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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음은 너무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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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음은 너무 괴로워
| 한창규 2004-12-27 오전 11:23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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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조금 더 이겨줄 수 있는 실력이었기에 못내 아쉽다.
그래도 몫은 했다. 홈그라운드에서 뒤집으려 했던 계획은 차질을 빚었지만 반전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일당백의 위용을 과시하던 예꾸이를 눕히고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으로 윤영선의 이름값을 했다.
이제 남은 카드는 박지은 단 사람. 중일의 숲을 헤치고 3연승을 올려야 하는 버거운 싸움. 그러나 나이와 경험을 제치고 실력으로 주장의 중책을 맡았을 만큼 애초부터 그에게 거는 역할과 비중은 최고로 컸다. 내년 1월 상하이에서 속행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지은 폭풍’을 기대한다. 중국 6승, 한국 3승, 일본 1승.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10국
○윤영선 4단(한국) ●쉬잉 5단(중국)
-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 날짜 : 2004. 12. 24
- 결과 : 227수끝, 흑불계승
장면1 (의문스러운 방향)
전투를 즐기고 실리를 선호하는 윤영선은 ‘흑의 바둑’에 능하다. 한발 늦게 출발한 백쪽이 실리를 좇다 보면 엷음을 수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딱히 패착이 드러났다기보다 그 엷음이 발목을 잡았다.
첫번째 원인이 백10. 실리를 벌면서 공격하는 이 수는 기백은 호탕했으나 원활치 않는 흐름으로 빠뜨렸다.
실전진행 (갇혀버린 백대마)
좌상 진영을 확대한 △는 그 대신에 흑1이 놓이는 바람에 오른쪽 백이 약해졌다. 흑3이 좋은 방향. 백5로 응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먼저 우하귀로 붙여갔으나 흑5의 선제공격을 받자 상황이 급박해졌다.
결국 백대마가 갇히며 하변에 광활한 흑모양을 제공했다. 24의 돌을 움직이는 싸움에 자신이 없었던지 26부터 삶을 걱정해야 하는 난국에 빠졌다.
참고도1 (평범한 씌움)
좌상 백진은 호방하나 폭이 넓어서 당장 집이 되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넓은 게 오히려 불만스러워지는 구석도 있다. 백대마가 갇혀서는 좌상일대를 확장한 점수 이상을 까먹었다.
역시 평범한 백1이 정수가 아니었을까. 흑2에 백3으로 받으면 폭은 좁지만 단단하다.
참고도2 (백의 의도)
어쩌면 윤영선의 머릿속에는 이 그림이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흑1 쪽으로 받아줄 때 백2로 씌워가는 구상. 흑3에는 백4로 늘어서 좌상의 폭이 이상적이 된다.
장면2 (불만스러운 결과)
△를 움직여 나가는 수단에 검토의 무게가 실려 있을 즈음 윤영선은 백1부터 단도직입적인 폭파작전. 하지만 달가운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흑에게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던 △를 제압당했으며, 좌하 12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낳은 데에는 상대의 과수, 그리고 상대가 방치한 엷음을 나무라지 못한 잘못도 포함돼 있다.
참고도3 (통렬한 추궁)
사실 ▲는 심했다. 아니, 그 이전부터 흑의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
백1로 흑이 남기고 간 엷음을 찔러갔더라면 궁지로 밀어넣었을 것이다. 흑2부터 차단하고 8로 끊는 것은 백15, 17의 맥이 있어 불가하다. 그리고 흑2로 7은 백A.
참고도4 (상황 역전)
그렇다면 흑1로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백2를 당해서 꼴이 영 아니다.
이제 흑3, 5는 이삭줍기. 백은 하변을 싹싹하게 버리고 좌변을 경영한다. 순식간에 역전 무드다.
참고도5 (서서히 공격)
따라서 <장면2> 흑8로는 곱게 1로 늘어두는 정도였다. 하변쪽은 백2의 벌림을 허용하더라도 흑3으로 근거를 빼앗으면 여전히 칼자루를 쥘 수 있다.
실수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쉬잉이 잘 둔 바둑. 구이양 세계여자대회 우승, 전국개인전여자대회 3회 우승의 실력을 전부 드러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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