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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화점，떠오르는 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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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역사는 착상(ideas)의 발전사. 지난 10여년간 반상을 지배한 것은 화점. 정말 지겹게도 탐색해온 양화점과 중국식 포석. 특히 중국식 포석은 다양한 변주(變奏)를 연주했다. 지금 머릿속으로 추려보니 그 변주는 6가지나 된다. 상대는 양화점 포석으로 그에 화답하고.
그러나 이제 그 화점의 시대도 서산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다시금 소목의 시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먼저 기보를 보자. 지난 10월8일 안달훈 5단(백)과 박정상 3단의 패왕전 본선 제3국. 눈에 띄는 건 백2의 3三,백6의 마늘모,흑백의 소목 점거. 정말 뜻밖의 포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안5단은 두터움과 세력을 강조하는 기풍. 그런데 3三과 소목,마늘모라니!
왜 소목이 돌아오는 걸까?
소목이 돌아오는 까닭은 신선한 수법을 찾는 프로들의 요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법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화점은 이제 진부해졌다. 서로가 잘 아는 진부한 수법으로 이길 수 있을까? 프로들의 당연한 의문이다. 더욱이 화점은 지난 10년간의 실험에서 세력보다 실리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변해갔다. 실리의 중시? 그렇다면 소목이 화점보다 낫지 않을까?
소목으로 회귀하는 까닭은 ‘누가 소목을 쓰는가’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신진세대들이 사용한다. 이들은 변화 압력을 강하게 받으며,또 권위에 보다 저항적이다. 지난 주 전남 부안에서 열린 제3회 한·중·일 청소년대항전의 스케치는 그 점을 확인한다. 거의 모든 대국에서 소목은 화점 못지 않게 애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의문은 없지 않다. 흑의 입장에서 소목으로 덤 6집반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런 듯하다. 선착의 효과는 소목이냐 화점이냐에 달려있진 않다.
소목의 회귀가 수법의 발전을 가져올 것인가?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귀와 변,중앙의 관계가 좀 더 긴밀해지고 전체적인 안목이 더욱 요구될 것은 분명하다. 그 점만은 분명하다.
진부한 착상,그 따분한 길을 버려야하는 10대,20대의 경쟁이 소목에의 탐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점은 더더욱 분명하다.
( 문용직 프로4단 2002-10-15 )
○ ... 관련기보는 안달훈 5단의 패왕전 본선대국, 아이콘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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