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한 대로 중국세는 거셌다. 13판의 32강전 한중 맞대결에서 9승 4패로 한국을 압도했다. 내용적으로는 그 이상일지 모른다. 그 가운데 ‘신적 존재’ 이창호를 첫판에서 끌어내린 건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전과.
오로지 ‘타도 이창호’를 외치며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노력이 결실을 맺는 걸까? 사실 이창호는 너무 노출돼 있다. 자신의 장단점을 전부 드러낸 채 베일에 가린 상대방을 제압하기란 쉽지 않다. 첫 상대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비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창호가 없는 굴, 살아남은 기사들의 투지가 더욱 불타오르지 않을까.
장면1 (적시의 활용)
공교롭다. 작년 16강전에서 대면했던 최철한뤄시허(羅洗河)가 올해 다시 그 장소, 그 무대에서 얼굴을 맞댔다. 당시는 최철한이 가볍게 불계승.
오늘바둑도 길게 가지 않았다. 최철한은 일찌감치 황홀한 묘수를 터트려 상대를 그로기로 몰아넣었다. 흑1로 넓히자 뤄시허는 백2로 돌입. 직감적으로 뛰어들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생각이 짧았다. 아니, 최철한의 정밀한 수순이 돋보였다. 흑3부터가 적시의 활용. 백8 다음의 한수가 백의 심장을 찌른 독침이었다. 어디였을까?
실전진행1 (1선의 묘수)
흑1이 바짝 독이 오른 ‘독사’ 최철한의 독침. 미리 연구한 듯 자신만만하게 새로운 길로 판을 끌고나가던 뤄시허의 심장을 멎게 한 1선의 묘수였다.
뤄시허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 시간을 물 쓰듯 하며 번민을 거듭했건만 도통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참고도1 (불충분)
처음에 검토실에서는 흑1로 지키는 수를 거론했다. 이 수에는 백도 2로 잇는 것이 최선. 이것으로 흑 석점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
백2는 이후 흑3으로 퇴로를 차단당하더라도 6이 선수로 들어 8까지 타개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 그리고 흑1로 7을 선수하는 것은 백2, 흑A에 백1로 움직이는 여지를 제공한다.
참고도2 (자연사)
정곡을 찔린 백. 상변만의 문제라면 하등 어렵지 않겠지만 앞서 침입한 우상귀의 한점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에 때이르게 난관에 봉착했다.
백1은 흑2로 이단젖혔을 때 응수가 막힌다. 10까지는 △가 그대로 고사(枯死). 쓸데없이 1수를 허비한 꼴이나 다름없다.
참고도3 (게임종료)
일단 백1의 이음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 수에 대해서는 흑도 2로 막아서 백의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뻗치도록 하는 것이 집요한 몰아치기. 백돌이 오른쪽으로 향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우상 백 한점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그것을 회피해서 백3으로 제자리에서 도모하려고 하면 흑2에 모든 게 마비된다. 8까지 게임 종료.
실전진행2 (승세 확립)
세면장을 들락날락, 아무리 눈을 씻고 쳐다봐도 백3부터의 악수를 두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9, 11의 맥으로 △의 피해를 줄였지만 치명상을 입었기는 매한가지.
최철한은 값진 선수마저 빼앗아 우변의 요충에 말뚝을 박으며 질 수 없는 태세를 확립했다.
장면2 (공격력으로 매조지)장면2
승부는 사실상 상변의 공방에서 판가름났다. 이후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뤄시허의 처절한 몸부림.
다음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도발에는 단단히 본때를 보여주어야 하는 법. 흑2부터는 최철한의 막강 공격력을 과시하는 독무대의 흐름. 결국 백의 본체를 수중에 넣으며 통쾌하게 판을 매조지했다. 점심시간 5분 전, 대국개시 3시간 25분만에 맨 먼저 8강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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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어시
논뚜럭
신촌타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