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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인으로 돌아온 女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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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인으로 돌아온 女帝
| 한창규 2005-01-05 오후 00:36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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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사범님은 날 가르치려 오셨나 봐요.”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조혜연. 맞부딪쳐 싸우면서 기량이 업그레이드됐을 뿐만 아니라 대국관 등도 귀감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우러러 봤던 루이나이웨이로부터 1년 전에는 꿈같은 4연승을 거두며 여류명인과 여류국수를 쟁취, 난공불락의 성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철의 여제’는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게 아니었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조혜연 앞에 나타나서는 ‘타이틀 보관증’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 중 하나, 여류명인을 되돌려 받아갔다.
제6회 여류명인전 도전3번기 제2국
○조혜연 5단 ●루이나이웨이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1. 04
- 결과 : 195수끝, 흑불계승
장면1 (최대 격전장)
하변 공방에서 빚은 실수가 명암을 갈랐다. 4귀생을 한 흑의 실리가 돋보이는 상황에서 백이 의지할 곳은 하변 일대의 영토 개척. 최대한 벌려간 백1은 당연한데 질투심으로 돌입한 흑2는 명백히 과속. 좌하의 결함을 가로 돌보는 진행이었으면 무난했다. 백3으로 다그치면서 반상은 최대의 승부처로 들어선다.
실전진행1 (다급해진 흑)
불씨를 안고 돌입한 수는 ‘유리해도 강수를 둔다’는 루이나이웨이의 바둑관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좋은 흐름을 흐트러놓은 죗값마저 면할 수는 없다.
백1이 리듬을 타는 수. 3까지 행사한 후 5로 몰아잡는 것이 수순이다. 흑6은 내친 걸음이나 백7로 밀어올리자 좌우가 급해졌다.
참고도1 (진로 수정)
침입한 돌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도중의 진로 수정은 생각하기 힘들다.
흑1은 애써 침입한 하변을 포기하는 발상. 외곽에서 활용하며 피해를 줄이는 길일지 몰라도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전진행2 (속된 행마)
대세를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조혜연. 좌우 흑을 핍박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승세를 구축하는 일만 남았다.
그랬는데 백1로 건드려 간 것이 진로 이탈의 시발. 이어서 백3으로 끊고 5로 몰아가는 동작도 속된 행마법이다. 18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흑이 잘 풀린 모습. 크게 시달림 받아도 시원찮을 양쪽 흑이 오히려 깔끔하게 정돈됐다.
참고도2 (백의 주문)
백1로 들여다본 수는 흑2로 잇기를 기대한 주문. 흑을 무겁게 만들어서 운신을 거북스럽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전인수의 수읽기. 곧이곧대로 이어줄 상대가 몇이나 되리오.
참고도3 (속수무책)
오른쪽 흑일단은 어느 정도 숨을 돌린 모습이므로 이번에는 응당 왼쪽 흑을 핍박할 순서. 백1로 젖혔더라면 응수가 난감했을 것이다.
흑2로 따내는 것은 백3으로 붙여 속수무책. 이후 흑A로 젖히면 백B로 맞끊는 맥이 기다리고 있다.
참고도4 (지금이라도)
<실전진행2> 백3으로 끊은 수도 거듭된 실수. 단순히 백1로 젖혀가야 했다.
7에 건너붙이는 수순을 얻으면 흑일단을 크게 제압할 수 있었다. 흑2로 달리 A에 늘더라도 굳이 백2로 끊는 악수교환은 해둘 필요가 없지 않은가.
참고도5 (무리한 막음)
설마 ▲로 버텨올 줄 생각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백1로 막는 수가 있다고 속단했던 걸까.
백1에는 일전을 불사하는 흑2가 강력한 저항. 흑은 하변쪽만 수습하면 되는 데 비해 세군데로 갈라진 백은 이쪽 저쪽 바빠진다.
참고도6 (끊음도 불가)
그렇다고 백1로 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흑4, 6이 듣고 있어 12까지 되레 백이 잡혀 버린다. 실수를 깨달은 후 조혜연은 한참 동안이나 손길이 얼어붙었다.
귀추가 주목됐던 타이틀전. 지켜낼 경우 조혜연은 명실공히 독주체제로 내달릴 있었으나 아직은 루이나이웨이의 파워가 건재했다. 마흔셋 나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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