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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훈 "이창호, 나만의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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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훈 "이창호, 나만의 라이벌"
감독열전 8/ KIXX의 멘토 감독 최명훈, "연패하면 극약처방 할 것"
| 오로IN 2013-05-27 오전 09:50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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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훈 감독(KIXX 75년생), 작년까지 리그 선수로 활약했다. 올해 첫 감독을 맡은 신임감독이기도 하다. |
"만약 이창호만 없었더라면, 적어도 이창호와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많은 타이틀을 따냈을 것이다. 적어도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의 영역을 넘어선 프로들은 최명훈 전까진 없었다. - 중앙일보 박치문 위원의 2002년도 평가
어찌됐든 '최명훈'은 한국바둑사에 기록이 남을 인물이다. 비록 이창호로 인해 정상에 가는 길은 번번히 가로막혔으나 그가 프로기사로서 걸어온 '바둑 외길'은 최명훈 이후의 후배 기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 패턴이 된 것이다.
그는 입단 초기부터 "바둑은 나의 전부이며 바둑이 없다면 나는 아무 것도 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를테면 그를 설명하는 단어들에는 근성, 고집, 열정, 집념이 잘 어울린다. 돌하루방은 어째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창호가 '돌부처'이니 그에 필적하는 동갑라내기 라이벌의 등장에 이런 별명이 붙었었다. 최명훈의 독기와 집념엔 어울리지 않은 데다, 재미도 좀 없어 보였으나, 90년 후반 당시엔 많이들 그냥 가져다 썼다.
"바둑 스타일이 이창호와 비슷해서, 그냥 그렇게 많이들 불러줬다. 그때 당시에는 그런 거 신경을 안 쓸 때라 무관심했다. "
5월 1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만난 최명훈 감독(KIXX)은 '돌하루방'이란 예전 별명에 대해 마음에 들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는 오로지 이창호 9단과의 승부 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승부'라는 바둑 외길을 고집하던 사내가 KB바둑리그 '감독'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KIXX팀을 최명훈 감독이 구성했을 때, 오로의 기자들은 그야말로 '깜놀'했다. 작년에 리그에 참가했던 오로팀과 매우 비슷한 구성이라 대국 오더를 볼 때마다 작년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도깨비팀 '오로', 이제 그 도깨비팀을 보강한 KIXX팀을 최명훈 감독이 맡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작년의 주장이었던 이영구 선수가 2지명이 되고 2지명이었던 김승재가 주장이 됐다.
○● 2013 KB바둑리그 KIXX팀 구성 - 지명순
1부 : 김승재, 이영구, 한상훈, 안조영, 이희성
2부 : 한승주, 류민형, 박지연, 최홍윤
"선수 드래프트 순번 8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락스타까지는 예상이 안 되지만 이런 라인은 예상했다. 고민을 했었다. 누구를 주장으로 할 것인가, 뽑을 당시의 랭킹을 중요시했다. 만약 반대로 해서 랭킹이 높은 사람이 2지명이 되면 그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랭킹은 정답이 아니지만, 특별히 다른 기준으로 뽑기에도 이상했다."
이영구보다 나이어린 김승재를 주장으로 앉힌 이이갸기 나온다. 최명훈은 KIXX의 신임 감독이다. 생애 첫 '감독'직을 맡은 것이기도 하다. 시련이 금방 다가왔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까지 모두 패했다. (인터뷰 이후 이어진 3회전도 패했다. 상위 지명자의 부진이 심하다.)
최명훈 감독은 팀이 연패를 했지만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2회전까지 1,2,3장이 3명이 한 판을 못 이겼으니 안타깝긴 하지만 4,5장이 잘 하고 있으니 1,2장이 잘하면 성적은 금세 좋아질 것이다. 제가 가진 승부에 대한 관점은 그 누구라도 바둑판 앞에 앉으면 '50:50'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 앞에 랭킹 1.2위가 앉아 있어도 마찬가지다. 바둑판엔 변화가 많기에 5:5 승부일 뿐이다. 성적의 호불호에 대해 신경을 안 쓴다.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음가짐에서 주눅들지 않고 더 나아가서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자기바둑을 두면 된다. 승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다."
▲ 혹시 오로팀인가? 작년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오로팀과 선수구성이 겹치지만 전력은 더 강해졌다. 앞줄 2,3번이 락스타 한승주와 박지연, 4번째가 최명훈 신임감독, 6번째에 이영구 선수, 뒷줄 왼쪽부터 이희성, 안조영, 주장 김성재,류민형,최홍윤,한상훈이 차례로 보인다.
○● 최명훈을 이해하는 두가지 열쇠, '아버지', '이창호'
한국은 누가 뭐래도 학벌이 중요한 사회다. 최명훈은 이창호세대 이후에서 바둑 외에 다른 쪽엔 걸치는 시늉도 하지 않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바둑에 전념하더라도 대부분은 학교에 적을 두고 생활했지만 최명훈 학교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 선택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열정과 집념이 아들에게 그대로 옮겨붙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 최 감독에겐 <아버지>란 말이 화두일 거다. 바둑을 배우게 한 사람도 아버지요, 학교 교육을 포기하고 바둑에 모든 것을 걸라 한 것도 아버지다. 중학교 진학을 택할 것인가, 프로 입단을 택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최명훈 감독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잠깐동안 사라지고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돌아가시고 나서 어제가 49제였다. 이천 호국원에 모셨다. 찾아뵙고 아버지 생각을 했다. 어려서 바둑을 배우게 된 계기도 아버지 때문이었고, 이 길로 들어선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바둑을 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을 때 강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다. 다만 지나서 보니 힘든 과정이더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6세에 입단했다. 요즘엔 어떨지 몰라도 그때엔 이 나이가 빠른 게 아니었다. 아버지와 함께 관악산 체력훈련을 했었고, 한겨울에 바람막이만 있는 암자에서 극기훈련도 해봤고, 경남 함양 용추사에서 바둑전지훈련도 했었다."
최명훈 감독의 부친 최오순은 올해 3월 28일 별세했다. 최 감독의 부친인 최오준 선생은 바둑계에서도 엄한 아버지로 소문난 편이었다. 골프로 치면 박세리의 부친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는 최 감독의 눈에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도 같았지만 얼굴을 손으로 살짝 비비고 금방 명랑한 얼굴로 돌아왔다.
"올초 힘들었다. 건강하셨었는데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다. 말기 위암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돌아가셔서 많이 힘들었고. 또 돌이켜보니 아들 하나 있는 현재 제 입장에서 아버지가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렸을 땐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10대 중반이 되어선 반항도 하고 그랬다. 지금은 그때 아버지 입장은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다."
학업을 포기하던 순간의 기억도 최명훈 감독의 뇌리에 아직 남아있었다.
"88년도인가 그런데 기억은 어렴풋하다. 저를 불러다 놓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길(바둑)에 들어서면 학교란 건 형식에 불과하다'라고."
최 감독은 아버지의 권유를 따랐다. 아들의 인생 목표도 아버지와 같았다. 프로입단과 바둑만을 바라봤다.
"충암에 들어가면 학교에 적을 두고 공부를 할 수는 있었다. 지금과 달리 그땐 18살이 차서 연구생을 나가면 입단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 목표는 프로 입단이었고 꼭 했어야 했다. 나중에 검정고시도 가능할 거라 생각은 했다. 그렇게 외길로 들어섰다. 돌이켜보면, 다른 위치에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외길이 되니 강박이 생기더라. 제가 연구생 때 두각을 나타낸 것이 아니었다. 당시의 16세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88년에 입단대회 처음 나갔고, 89년이면 입단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단에 실패하고 방황했다. 90년에도 실패하고, 91년에 입단했다. 그렇게 김성룡과 입단동기가 됐다. 하하"
▲ 아버지, '아버지'를 기억하던 중 잠시 안경을 벗었다.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이겼어도 하나도 안 기뻐"
한국에는 75년생 부근의 프로기사가 많은 편이다. 이들은 저마다 '이창호 트라우마'가 있고 라이벌 의식도 있다. 트라우마는 이창호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기 때문에 생겨났다. 혼신을 불살라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마음에 작던 크던 상처가 생긴다. 최명훈은 그런 와중에서도 이창호와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부대낀 라이벌이다.
"(동갑내기들 중에서) 입단하고 나서, 제일 공부 열심히 한 프로는 아마 저일 거다, 3년 이상 정말 열심히 했었다. 딴 거에 한눈 팔지 않고 대국에만 집중했다. 그런 상태로 공부에만 초점을 맞추니까 성적이 났다. 93년 기성전 본선(세계일보 주최, 다른 기전 본선 7,8개에 진출한 효과가 있을 정도로 당시엔 대형기전이었음)에 올랐다. 이창호를 필두로 조국수님(조훈현 9단), 서명인님(서봉수 9단), 유창혁 9단의 4인방이 아직 쟁쟁하던 때였다. 조국수님은 이창호를 빼곤 1년에 한두 판도 잘 안 지던 시절이었다. 그런 조국수를 넘어 96년에 도전자가 됐다. 계속해서 명인 기성 도전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 8번 준우승, 1번 우승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세계대회인 후지쯔배 결승을 빼놓고 계산했다.)
"정확히는 10번 결승에 올랐다. 그중 9번 준우승을 했다. 이창호에게 7번 지고 조훈현에게 1번, 이세돌에게 1번 졌다. 이세돌과 만났을 땐 제가 하향세일 때였다. 조국수님과 결승에 만났을 때는 제가 타이틀(LG정유배)을 딴 다음이라 분명 이긴다고 생각했었다. 덤 5집반 시절이었고 돌가리기에서 흑을 잡고 '이겼구나' 했는데.... 졌다. 하."
- 이창호에게만 7번이다. 당시에도 최명훈 선수와 자주 마주쳤지만 이야기 나눌 기회는 없었다. 이런 결승 대국이 보통 8시 넘어 끝나니까. 이창호와는 정말 독하게 싸운 것이다.
"다시 돌이켜봐도 입단한 다음부터의 목표는 이창호 9단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땐 (이창호를) 넘어서야 한다는 오직 그 생각밖에 없어서, 다른 프로와 둘 때보다 더 긴장하곤 했다. 승부사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이다. 긴장해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거 말이다. 그 상태로 이창호를 만나 대국을 두니 될 리가 있나."
"그땐 다른 프로를 이기는 건 별로 기쁘지도 않았다. 리그에서 7전 전승으로 도전자가 되었어도 기쁘지 않았다. 이창호 다음의 2,3인자가 '조,유' 였는데 그들을 이겨도 기쁘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지금서 보면 다른 사람들에겐 좀 건방져 보였을 수도 있겠다. 목표를 그렇게 가지다 보니 그랬다. 네명(조,서,유,이)이서만 모든 타이틀을 지지고 볶던 때라, 이창호를 만나려면 반드시 이창호를 둘러싼 이 세명을 이겨야 했다. 이 세명을 이기고 이창호에게 다가간 프로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00년 언저리부터 이세돌이 출현했다."
○● 최명훈 감독(KIXX 작년까지 선수), 선수에서 감독으로
- 2012년까지 바둑리그 선수로 뛰었다. 감독이 되어서 선수들 두는 것을 보면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은가?
"작년에 조금 느낀건데, 아무래도 초반이 괜찮아도 나중에 실수해서 역전 당하는 경우 많아졌다, 뭐랄까. 승부를 포기한 건 아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구나, 그렇게 느꼈다. 감독을 해도 선수생활을 완전히 접는 건 아니니까 부족한 것은 리그가 아닌 다른 기전에서 채울 수도 있다."
 - 2패를 당해서 초반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것 같다. 신임감독으로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데.
"1차전은 정관장에게 1-4로 졌고, 2차전은 신안에게 졌다. 신안과는 첫날 2승을 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려한 대로 그렇게 되더라. 승부는 이번 2번이 끝이 아니다. 정관장과 신안은 원래 강팀으로 생각했었다. 이제 우리팀이 슬슬 살아날 것이다. 아직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문을 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 치유하면서 좋아질 수 있는 선수들이다."
주전뿐 아니라 락스타도 감독의 의지에 따라 쓸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락스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 있다. 감독이라는 이름 자체가 팀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때문에 선수들 컨디션을 봐서 이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겠다. 오더 관련일로 따로 연락하지는 않는다. 오더는 항상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8개팀의 감독들 중 자신의 승부에도 가장 치열한 감독이 바로 최명훈이다.
- 이창호 9단과 가장 치열한 승부를 벌인 동갑내기 프로였다. 이제 본인은 감독이 됐고 이창호는 아직도 선수다. 그 나이대에서 선수만을 고집했던 경우는 이제 이창호 정도 아닌가?
"예선 결승에 가 보면 지금 이 나이 정도가 최고의 위치다. 가끔 제 왼쪽에 유창혁 9단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전 지금도 누구와 만나더라도 실력적으로 5:5 승부라고 본다. 이게 인위적인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제 또래 다른 기사들보다 (이창호는 별개로 하고) 성적이 좋다. 저 빼곤 별로 없다. 제 바둑의 목표는 지금보다 나이 훨씬 들어서도 '저 선배는 성적은 안좋아도 항상 만만치 않다' 그런 소리를 후배들로부터 듣고 싶은 것이다."
최명훈 감독이 갑자기 이창호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감독 제의를 받고 감독 선임이 됐을 무렵, 최 감독은 이창호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창호가 먼저 한 것인지 최 감독이 먼저 한 것인지는 약간 헷갈린다. 아무튼 이창호는 '절친'의 변신에 당황했다.
이창호, 친구의 감독행에 당황
"감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원래부터 있었다. 그런데 창호가 전화통화를 하다가 그러는 거다."'야, 이거 너무 급작스러운 건 아냐? 올해 갑자기 감독하다니? 너무 빨리 변신하는 거 아냐?' "
아마도 이창호 9단이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작년까지 같은 팀(롯데)에서 함께 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최명훈이었다. 작년까지만 조훈현,유창혁이 있어 이창호는 어쨌든 최고령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창호는 올해 정말로 최고령 선수가 됐다.
- 이창호도 외로웠나보다. 이창호도 인간이었네.
"하하, 예전에 승부를 치열하게 할 때도 서로 친했었다."
당연하게도 최명훈의 바둑인생에서 이창호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불가능하다. 이창호와 최명훈, 이 둘은 정말 지독하게 붙었다. 이창호-최명훈이 경쟁할 때 도전기는 제한시간 5시간이나 4시간이었다. 솔직히 대국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선 힘들었다. 기다린다는 게 참 힘들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들이다. 정작 대국자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 최명훈은 그 시간이 짧았다고 한다.
"시간이 그렇게 길었는데도 정작 시간이 없었다. 끝날 때쯤 되면, 왜 이렇게 빨리 가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오직 이창호에 대한 목표 하나로 전성기를 버틴 최명훈이지만 승부를 떠나면 이창호와 가장 친한 프로였다. 참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정도의 경쟁관계가 되면 단순히 식사자리에 같이 있는 것조차도 서먹서먹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창호와) 많이 친했다. 결승전이 끝나고 나선 같이 오락도 한 판하고 그랬으니까. 승부에 대해선 순수했다. 머리를 맞대고 10시간 이상을 겨루다 같이 밥먹고 오락하고 노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다. 승부는 승부고 친구는 친구였다. 그런 생각이었나보다. 서로에 대해 비밀을 털어 놓을 사람이 많지 않은데, 자주 만나거나 하진 않아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창호도 고민이 많았다. 다 커서도 힘들거나 비밀이 있는 경우엔 그 비밀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잖나, 그럴 때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있는 사이였다."
최명훈 감독과 비슷한 나이에 감독을 맡는 게 요즘 바둑리그의 트렌드다. 이창호가 최 감독의 감독직 수락에 당황(?)한 건 최 감독이 이창호와 함께 선수생활을 더 오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창호의 소박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최명훈 감독은 기본적으로 바둑승부가 있으면 열심히 하고 다른 일에도 관심이 많다. 수읽기도 여전히 강하고 발음도 좋고 외모도 받쳐주니 방송해설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최명훈의 KIXX팀으로 화제를 돌렸다.
▲ KIXX의 주장 김승재, 바둑리그 초반 3패로 부진하다. 김승재여 살아나라.
- 김승재와 이영구는 둘 다 주장급의 선수다. 그러니까 2지명 선발된 이영구의 자존심 문제가 있을 텐데 말이다. 주장이 2인이 될 수 있는 팀이지만, 김승재와 이영구의 심적부담이 심해지면 2지명만 둘 있는 팀이 될 수도 있다. 감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데. 복안이 있는지?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 KIXX 선수 모두가 주장이라는 생각으로 끝날 때까지 임했으면 한다. 이게 특별한 오더전략이라기보단 어떤 친구를 주장으로 뽑아 놓으면 주장의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포스코에서 신진서가 3장이 되는 파격이 있었다. 그 순서에 뽑히면 그 언저리의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5지명 선수라도 3지명에 뽑히면 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어느 지명으로 뽑혔는지는 중요치 않다."
최명훈 감독은 이 한 마디를 선수들에게 하고 싶었나 보다.
"다들 주장처럼 생각하라, 자기들 스스로를 , 그렇게 생각하면 올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 3,4,5지명인 한상훈, 안조영, 이희성의 색깔이 너무 비슷하다는 지적과 평가도 있다.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조롭다는 느낌도 있다. 현재 드러난 결과를 보면 4지명과 5지명이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이건 4~5지명이 약세인 팀에 비해선 큰 장점이다. 9명의 선수들 중 5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 올해 바둑리그의 큰 변화인데.
"주어진 상황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았을 뿐인데 결과가 그렇게 됐다. 이희성은 워낙 뛰어나서 입단 후 지금이 최전성기가 아닌가 싶다. 이름(지명도) 같은 거는 생각을 안 한다. 우연찮게 이런 결과가 나왔다. 우리팀은 누구를 내보내도 만만한 선수들은 없는 편이고, 허점이 있는 선수가 없다. 락스타에겐 될 수 있는 대로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
- (신진서, 신민준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영재기사가 한승주(96년생)다, 양신이 너무 어려서 마치 한승주는 나이를 좀 먹은 느낌까지 들게 한다. 최감독이 KIXX의 락스타 1지명으로 발탁하면서 한승주도 나름 자신감을 가졌을 것 같다. 이 선수에 대한 평가를 듣고싶다. 그리고 본선리거로의 발탁도 생각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다.
"눈여겨본 선수(연구생 지도사범 때부터)다. 지금은 어떤 식으로 노력하는가가 중요하다. 기대를 할 만하며 발전 가능성이 많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겠다. 다른 어린 친구들도 마찬가치다. 아무리 많이 공부를 해도 목표가 없으면 별 소용이 없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세계적인 선수가 된다. "
"저랑 직접 비교하면 제가 입단대회 나갔을 정도 나이에 입단한 친구들이고, 그때의 저보다 훨씬 세니까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다만 한승주는 아직 여물진 않았다. 좀 더 여물면 리그 중후반에 투입 가능성이 높다."
 어린 기사들에게 대한 염려도 있다. 너무 조급해하다 쉽게 지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크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매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 2지명 이영구 선수는 3회전에서 승리해 팀의 유일한 승점을 올렸다.
"염려스런 부분이 있다. 부모님의 입장에선 매스컴에 자주 나오고, 그래서 1,2판 이기면 좋게 보이겠지만 그런 성과들에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 차분하게 준비하라."
- 입단 후 프로기전에 임하는 어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제가 '목표'가 없었다면 과연 과거에 그렇게라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연하게 본선에 올라야겠다, 그런 게 목표이거나 하면 안된다.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그냥 자리에 앉아서 마냥 열심히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공부를 해서 느는 것도 있겠지만, 승부감각을 잃으면 안 되는 것이다."
- 비슷한 질문이다. 지금은 이전처럼 이창호의 독식시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세돌,박정환 같은 정상급의 벽을 넘기 위해 오늘도 분투하는 후배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한 마디.
"조급해 하지 마라. 개인적인 고민들이 많은 거 알고 있다. 군대문제도 있고, 학교문제도 그렇고 여자친구 문제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이창호란 목표 하나를 가지고 조급한 승부를 많이 했다. 지금에 와서 더 넓게보면 마음을 편안히 갖고 했으면 좋았을 거다. 물론 해이해지라는 뜻은 아니다. 조한승을 보면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면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성적을 내는 게 가능하다. 조바심을 내지마라. 성적은 계속 좋을 수가 없기 때문에 1-2년 못 할 수도 있다. 자기 레벨을 꾸준히 유지해 갈 수 있으면 된다. 사실 정상권을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 속기와 장고라는 측면, 한국바둑이 초속기 편향이라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4~5시간 도전기를 수없이 겪어본 감독으로서는 어떤 의견인지?
"프로들은 어떤 레벨에 올라가는 게 힘들다. 만약 옛날의 도전기 형태 구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으면 현재의 이세돌이 더욱 절대강자의 위치에 서 있었을 것이다. 이세돌의 주위는 박정환, 김지석,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같은 선수들이 둘러치고 있었을 것이니, 다른 기사들이 근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
최명훈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꼭 속기가 좋다, 장고가 좋다라는 그런 관점보다는 다양성이었다. 그래서 이 질문에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프로들이 바둑을 목금토일. 생방송으로 저녁 시간에 하는 것은 일단 좋다. 이 바둑들엔 역전이 많다. 예전 바둑에선 중후반 정도면, 역전의 길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100수 언저리에서 반면 10집 차이가 났을 때, 제 주관이긴 했지만 이길 수가 없으니 더 이상의 수순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던지기도 했다. 아마 지금 같은 제한시간이면 그 정도 차이면 끝까지 뒀을 것이다."
"과거에 초반 포석에 시간을 엄청 쓰는 게 그래서였다. 오전을 끝내고 점심 후에 한참 지나서도 보면 60수 정도 진행되어 있곤 했다. 지금은 비슷한 시간대(제한시간 3시간 국수전의 경우)에 진행된 판을 보면 100수를 훨씬 넘어 있다. 장고바둑을 둘 때에도 선수들이 속기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포석감각은 젊은 친구들이 과연 좋은 건가? 포석의 하나 하나를 그 뜻을 알고 두는 건지? 모르고 두는 건지. 젊은 프로들과 검토를 하다보면 잘 모른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승부는 상당히 세졌지만 포석감각이 엉터리인 친구들이 랭킹이 높은 쪽에도 좀 있는 거 같다. 당연하다. 초반이 좀 나빠도 후반에 따라잡으면 되거든. 반대로 장고바둑에선 초반이 나쁘면 역전이 쉽지 않다.그런 내성이 쌓여 있어서 후배들이 초반을 대충 짜는 거 같다."
 최명훈 감독은 장고 바둑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신 기전 형태의 다양함이 보완재로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5지명 이희성(82년생), '장고의 제왕', '대기사'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장고바둑을 좋아한다. 이희성은 예전 "사람들은 내가 장고 좋아하는 것만 알고 있지, 속기 잘 두는 것을 잘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3라운드까지 모두 출전해 2승 1패, 팀의 보배로 거듭나고 있다.
"시청자들이 제한시간 3시간짜리를 보고 싶겠나. 물론 다양해지면 좋긴 한데 프로대회는 미디어가 필요하고 미디어는 (정해진 패턴에 따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아진다. 어쨌든 프로들 스스로 수법만이 아닌 감각과 이론의 수준을 끌어올렸으면 한다. "
"심한 이야기지만 요즘 예선전을 보면, 두기 전에 승부가 나 있는 판이 많이 보인다. 꽤 있다. 의미가 있을까?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 사람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라도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후배 유망주들 입장에선 그가 오늘 대국이 있다 하면 그 판에 집중하는 한 판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상대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질 수 있는 그런 구조 아닌가. 극단적으로 오픈전 예선에서 랭킹 10위 안쪽에 있는 선수가 랭킹 200위랑 두면 이게 뭔가. 물론 그 승부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지만 모든 기전은 치열해야 매력이 생기는 법이다. 여러 다양한 기전이 나와서 그 승부 자체가 치열함을 보여야 팬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가령 대주배에서 조훈현-서능욱-서봉수 같은 시니어 선수들의 판은 젊은 프로들도 진짜 재밌게 봤다."
'멘토형' 감독의 극약처방은?
- 감독 중에선 선수로서 전성기를 가장 오래 누린 편이고, 성취도 많았다.
"바둑리그 선수로는 한 번도 우승 못 해봐서 감독으로서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누군가를 우리 선수로 뽑게 되면 그 선수들이 바둑리그뿐만이 아니고 다른 기전에서도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조언도 해주고 싶고, 단순히 감독이 아닌 바둑계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 보통은 '바둑이란'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최감독에게는'이창호'란?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할 것 같다.
"그냥, 젊었을 때는 넘어야할 벽이었고, 넘지 못했다. 지금도 그때에 비해 나이 들었다는 생각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이창호는 여전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다. 프로기사들은 다른 분야와 다르게 한 번 알게되면 거의 평생을 간다. 김승준 9단을 알게 된 지 벌서 30년이다. 웬만한 선후배는 기본이 20년이다. 이창호와도 벌써 28년을 알고 지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같은 계통에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이창호는 '나만의 라이벌'이다. 다른 사람들은 '저게 무슨 라이벌이야' 그랬겠지만 내게는 라이벌이자 친구이자, 동료였다."
- 감독 최명훈에게 바둑이란?
"지금까지 평생을 해왔던 제 인생의 동반자다. 내게 바둑을 빼면 이야기할 게 뭐가 있겠나. 앞으로도 제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동반자다. 감독이란 선수로서 승부를 다르게 지켜봐야 하는 직업이다. 승부사로서의 마음가짐과는 다른 것들이 있다."
인터뷰가 끝났지만 약간의 여운이 남았다. 자리를 뜨면서 몇 마디를 마지막으로 주고 받았다. 아직 3라운드를 치르기 전이었다.
- 상대팀 감독들에게 경쟁심은 안 생기나, 벌써 앞서가는 감독들도 있는데?
"차차 생길 것 같다. 이상훈 티브로드 감독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만일 팀이 3패를 하게 되면 '극약처방'이 필요할 것 같다."
최명훈 감독의 어린시절, 학업을 포기하고 바둑 외길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극약처방일지도 모른다. 인터뷰 이후 진행된 3라운드, KIXX팀은 19일과 20일 열린 3라운드에서 한게임에게 패해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최명훈 감독의 '극약처방'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아직도 승부사다.
[취재 | 최병준, 박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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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alibus |
｜ 2013-06-23 오전 8:0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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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준우승자이자 세계대회 4강 8강에 여러번 간 강자인데, 언론이 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세계기전 성적은 창하오를 제외한 육소룡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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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달빛 |
｜ 2013-05-23 오전 12:4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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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이면서도 처신 또한 올곧아 만인의 사랑까지 차지하였으니 스승의 은혜 참으로 크네요..넘어서지못한 상대를 수십년의 지기로 만든 최감독의 그릇이, 오늘은, 우리의 보배인 두 사제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진주로 빛나네요... KIXX 응원할께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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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달빛 |
｜ 2013-05-23 오전 12:3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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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국수 멋있네요.. 최명훈감독 좀 더 인간적인 멋이 있네요.. 최감독에게 이국수 같은 스승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국수가 전성기에 최감독같은 넘어야할 목표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국수는 청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참으로 당대의 기성이랄 수 있는 스승을 넘어섬으로 스승에 보은하였으나 자만하지 않고 수련을 게을리하지않고 정상을 오래 지켜 자신의 이름과 더불어 스승의 명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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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flight |
｜ 2013-05-22 오후 1:0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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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국수 이 기사읽으면 술한잔 사야겠네.
참 승부의 세계란...
안그래도 사는것 자체가 승부의 연속인데
승부를 업으로 삼는 삶을...
뭐 후회가 없으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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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별 |
｜ 2013-05-22 오후 12:4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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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KB바둑리그 포스코켐텍팀 구성 - 지명순 이라고 쓰여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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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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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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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abyu01 |
｜ 2013-05-22 오전 11:3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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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지기 친구... 그것도 같은 계통에서 일하는... 프로기사라는 직업이 조금은 부럽네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내가 있다면, 그건 별로일것 같네요... 너무 힐들것 같다... 그냥, 월급 받는게 나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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