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은 홍문과교리, 수찬 등의 자리를 거쳐 예조에 근무하고 있었다. 김옥균은 안동김문이기는 했으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충청도 공주의 향리에 터를 잡고 살면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으나 어린나이에 6촌뻘이 되는 김병기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안동김문의 주류로 편입된다.

김옥균의 양부 김병기는 김좌근의 친아들 김병기와는 동명이인으로 여주군수 강릉부사 등을 역임하면서 양아들 김옥균을 잘 키워 문과장원급제를 시켜 일약 안동김문의 주목을 끌게 된다.

"호호, 그대는 말해보라. 일본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일본의 속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민비가 이동인을 쏘아보며 즉답을 요구했다. 그녀의 질문은 일본과 잘 지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개화파가 가장 곤욕스럽게 생각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적의 장점을 취해 우리의 약점을 보강하는 것이 외교의 덕인 줄 아옵니다. 독도 때로는 약이 되는 거 아닌지요?"

이동인이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개화파는 일본이 거론될 때마다 계속되는 공박에 나름의 대응논리를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개화파의 대응논리라는 것은 일본의 야욕에 이용당하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은 1876년 강화도조약을 조선과 체결한 후 일본 외교의 최대과제를 세우고 있었는데 그것이 조선을 중국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일본은 조선이 중국과의 기존관계를 계속 가져가는 한 궁극적 목적인 조선침략과 병합을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대조선 정책을 만들고 펼친다. 그 중 하나가 조선 안에 친일파들을 지원하고 키우는 과정에 이동인이나 김옥균 등의 개화파들이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호 딴은...아직은 조선의 국력이 약하고 문물의 발전이 더디니 아쉬운 대로 일본이나 청나라 등에 의지해야겠지요. 마마 안 그렇습니까?"

민비가 군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그렇소이다. 역시 중전의 판단은 빠르시오."

"호호 판단이야 상께서 더 빠르시지요. 그건 그렇고 마마?"

"오. 뭐 다른 할말이 계시오? 여봐라 너는 그만 물러가거라."

군왕이 이동인에게 물러가란 손짓을 했다. 이동인은 삼배를 하고 건청궁을 물러나왔다. 건청궁 안에서는 왕과 왕비 내외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궁인들까지 함께 웃는 것으로 보아 무엇인가 재미난 화젯거리가 나온 모양이었다.

"역적이야."

"역적은 무슨? 김공의 말이 맞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이 사람아. 이 책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엉?"

이동인은 아문으로 돌아오자 아문은 벌집 쑤신 듯 부산했다. 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홍집을 욕하고 또는 변호하며 소란을 떨고 있었다.

(부산 범어사의 의상대사 존영. 이동인은 범어사 출신의 승려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