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요 5단의 바둑은 기풍을 요약하면 이렇다.

1. 두텁다.
2. 실전적이다(현실적이다).
3. 전투력이 좋고 잔수에 강하다(노림이 강하다).
4. 침착하다.

박문요의 이러한 기풍이 여실히 드러난 바둑이 2008년 8월29일 일본에서 열렸던 도요타덴소배 준결승, 씨에허 7단전이다. (위 사진)

씨에허(謝赫)가 누군가. 이세돌 9단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외국기사다.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는, 예전의 이창호 스타일을 빼다박은 기사로 현재 중국랭킹 3위에 올라 있는 강타자다. '흔들리지 않는 중국의 석불' 씨에허에게만큼은 폭풍 같은 흔들기가 먹히지 않아 1승3패로 밀리고 있는 이세돌 9단. 그는 일찍이 씨에허의 바둑을 일러 "특별한 강점도 안 보이지만 특별한 약점도 어딘지 모르겠다"고 평한 바 있다.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린 4회 도요타덴소배 16강전에서 우승후보 이창호 9단을 완파하며 단숨에 결승에까지 치고올라가 세계를 놀라게 한 조선족 기사 박문요 5단(왼쪽).

박문요는 중국랭킹 5위. 2005년인가 LG배 8강과 삼성화재배 16강에 올라 국내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조선족 기사'가 어느새 슬그머니 중국의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기사로 성장했다. 더군다나 이번 도요타덴소배에서는 이창호-목진석을 연파해 향후 한국을 위협할 강력한 존재로 떠올랐다. 16강전에서 한국의 '원조 돌부처'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그가 박정상과 이세돌을 연파하며 올라온 '중국의 돌부처'를 준결승에서 어떻게 요리했는지 감상해 보자.

그의 '돌부처 요리법'은 목탁을 두드려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대의 겨드랑이를 깃털로 간지럽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난장판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작전이었다. 좌하변에서 촉발된 싸움이 전국으로 일파만파 번진 이 바둑은 시종 싸움으로 일관한, 근래 보기 드문 육박전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스릴 넘치는 한 판이었다. 이처럼 박진감 있고 변화무쌍하며 재미있는 바둑을 언제 보았던가.

먼저 불문곡직, 이 바둑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총보]를 첫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찬찬히 놓아보시길 권한다. 그런 다음 아래 [참고도]를 보면 그 맛을 좀더 음미할 수 있다. (해설은 바둑TV 송태곤 9단의 생중계를 참조하였다.)

		백△로 두칸협공했을 때 흑1로 둔 이 대목이 이 판을 '징글징글한 싸움바둑'으로 휘몰아친 뇌관이었다. 백2, 4는 굉장히 실전적이고 강렬한 선택. 백의 모양이 썩 좋아뵈지는 않으나 오른쪽 세력을 믿고 "한판 붙어보자"고 선언한 것. 상대가 이렇게 급박하게 몰아치면 원치 않아도 도리없이 급류를 탈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다~" ^^
<장면1>

		백의 두칸협공에 보통은 흑1의 눈목자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흑11까지 정석이 이루어진다고 볼 때, 다음 백A로 꼬부리는 수가 우변 백세력(△)과 안성맞춤이라고 씨에허 7단은 본 듯하다.
<참고1도>

		또 한가지 수법은, 평범하게 흑1로 한칸 뛰는 수. 그러나 이때는 오른쪽 백세가 있으므로 백이 한칸으로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2의 두칸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흑은 A로 덮어누를 수 없다. 당장 백B, 흑C, 백3으로 끊을 것이므로. 해서 흑3은 어쩔 수 없고 이후 백은 D로 두든 E로 두든 택일을 할 것이다. 흑이 이렇게 못둘 것은 없으나 왠지 백에게 선택권을 넘겨준 듯하여 기분이 그렇다.
<참고2도>

		실전 흑1은 이같은 이유로 둔 수였다. 흑1에는 백2가 일반적인 응수이고 다음 흑은 3이나 A로 두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B로 전개할 수도 있다. 이 그림은 애초 흑이 두칸협공당했을 때 3으로 한칸 뛰고 백이 2로 한칸으로 받은 꼴로, 백C의 두칸을 예방한 의미가 있다.
<참고3도>

		좌하변에서 시작된 전투가 겨울철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바둑TV로 이 바둑을 생중계하던 송태곤 9단이 "어떻게 이렇게 처음부터 싸움만 할 수 있나요..."라며 혀를 내두른다. 살펴보면, 우중앙을 아래위로 관통한 백대마가 한집도 없는 모습이다. 백△로 보강하자 흑1로 그물을 쳤다. 백A로 뚫려 대마를 살려주어도 백□ 여섯 점만 포획하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바로 이 장면에서 박문요 5단의 '잔수'의 힘이 발휘된다. 백A로 뚫기 전에 먼저 갖다붙인 백4의 코붙임(총보 156수). 무슨 뜻인가?
<장면2>

		백△의 의도는 흑1로 빠져나오면 그때 백2, 4로 관통하겠다는 얘기다. 그런 다음 좌변을 수습한다. 백△ 덕분에 백6으로 치는 수가 생겼다. 이제 흑은 7로 끼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백은 주의해야 한다. 8로 덜컥 한점을 때려내다가는 흑9가 선수라(백10을 생략하면 이곳에 먹여치는 수가 있다) 이하 흑17까지 수부족이다.
<참고4도>

┃관련뉴스 '이 여사' 내 아들이 곧 하늘 서봉수 이야기④ - 응씨배와 진로배의 전설 서봉수 이야기③ '잡초류 VS 미학' 서봉수 이야기 ② - 30년 조서 혈전의 애증관..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이얍수 ｜  2008-09-16 오후 8:01:00  [동감0]     내가 실력이낮아서 기보보니까 이해를 못하겠더라 음미는무슨;;; 나무등지고 남의 말 같이 않고...^^;;;;;;;;;;;;;;;
백수의일상 ｜  2008-09-15 오전 7:29:00  [동감0]     조선족조선족 해서 마치 한민족인것처럼 평하는데 조선족 울나라 무지 시러해요...
bacon ｜  2008-09-14 오후 4:52:00  [동감0]     이궁 이사람아, 그가 어느나라 사람인지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처음부터 쫒기는걸 각오하고 시작한 전투에서 저렇게 심오하고도 날카로운 요법으로 판을 뒤집는걸 보았는가 말이다. 저런 바둑을 음미할 기회를 준 사람이 있고, 앞으로 그가 선보이게 될 명국이 우리들앞에 기다리고 있음을 감사해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이 작은 마음 이궁아!
econ ｜  2008-09-14 오전 8:10:00  [동감0]     강동윤도 불계로 꺾었으니 한국기사 킬러이군!
1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