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국> 박영훈 9단(흑) vs 이영구 7단 - 181수 끝, 흑불계승
<제2국> 목진석 9단(백) vs 홍성지 6단 - 226수 끝, 백불계승
신성건설 1, 2지명이 한게임 1, 2지명을 눌렀다.
팀을 이끄는 1지명끼리 대결로 관심을 모은 첫판에서 신성건설 박영훈이 한게임 이영구를 불계로 물리치고 기선을 제압한 데 이어, 2지명간 맞붙은 2국에서도 신성건설 목진석 선수가 한게임 홍성지 선수를 역시 불계로 꺾었다. 이로써 서울 신성건설은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가능성이 커졌다.
4월 17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저녁7시에 열린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1라운드 3경기 1국에서 한게임을 상대로 먼저 웃은 신성건설은 내친 김에 2국마저 이겨 승부의 8부 능선을 일찌감치 차지해 버렸다.
올해 신성건설로 말을 갈아탄 박영훈 선수가 지난해와 달리 첫 경기에서 이기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반면 2007년 영남일보 1지명으로 활약하다가 올해 2년전 친정(?)으로 돌아온 이영구 선수는 ‘첫승’ 달성에 실패했다.
며칠전 후지쯔배 8강에 오르는 등 최근 거의 무패(9승1패)를 자랑하는 박영훈 선수는 구리에게 덜미를 잡혀 '후지쯔 8강 진출'이 좌절된 이영구 선수를 완승에 가깝게 누르며 팀의 사기를 높였다.
박영훈 선수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어려운 승부였습니다. 종반, 중앙 두점을 잡고서야 비로서 이겼다고 생각했어요."며 이날 둔 바둑을 총평.
▲ 한게임 김성룡 선수가 검토실에서 동료들과 1국을 복기하는 모습.
한게임에서 자율지명으로 뽑은 김성룡 선수는 “오늘 승부를 1 : 1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게임은 비록 1국은 내줬어도 연패는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자연 한게임 홍성지 선수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대국에 임해야 하는 탓에 대국장에 들어가는 발길이 가벼워보이지 않았다. 팀이 한발 앞서 있어 여유를 가질 것으로 여긴 신성건설 목진석 선수 역시 표정이 비장했다. 유리할 때 확실하게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를 짓눌렀던 것일까?
목진석과 홍성지는 지난해 신성건설에서 함께 뛰던 동료. 허나 올해는 홍성지 선수를 한게임에서 모셔(?) 오는 바람에 올해는 경쟁자로 처지가 달라졌다. 집이 근처라 경기 때마다 함께 출퇴근(?) 하던 사이였다. 그런 두 선수가 오늘 서로 눌러야 하는 외나무다리에서 딱 만났으니 기분이 묘했으리라.
바둑은 좌상귀 접전에서 목진석이 주도권을 잡아갔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흑을 잡은 홍성지 선수가 덤을 부담하기 어려워졌다'고 검토실 기사들은 입을 모았다. 홍성지는 끝내기에서 몇 차례 좌충우돌하며 일말의 희망을 걸어봤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목진석에게 소용없는 일이었다.
▲ 미처 보지 못한 수를 찾아낸 두 선수가 잠시 침묵하고 있다. 왼쪽이 목진석.
이 무렵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흑이 덤을 내기 힘든 바둑입니다. 사실상 졌어요."고 결론을 내렸고, 프로기사들도 저마다 검토를 중단하고 돌을 쓸어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깨달은 홍성지는 조용히 돌을 거두었다.
그러나 목진석은 국후 "초반에 잘 풀렸다고 생각했어요. 중반으로 접어들어서도 그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허나 나중에 복기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보지 못한 수가 있었습니다. 제 집에서 수가 나는 게 있었죠. 결국 제가 좋을 것도 없었던 것입니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개막전부터 이번 3경기까지 첫날 승부가 2 : 0이었다는 것. 그리고 1경기는 첫날 이긴 울산 디아채가 대회 둘째날 3국에서도 이겨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2경기에서는 2승를 챙겨 무난히 이길 것으로 보인 영남일보가 신생팀 티브로드에 내리3패로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3경기도 어떤 변수가 일어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어떤 결말이 나올 것인가?
한게임의 반격이냐, 신성건설의 마무리냐가 달린 3국. 한게임에서는 새내기 이현호 선수가 사각의 링에 오를 준비를 마쳤고, 신성건설에서는 지난해 한게임 선수 이정우가 몸을 푼 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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