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도인(蝦蟆道人)이 잠들어 있는 황천(荒天)은 월성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하마도인의 무덤은 봉분을 올리지 않고 평장(平葬)으로 묻었기 때문에 위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지소태후의 엄명으로 어느 누구든 무덤을 찾아가는 것은 나랏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전왕조인 법흥왕 때 내명부의 최고실권자로 뻣뻣하게 행세를 누렸던 도인이 왜 그런 수모를 당했을까. 그것은 법흥왕과 옥진궁주를 위해 은밀한 약을 바쳤기 때문이었다. 지소태후는 마음의 한이 되어 깊은 앙금을 만들었고 급기야 원한의 칼을 갈게 된 것이다.

도인의 아호가 ‘하마(蝦蟆)’라 했던 것은 그가 독물(毒物)을 잘 썼기 때문으로 자연스럽게 부르게 된 명칭이었다. ‘독 두꺼비’. 그것이 하마(蝦蟆)였다. 건강을 위한 귀한 처방일수록 독성이 높은 약재가 들어가는 것은 정한 이치였다. 왕실에서는 제왕의 목숨을 위해 독성이 강한 약재 사용은 절대 엄금이었다. 그러나 법흥왕이 지나치게 여색을 가까이 한 탓에 조루(早漏)가 온 데다 눈에 띄게 기설(氣泄) 증세가 나타나자 당시 총애를 받던 옥진궁주의 부탁으로 왕실에서 금했던 처방을 쓴 것이다.

바로 ‘미각방(麋角方)’이다. 이로 인해 법흥왕은 성력과 근력을 되찾아 더욱 더 옥진궁주를 총애하기에 이르렀으나 은밀하게 거행된 이 일은 법흥왕이 목숨을 잃으면서 다시 불거졌다. 더구나 그가 가야(伽倻) 출신이란 점이 밝혀지고 ‘미각방’의 주요약재가 부자(附子)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왕실은 때 아닌 ‘역모’에 휘둘린 것이다.

이것은 옥진궁주에겐 불행이었지만 지소태후에겐 어린 아들을 내세워 왕실을 거머잡을 절호의 기회였다. 군의 총사령관 이사부(異斯夫) 장군을 움직여 하마도인을 처형했다. 그를 처형함으로써 옥진궁주의 득세를 완전히 차단시킨 것이다.

왕실에는 두 가지를 가장 두려워했다. 하나는 제왕이 다스릴 수 없는 ‘신령의 세계’였다. 그렇다보니 내명부 여인들이 무당을 불러 무축(巫祝)을 행하는 걸 엄벌에 처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독물’ 사용이었다. 이 역시 절대적인 금기사항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미실이 황천 언덕을 찾아갔을 때 하마도인은 몹시 분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옥진궁주의 손녀딸인 네가 나를 찾아 황천까지 올 줄은 몰랐다만 지난 일을 생각하면 어찌 원망스럽고 분통이 일어나지 않겠느냐. 더구나 내 몸을 평장(平葬)으로 묻어 누구든지 밟고 지나갈 수 있게 만들었으니 내가 이곳에서 잡귀(雜鬼)로 사는 것을 바라는 눈치가 아니냐.”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는 황천의 언덕에서 미실이 가져온 주목(朱木) 열매를 허접스럽게 먹고 나서 조금은 여유가 생긴 모양이었다.

“법흥왕의 기력이 약해지자 나는 ‘미각방(麋角方)’을 처방했다. 너도 아는지 모르겠다만 이것은 중원의 팽조(彭祖)라는 선인이 만든 강정비약(强精秘藥)의 특산품이야. 특이한 것은 사천성(泗川省)에서 출토되는 팔각생부자(八角生附子)를 사용한다는 점이지.”

팔각생부자는 길이가 대략 12센티미터 되는 것으로 마늘처럼 쪽이 여덟 개다. 또한 생부자라고 하는 것은 말리지 않았으니 독성이 강하다. 이 팔각생부자를 ‘누렁이’라고 부르는 적록(赤鹿)에 처방해 미각을 만든다. 적록은 수놈 한 마리가 2백여 마리의 암놈을 상대를 바꿔가며 수정시킨다는 점이다. 그것이 불과 몇 분 간격으로 이루어진다.

사슴은 해마다 뿔갈이를 하는데 봄의 발정기에 새로 돋아난다. 이때 잘라낸 어린 뿔이 녹용(鹿茸)이고 발정기가 지나면 뿔이 더 자라나서 굳는 것이 미각이다. 그리고 녹각(鹿角)은 뿔갈이를 할 때 떨어져나간 것이다. 녹각은 여성의 안태용(安胎用)으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미각방’은 육종용을 비롯하여 석종유 · 사상자 · 원지 · 속단 · 산약 · 녹용 등과 처방하지만, 이것은 팽조라는 선인이 사용했다 하여 ‘팽조미각방’이란 이름을 얻고 있다. 사내의 발기력이 약해 부들부들 하거나 발기를 해도 팽창하지 않거나 팽창을 했는데도 뻗치는 힘이 약해 길어지지 않을 경우 처방한다.

그런가하면 법흥왕처럼 지구력이 약하거나 정액이  묽고 뜨거운 맛이 약할 경우 처방하는데, 하마도인은 이 처방에 사천성에서 출토된 팔각생부자를 섞어 ‘미각방’을 만들었다. 약재가 아무리 효력있어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게 아니었기에 지소태후는 하마도인이 독극을 사용해 법흥왕을 해치려했다는 죄목으로 몰아 무덤도 쓰지 못하고 황천 언덕에 평장으로 묻힌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하마도인은 왕실에 대한 은원 때문인지 미실에게 신라 왕실을 잡아흔들 비방을 전해주었다. 바로 ‘미혼산(迷魂散)’이었다. 이것은 ‘사내를 죽이는 비방’에 버금 가는 아주  위험한 처방이었다. 미실은 ‘미혼산’의 처방을 받아들고 왕실로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