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해부할 때 예전엔 배꼽을 경계로 열십자(十)로 나누었다. 세로로 나뉜 선이 성기에 나타난 세로선이고 배꼽을 경계로 가로로 달리는 선을 백조선이라 부른다. 사람의 몸은 배꼽을 경계로 그 아래가 1도 가량 낮다. 그게 정상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의학입문(醫學入門)>을 짚고 넘어가자.

<먹고 마시고 힘겨운 노동을 하고 나서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면 비장(脾臟)을 해친다(飮食勞倦則傷脾).>

다시 말해 식후에 일어나는 가장 큰 노동을 방사로 여긴 것이다. 이로 인해 얻은 질환이 ‘노권상(勞倦傷)’이다. 땀이나며 맥이 풀리고 열이 난다는 것으로 성의학서에 나오는 ‘기설(氣泄)’이다. 물론 한방에서는 몸에서 흘리는 땀도 여러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음식을 포식한 탓에 흘리는 땀은 위(胃)에서 나오고

둘째, 깜짝 놀라 탈정(奪精) 되어 흘리는 땀은 심장(心臟)에서 나오며

셋째, 무거운 짐을 들고 멀리 갔던 탓에 흘리는 땀은 신장(腎臟)에서 나오며

넷째, 달리거나 공포에 떨며 흘리는 땀은 간장(肝臟)에서 나오며

다섯째, 몸을 흔들며 부대끼며 흘리는 땀은 비장(脾臟)에서 나온다.

‘기설’이라 부르는 노권상 증세는 비장의 기능이 해를 입는 것으로 심해지면 종기설(宗氣泄)이 된다. 즉, 비장이 해를 입으면 위장의 종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는 데 한의학에서는 ‘종기설’이라 부른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천하에 다시없는 장사도 살아날 길이 없다.

미실이 비장한 ‘사내를 죽이는 비방’은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 지나치게 방사를 치러 사내가 기설(氣泄)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방사를 치루는 기술, 옥진할머니에게 귀엣말로 들었던 얘기는 미약(媚藥)의 하나인 오석산(五石散)이었다.

한식산(寒食散)이라 부르는 이 미약은 복용 하면 몸이 순식간에 뜨거워진다. 중원의 제왕들은 많은 후궁들이 있기에 강정비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오석산을 자주 복용하면 조로현상이 급격히 찾아온다는 약의 패독이 따른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중국이 망한 첫째 원인을 아편 때문이라지만 중국 황실이 망한 건 아편도 한몫 거들지만 보다 큰 이유는 오석산이었다. 아편의 독성은 칼날보다 무섭지만 오석산은 그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런 점 때문에 미생(未生)은 비방의 이름만 말했을 뿐 주요 약재는 동륜태자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미실보다는 한 살이 적은 동륜태자가 색사의 길에 들어서자 기다리던 때가 왔다고 좋아한 건 취락정의 주인 염파(炎巴)였다. 그는 가야가 망하기 훨씬 전부터 가야중흥의 사명을 띠고 신라로 들어왔다. 그의 직업은 처녀들을 선별해 대신들에게 비싼 값으로 파는 청우도사(靑牛道士)였다. 대신들은 안면을 트자 만만한 흥정을 걸어왔다.

“아하하하, 이보시게 청우도사. 자네가 내게 보낸 그 아이 아주 괜찮더구만. 난 자네 이름을 청우(靑牛)라고 한 것에  의아심이 많았는데 젊고 힘센 소가 기력이 셀거라 믿었는데 자넬 보니 맞는 말이라 생각했네.”

청우(靑牛)란 힘깨나 쓰는 젊은 소다. 소는 동물이지만 앞에서 인도하는 대로 따르기를 주저치 않은 영물이다. 그가 <옥방비결(玉房秘訣)>에 나오는 ‘청우’란 이름을 슬쩍 훔쳐와 사용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바람결에 흐르는 그의 소문을 들은 뒤부터 아예 존경스런 어투로 바뀌었다.

“그 사람은 가야 왕실에 있을 때 여사(女史)들을 다뤘다네. 격무에 시달리는 제왕을 위해 보약이 되는 여인들을 찾아냈지 않은가. 신라처럼 나이 열넷의 홍상미판(鴻潒未判)을 시작으로 했을 테지만 곳곳에 있는 가희들을 찾아내 훈련시킨 솜씨는 가히 일품이라네. 그 자가 자신의 이름을 청우라 밝혔네만 가야에서 이름은 염파(炎巴)였네.”

이것은 ‘불꽃같은 뱀’이란 뜻이다. 파(巴)는 뱀이란 뜻이 있기 때문이다. 뱀은 행동을 은밀하게 하되 깊은 곳에 몸을 감춘 보석같은 여인들은 찾아내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중신들이 떠드는 소리에 진흥왕은 그를 왕족들의 거처 사량궁(沙梁宮)에 머물게 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교육시키게 했다. 왕가의 체면상 밖에 알려지는 것은 <논어>를 비롯해 <여논어> 등의 유학서적이 대부분이었으나 실제론 중원에서 사용되거나 왕실을 잡아 흔든 색사에 관한 기록을 더듬는 일이었다.

주요 서적이 <소녀경>을 비롯한 동파(東派)의 비급 <방호외사(方壺外史)>였고 보면 끈끈한 그의 담론이 펼쳐지는 시각엔 입추의 여지없이 왕가의 후예들이 들어차 귀를 기울였다. 그는 사내들만 위해 강론을 펼치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여인이라지만 그녀들을 위해서도 도움 되는 얘기들을 풀어주었다.

“사내들과 마찬가지로 여인들도 방중술을 익혀야 합니다. 이것은 색사를 원만하게 푸는 데도 뜻이 있지만 자신의 건강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의 수명은 본시 2백세를 기본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게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망친 행동을 하여 명수(命壽)가 조금씩 갉아졌으나 방중술을 익히면 회복시킬 수 있다는 충고에 동륜태자는 눈을 번쩍 뜬 것이다.

▲오석산(五石散) ; 한식산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미약. 이 약의 남용으로 중국 황제들은 일찍 조로(早老)했다.

▲방호외사(方壺外史) ; 동파에서 쓰던 서적

▲염파(炎巴) ; 왕족들의 교육을 맡은 자. 흥미로운 건 그의 이름엔 ‘뱀’을 뜻하는 ‘파’가 있다.

▲연체두는 의식(儀式)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