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간곡한 진언은 이어졌다. 옥진궁주가 살아있을 때 사용했던 계책을 그녀의 손녀 미실에게 사용하려 한 것은 원한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탓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드님 세종 전군의 부인을 부자(附子)로 살해하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 아닌가.

“마마, 더구나 그 아이는 태어날 때 몸에 일곱 개의 구슬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구슬이었는지는 신첩이 물어보지 않아 알 수 없사오나 그것은 한결같이 옥구(玉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옥구라니오?”

“마마께서도 중원 역사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구익부인(鉤弋夫人)은 태어날 때부터 왼손을 움켜쥐었답니다. 부모는 미모가 뛰어난 딸아이가 왼손을 주먹쥐었으므로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만 한무제를 만나자 손이 펴졌다고 전합니다. 제왕을 따라간 내시는 구익부인의 손에서 나온 게 옥구(玉鉤)라고 했습니다만 그 모양을 말한 적은 없습니다. 신첩은 그게 이상하여 중원 역사를 살펴보았더니 여인의 속성에 따라 여러 모양이었으나 구슬 형상도 있다는 믿음입니다.”

“구슬 형상?”

“마마, 중원의 기인 오도인(悟道人)이 쓴 <성사(性史)>엔 여인네의 등급을 ‘음호십이품(陰戶十二品)’으로 나누고 첫째를 용주(龍珠), 그 다음을 비룡(飛龍)이라 여깁니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비룡’이란 음호는 주름상자를 이루고 있어 사내의 상징물이 침입하면 용이 날고 봉이 춤추는 형상을 연출한다 하옵니다.”

“오호!”

“음호는 두 다리 사이에 좌정한 존재가 아닌지요. 그러므로 다리가 날개니 나르지 못한 용이라고 말합니다. 옥문이 좁고 작으며 터널이 긴축(緊縮)돼 터널 둘레에 주름이 벌떡 벌떡 설쳐대어 그 형상은 용이 비늘을 움직이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럼 미실이 그렇단 말이오?”

“그거라면 말을 않지요.”

“다른 게 있습니까?”

“그 아이가 궁에 들어왔을 때 양볼에 보조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제2품인 비룡이라 여겼습니다만, 지금은 그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져요?”

“몸이 더욱 성숙한 것이지요. 지금은 용주(龍珠)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성사(性史)>의 1품에 해당하는 이 음호는 비룡처럼 옥문이 좁고 터널이 길다. 사내의 상징물이 침입하면 터널 깊숙이 잠들어 있는 용이 불길을 토해내 주위가 열기로 가득차고 좌우 질벽에서 구슬처럼 생긴 게 부풀어 오른다. 그 모습은 뾰족하여 사내의 상징물이 들어서면 좌우에서 협공하듯 공격을 퍼붓는다. 이것은 용이 구슬을 다투는 모습이라고 표현해 용주(龍珠)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내의 상징물이 출입을 시작하면 여인의 질 내부는 부풀기 시작하는데 만약 사내의 상징물이 부풀기 시작한 돌기물을 건들 경우, 그것은 좌우로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사내의 상징물은 더욱 화가 나게 되고 방사를 치르는 남녀는 두 사람 모두 황홀한 경지에 빠지게 된다는 게 <성사(性史)>의 설명이다. 사도왕후가 덧붙였다.

“신첩이 보기로 미실 그 아이는 몸에 일곱 개의 구슬이 있고 칠색조 꿈을 꾸었으므로 처음 이름을 ‘청조(靑鳥)’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몸 안의 구슬을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게 신첩이 아는 모든 것입니다.”

“일곱 개인가 하는 구슬은 볼 수 있는 것이요?”

“아닙니다. 몸 안의 구슬은 방사를 치를 때 도움을 주는 신물(神物)이지요. <성사(性史)>의 2품에 나오는 비룡이 두 개의 구슬을 몸에 지닌 것으로 본다면 일곱 개의 구슬을 지닌 미실은 특별한 몸이지요. 용과 봉황이 함께 웅크리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마마, 그토록 신묘한 몸을 가진 미실이 위험에 빠졌습니다. 어쩌면 독살 당할지도 모르는 그 아이를 마마께서 거두시어 곁에 두시는 게 좋으리라 봅니다.”

“허나 그 아이는 세종 전군의 부인이 아니오?”

“그것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마마께선 신국(神國)의 제왕이십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미실이 아니라 다른 그 무엇이라도 취할 수 있나이다.”

“그렇다면···.”

“마마께선 춘추가 이미 서른이 넘었고 친정(親政) 체제로 조정이 돌아선 지 오랩니다. 마마의 날선 정령이 발표되면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조개(蛤)를 취할 수 있으니 마마께선 홍복이 터진 것입니다. 그것이 태후마마의 독수(毒手)에서 미실을 건져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되면 당신에게도 마음 쓰는 일이 많을 터인데?”

“그건 상관하지 마옵소서. 제왕은 하늘이 내신 것이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마마께서 그 아일 걷우어 즐거움을 누리신다면 신첩은 무슨 바람이 있겠습니까.”

“고맙소.”

진흥왕은 그날 밤으로 미실을 후궁(後宮)에 임명한다는 명을  내명부 교지로 내렸다. 밤이 깊어 교지를 전할 시각이 아니었으나 진흥왕 처소의 약사는 그것을 세종 전군 처소에 전하자 날벼락 같은 상황에 시비(侍婢)들은 기겁해  지소태후에게 고하려 달려갔다.

▲구익부인(鉤弋夫人) ; 한무제의 후궁

▲옥구(玉鉤) : 방사를 돕는 기구

▲양 장식은 귀부인의 노리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