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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의 선물, 반상의 황금률 19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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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기고 있는 바둑판은 19줄. 중국 한(漢) 나라 고분에서 17줄 바둑판이 출토된 적이 있고, 역사상 기록도 있는 만큼 19줄의 역사는 약 2000년. 물론 초보자를 위해서는 9줄 바둑판도 사용한다.
우리가 왜 19줄을 애용할까. 많은 이들이, 이제 19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실험은 거의 끝난 거 아닌가, 따라서 21줄이 새로운 지평과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상상한다. 정방형이 아닌 다양한 바둑판을 고안하기도 하며.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19줄이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19줄만이 벌림과 협공의 구조를 같게 한다. 기보를 보자. 상변 흑△의 걸침에 대한 백△의 협공은, 협공으로서는 최대한의 한계이다. 흑이 두칸 벌려 안정할 여지를 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모양은 하변과 다름 없는데, 하변의 백□은 벌림의 한계이다. 흑□로 뛰어들면 그 자체로 협공이 되니까. 벌림과 협공은 동전의 양면이니 구조가 같은 것이 좋다.
둘째, 19줄을 넘어서면 귀와 변과 중앙의 유기적인 관계가 훨씬 약화된다. 아기자기한 면이 줄어든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1줄을 1915년, 1975년, 2001년 실험해 보았는데 유기적인 관계가 약화돼 재미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5줄 실험도 있었는데, 중앙의 폭이 크게 줄어든 때문에 사고의 폭이 좁아져 역시 재미가 없었다.
나아가 반상을 우주의 크기만큼 넓혔다고 가정하자. 변과 귀의 가치가 있겠는가. 변과 귀가 없다면 과연 중앙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귀가 사라진 바둑판( 상변의 1선과 하변의 1선을 붙여 만든 둥근 바둑판)을 필자가 만들어, 이창호 9단과 김승준 7단이 몇 수 두어보았다. 결론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귀가 사라지니 말이다.
삶의 외연이 넓혀진다고 행복이 더해지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반상의 크기가 넓어진다고 더 큰 즐거움을 주지도 않는다. 귀와 변과 중앙의 적당한 비례관계가 요긴하다. 2000년 동안 지속된 19줄 바둑은, 아마도 반상의 황금률, 즉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숨은 선물이 아닐까.
(문용직 프로4단 2002.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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