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에서 즐겨 사용한 게 ‘갱생환(更生丸)’이었다. 이것은 사내에게 찾아 온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다스리는 대단한 비방이었다.

칠상(七傷)의 증세는 그 첫째가 음한(陰汗)이다. 음부에 땀이 흐르는 것으로 약간의 시간만 지나도 퀴퀴한 냄새를 풍긴다. 둘째가 음쇠(陰衰)라 부르며 사내의 상징이 위축돼 발기가 잘 안 되는 경우다. 셋째는 정청(精淸)으로 정액이 묽어지는 것이고 넷째는 정소(精少)로 정액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다. 다섯째가 음하습(陰下濕)으로 음랑 밑에 냉습기가 차오르는 경우며 여섯째가 소변삽(小便澁)인데 이것은 자주 소변이 마렵고 찔끔찔끔 나오는 경우다. 그리고 일곱째가 성교불능인 음위(陰痿)다.

갱생환의 처방에 주요 약재는 ‘백복령(白茯笭)’으로 일년 내내 쓸 수 있는 신약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에서는 봄의 3개월간에 백복령을 주재료로 갱생환을 만들어 왕가의 허약한 남정네들에게 기쁨을 주었었다.

염파(炎巴)가 이 약에 대해 은근히 힘을 줬던 건 신라 왕실에선 상당히 긴요한 약재였다. 중원에서 들어왔으나 그 효험이 남달라 왕족들은 약사(藥師)에게 손을 써 은밀하게 복용하고 있었다.

왕족이라 하여 사내에게 찾아오는 질환이 없는 게 아니었다. 모권중심의 사회지만 사내들의 바람기를 잠재울 수 없는 사회다 보니 음낭밑에 습진이 있거나 허리와 등이 아프거나 무릎이 시리고 열이 나거나 부어서 걷질 못하거나 바람기가 있으면 눈물이 나거나 또는 눈이 흐리거나 기침이 나거나 소변을 못 참거나 방광에 통증이 있어 시원하게 오줌줄기를 뽑아내지 못하거나 소변이 저절로 흘러나오거나 악몽에 시달리거나 식욕이 부진하고 원기가 쇠퇴하는 것 등은 모두가 ‘오로칠상(五勞七傷)’에 속하는 질환이었다.

각각의 전각에 배치된 약사들은 그들 나름의 처방전을 준비하지만 실제론 약재가 모두 들어간 게 아니고 주요약재가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염파는 미리 준비해 둔 약재로 왕족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으므로 인기는 물론 그의 힘 또한 막강한 상태였다. 게다가 지소태후가 암탉마냥 날개 아래 감싸고 있는데다 외국의 손님들까지 유연(遊宴)으로 모실 수 있는 취락정을 운영케 했으니 그를 가까이 만나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을 삼는 상태였다.

그런데 왜 그에게 방책을 마련케 했으며 동륜태자와 미실이 얽히어 있는 보명궁에 파견했는가. 그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염파가 그 두 사람과 모르는 처지가 아니었고 이따금씩 미약(媚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염파가 보명궁을 무시로 출입해도 이상히 여길 사람은 없었지만 동륜태자는 오히려 그의 출입을 반기는 상태였다.

왕실 사람들도 갱생환의 효능을 알기에 약첩(藥帖)을 주문할 땐 자신의 아픈 부위를 전하며 은밀히 귀한 물건을 뇌물로 내놓았다. 그것은 똑같은 약첩이어도 아픈 부위에 따라 약재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륜태자가 이 약첩을 사용할 때엔 정력의 부족 현상이 있다 하여 사상자(蛇床子)의 양을 3분의 1이나 늘렸고 그 다음엔 성교불능 증상이 이따금 찾아와 파극천(巴戟天)의 양을 늘렸으며 요즘엔 정신 불안이 있어 부자(附子)의 중심 구근 천웅(天雄)을 늘렸다.

보명궁엔 낮과 밤이 따로 없었다. 동륜태자의 마음이 동하면 창가에 휘장이 가려진 채 밤의 역할을 했기에 은밀한 얘기는 방안에 떠돌 뿐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은 한톨도 빠짐없이 촉수들의 혀를 타고 사도왕후에게 전해졌다.

“왕후마마, 한시라도 빨리 방법을 생각하소서. 태자마마의 건강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나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태자의 건강이 달라지다니?”

“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보명궁은 조개(蛤)들의 경연장이라고 할만큼 음기가 드센 곳입니다. 태자마마께선 젊으시니 그동안의 방사는 다소 무리가 있었더래도 몸을 상한다고 볼 수 없었으나 지금은 다르옵니다.”

“왜?”

“어디서 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심성을 찢어대는 미약을 사용하시기 때문입니다.”

“미약이야 왕실에선 공공연히 사용하는 물건인데 그게 크게 대수겠는가.”

“하오나···.”

“좀 더 지켜보아라. 과연 태자가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손을 쓰겠다만, 어미가 그 아이에게 미실을 안겨주고 다시 빼앗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특별한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너희는 세세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살펴라.”

“알겠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근심스러운 건 지소태후께서 흙인형을 만들어 보명궁을 치장한 점입니다. 그 흙 인형은 동물이나 곤충이 방사를 나눈 형상으로 얽히어 있는 데다 흙인형의 뱃속엔 미약(媚藥) 성분이 감춰져 있나이다.”

“그러니까···, 일단 보명궁에 들어가면 사내로서 자신의 힘을 자랑한단 말이야? 오호호호, 태자는 나이 스물도 안 돼 신선계에 들었구나. 오호호호!”

“하오나 근자에 들어간 약재를 살피면 두충(杜冲)이 많이 포함되어 있나이다.”

이것은 사내가 너무 몸을 써 기력이 약해져 허리에 통증이 오올 때 처방하는 경우다. 이른바 신허요통(腎虛腰痛)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괴질로 발전하는 위험신호였다.

▲갱생환(更生丸) ; 오로칠상(五勞七傷)을 치료하는 약재

▲오로칠상(五勞七傷) ; 사내의 성생활을 위협하는 일곱 가지 증상

▲옥거북이 모양은 부옇게 안개가 끼었습니다. 그것은 지나친 방사로 장수(長壽)를 위협받고 있다는 상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