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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휴식 규정에 관한 작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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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휴식 규정에 관한 작은 전쟁?
자유게시판에서 벌어진 네티즌들의 점심휴식 논쟁
| cyberoro 2003-01-15 오전 11:49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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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결승대국이 바둑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즈음 한국기원 자유게시판에서는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논쟁은 프로기사들의 공식대국 진행 중 점심휴식 규정에 관한 것이다. 좀 자세히 풀어 설명하면 대국자 쌍방의 합의로 점심을 거른 채 대국을 속행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입장과 '대국의 공정성을 위해 반드시 점심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의 대립이다.
며칠동안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격론은 지난 1월 10일 제14기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 3국에서 인터넷 중계 해설을 맡은 김승준 7단이 올린 몇 마디 상황 설명이 발단이었다. 먼저 논쟁의 촉매제가 된 김7단의 말을 옮겨본다.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인데요.
1, 2국 모두 두 기사가 점심을 거르고 계속 대국을 했었죠.
아마 기록자는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생중계하는 저희야 짜장면이라도 시켜 먹을 수 있거든요…^^
두 기사가 합의하에 점심을 거르고 두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선배님인 조훈현 9단이 "그냥 두지?"하면
16살인 윤준상 초단이 "싫어요 밥 먹고 둬요"라고 말할 수 있을지…
윤준상 초단의 성격이 또 내성적이라…
2003-01-10 제14기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 3국: 조훈현 9단 vs 윤준상 초단
이 멘트가 나간 뒤 생중계 프로그램의 채팅창은 자기 의견을 말하는 관전자들로 가득 찼다. 김 7단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고 재미있게 상황설명을 한 것인데 덕분에 이날의 채팅창은 물론이고 한국기원 자유게시판에도, 근래 보기 드물게 하나의 주제를 대상으로 한 많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직접적으로는 조훈현 9단이 한 달여간 신예기사들과 주요대국을 치를 때 점심시간을 거르면서 대국을 속행시킨 것이 발단인데, 실제로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만, 예선대국이나 본선대국, 심지어 도전기에서도 점심을 거르고 대국을 속행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었던 것은 여러 기사들이 그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대표적인 두 가지 견해는, 앞서 말한 대로 정확한 대국규정을 두어 이 규정에 따라 진행하자는 것과 대국자들의 자유의지에 맡기자는 것이다. 다음은 여러 의견 중 이 둘을 대표할 수 있는 글을 발췌, 정리한 것.
▶점심시간의 진행은 기사들의 자유
게시자 이름: 승부사
요즘 신예가 할 소리 못하는 신예가 어디 있나? 이세돌은 대놓고 승단시합까지 거부하는 시대인데…. 어려도 프로가 됐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것 같다. 이기고 지는 승부에서 합의 없이 어케 계속 두나? 점심시간이 있다고 해도 안먹구 대국판에 앉아 있는 기사들도 많다. 중요 대국 때는 솔직히 밥안먹구 서로 합의하에 이어서 두고 싶은 기사들도 많을 것이다
▶공정한 규정을 마련하고 실천
게시자 이름 : 프바
기사들이 선배에 대한 예우로 점심을 거르던, 서로 공감을 해서 거르던, 이유야 어쨌든, 점심을 그렇게 프로 기사들 마음대로 먹고 싶으면 먹고, 거르고 싶으면 거르고 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규정이던 확실하게 정해놓고 또 확실히 지켜야 합니다.
최대한 변수를 줄이자- 즉 모두에게 공정하자- 바로 이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므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양 대국자에게 공정하기 위해선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줄이던지, 양 대국자간의 공식 합의가 있을 때는 점심을 거를 수 있다든지, 어쨌든 중요한 건 확실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약 3일간 한국기원 게시판을 달군 이 토론은 평소 잘 알려지지 않은 대국장 풍경이 인터넷 중계 해설을 통해서 전달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었다. 즉 이전까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고 기사들 스스로가 자유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므로 하나의 작은 해프닝이나 에피소드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부분 하나에도 서로가 신중을 기한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국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한가지, 매번 남겨지는 아쉬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대를 자극하는 비아냥거림과 비난일변도의 글이 많았다는 것. 활발한 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아무리 익명으로 운영되는 자유게시판이라도 네티즌 스스로 절제하는 성숙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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