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륜태자가 그의 말에 심취한 것은 ‘여인은 세 발 달린 솥(鼎)’이라는 대목이었다. 염파는 자신있게 자신의 주장을 폈다.

“태자마마, 2백세의 수령(壽齡)은 하늘이 내린 축복입니다만, 못난 사람들은 옳은 방법을 택하지 않고 몽총한 태도와 행위로 그것을 갉아먹고 있나이다. 소인이 있었던 가야의 내명부도 마찬가집니다. 자신들이 우매한 걸 모르기 때문에 결국은 죽는 길을 찾아들었고 장수(長壽)한 사람들을 선술(仙術)을 익혔다고 합니다.”

이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몸 안에 깃든 우주를 모르기에 엉뚱한 말을 한다고 질책했다. 남자나 여자, 사람의 몸엔 정(精) · 기(氣) · 신(神)이란 세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이것은 우리 몸이 갖는 ‘세 가지 보물(三寶)’이다.

‘정’이란 무엇인가? 정액과 정력을 이르는 말이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운동이 없을 수 없다. 어떤 목적지에 간다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을 한다. 그런가하면 달리거나 싸우는 둥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정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천지엔 ‘정’이 있고 인간은 항상 세상천지로부터 ‘정’을 흡수해 그것을 정력으로 삼아 살아간다. 이 ‘정’을 생식방면으로 바꿔놓으면 유형화(有形化)되어 정액이 된다. 유형화된다는 것은 물질로 바뀐다는 것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정력이라는 미끈미끈한 액체로 바뀐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기(氣)’는 무언가? 이것은 양기와 원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가 기운 있다고 할 때엔 바로 그 기운이 원기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력이다. 원기가 있다는 건 정신력이 충실하다는 것이고, 원기가 없다는 건 정신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걸 뜻한다. 인간이 천지의 ‘정’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원기가 있기 때문이고 원기를 잃으면 천지의 정을 흡수할 수 없다.

원기가 유감화된 게 양기인데 보통 때는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때로는 느낄 수 있다. 유감화 된다는 건 무감각한 것이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원기가 있는지 없는지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몸이 느슨해지거나 피로감을 느낄 때 간단한 피로회복제를 마시면 흐트러졌던 힘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천지엔 기(氣)가 있는데 인간은 그 기를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아무 감각도 없는 것이 원기이고 유감화된 게 양기다.

원기는 왜 유감화 되는가? 그것은 과도한 운동이나 방사를 통해 정액이 낭비되면 소모된 만큼 부족분이 생긴다. 인간은 천지로부터 부족한 분량만큼 흡수하므로 몸 안에서는 원기가 양기로 바꿔져 부족분을 채워준다.

마지막으로 ‘신(神)’에 대해 살펴보자. ‘신’은 의념(意念)과 영능(靈能)을 가리키는 말이다. 위의 말은 점장이들이 말하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동물은 모두 영(靈)이 있다. 인간도 태어나면서 이것을 받았기에 우주로부터 ‘신’을 흡수할 수 있다. 우리는 영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으나 어떤 걸 생각하고 마음먹는다면 의념이 들어가 유정화(有情化)된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때 영능이 유정화되는가? 그것은 원기가 부족할 때다. 원기가 없으면 사람들은 의념으로 원기를 보충하려고 애쓴다.

선도의 수행법이란, 정력을 저장시켜 충일하게 한 후 그것을 양기로 바꿔 다시 저장해 둔다. 이렇게 하면 영능이 강화되어 장생불사 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황한 염파의 설명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지만 동륜태자는 별다른 내색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그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해야 여자를 솥(鼎)으로 이용하느냐였다. 시원한 답변을 당장에 들을 수 없었으나 상당한 시간 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위안 삼을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아주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염파는 동륜태자가 자신을 찾아온 의도를 알았던지 은밀한 말을 넌지시 깔아두었다.

“태자마마, 여인을 솥(鼎)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상당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성사(性史)>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태자마마를 상대하는 여인 역시 남다른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식습관이란 선도식 음식 복용법이다. 봄에는 율무쌀을 여름엔 녹두고(綠豆羔)를 가을엔 연꽃 열매를 겨울엔 땅콩을 복용하여 몸에 지방이 없어야 새털처럼 가벼워 솥(鼎)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솥(鼎)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여인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도구로 삼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여 사내의 힘을 받아들이면 그것을 자신의 몸에서 바글바글 끓여 열 배 또는 스무 배로 되돌려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쓰려면 남녀 모두 선도식 행법과 호흡법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은 ‘탁기(濁氣)’다.

▲솥(鼎) ; 여인의 몸을 솥으로 보는 관점은 선도식 발상이다. 특히 정(鼎)은 발이 셋이다. 이것은 나중에 나타나는 삼족오(三足烏)처럼 사내의 힘이 축적된 것을 의미한다.

▲삼보(三寶) ; 인체의 세 가지 보물. 정 · 기 · 신이라 한다.

▲탁기(濁氣) ; 방사를 치를 때 뱉아내는 호흡

▲호랑이머리 동도는 용맹한 장수에게 상으로 주었던 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