 그 놈의 자식이 뭔지·····. 술을 조금 마셨기 망정이지 여차직했으면 큰일 치를 뻔했다니까·····.

 

장모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훌쩍훌쩍 흐느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통화가 끊길 때까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꾸욱 눌러 참고 있었지만 부글부글 뱃속이 끓어올랐다.

도무지 되는 일이 없었다. 이번에 일주일간 지방출장을 지원한 것도 아내가 확실하게 자살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인데 또 미수에 그친 것이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아내의 가계부를 한 장씩 넘겨보았다. 6월 들어 ‘아들’이란 단어가 페이지마다 새까맣게 끄적거려 있었다. 그것은 장모의 짐작처럼 이제껏 갖지 못한 자식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네해 전. 친구의 여동생을 유혹해 몇 달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오다 아들 하나를 얻은 사실을 아내는 알고 있었다.

단골 술집 호스티스에게 부탁해 그런 사실을 알린 것은 극도로 날카로운 아내의 신경을 갈퀴질해 자살을 유도해내기 위한 각본이었다. 기특하게도 아내가 이런저런 반론 한마디 없이 자살을 택해 주었지만 그때마다 미수에 그친 것이다.

 

아내는 불행한 모든 일을 해묵은 과거 탓으로 돌려 생각했다. 신혼여행지에서 토해놓은 아내의 과거. 그녀에겐 첫사랑의 남자가 있었다고 했다.

여러 해 동안 깊이 사귀어 왔는데 굳이 그 사내를 떠나 나에게 시집 온 것은 우리들이 결혼을 함으로써 양가의 권위가 크게 빛나리라는 부모님네의 암팡진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이 죄라면 죄였다.

 

내가 아내의 깊은 비밀을 안 것은 다섯 달 전이었다. 우연히 아내의 일기를 훔쳐보게 되면서 나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깊어갔다. 지금도 그 사람을 잊을 수 없다느니, 또는 이제껏 아이를 갖지 못한 것은 과거 남자와의 사이에 생겼던 아이를 유산시켜버린 죄라는 등·····.

 

나는 교묘한 방법으로 아내에게 자살을 유도했다. 이쯤이면 끝났다 싶은데 아내는 불사조처럼 살아나 또박또박 가계부에 유서를 썼다.

이제는 더 이상 기다려 줄 수도 없었다. 요즘 들어 친구 여동생의 성화는 불같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아예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떻게 한다?

 

나는 소파 깊숙이 상체를 묻으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반짝 가스라이터 불이 당겨졌다 스러지는 순간 섬광처럼 묘책이 스쳐갔다. 아주 흔한 방법이지만 아내가 자살을 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이제껏 아내는 자살을 하면서 같은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스 밸브를 열어놓았다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가 가스불을 당겨 사고가 난다 해도 자연스럽게 보일 수가 있는 방법이 있었다.

아내 혼자만 집에 있게 되면 내가 꾸민 일이 아닌가 의심받을 염려가 있지만 장모가 함께 있고 보니 일을 치르기가 수월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완벽한 계획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아내가 돌아오길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즐거워했다.

 

장식장의 문을 열고 ‘죠니 워커 블랙’이라는 양주병을 꺼내들었다. 평소 입안이 깔깔하다 싶으면 조그만 잔에 술을 따라 목젖을 헹궈내곤 했었다. 나는 양주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평소의 버릇대로 얼음을 채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 순간, 온몸이 갑자기 찌르르 울었다. 목젖이 타버린듯한 강한 충격에 두 눈이 튀어나올 듯 불거지더니 하반신의 힘이 빠져나가고 상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가까스로 술병을 들고 바라본 순간, 눈은 커다랗게 치뜨여지고 이가 딱딱 마주쳤다. 붉은색 술병 안엔 10여일쯤 술에 절은 대부자(大附子) 조각들이 흔들흔들 떠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들은 내가 집어넣은 독약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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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ang |  2011-07-16 오전 3:18: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거어 ... 들 위험한 생각들 하시네... 학교가서 썩을려구들... 그렇게 마눌이 싫으면 정정당당하게 위자료주구 이혼 하시요 들... ㅉㅉㅉ  
초저녁별빛 |  2011-07-16 오후 5:31: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별로 아름답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창사특집이랍시고 줄줄이 시리즈로 풀어놓는 이유가 대체 뭔지  
belcanto 넘 막장드라마만 보션나부다 ㅎㅎ 꽁뜨의 묘미...음미할 줄 아는 방법을 모르시는 듯하니 참 안타깝당~
개고생 |  2011-07-20 오후 8:28: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꽁트는 문학의 일 내포이고 문학은 문화의 한 분야입니다...문화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분도 그러시길 원합니다. 먹고 싼다고 돈벌고 그런다고 모두 다 사람다운 삶은 아니겠지요..  
대우주류 |  2011-07-30 오전 4:21: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도대체 이게 뭐꼬..? 이것도 꽁트라고 올려 놓은 것인가? 정말로 한심하고 배워 먹지 못한 부류의 인간들이로다. 이것도 글이라고 쓴자나 이곳에 올려 놓은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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