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상(跪像)은 무릎 꿇은 형상이다. 이럼 모습에서 색사를 가질 수 있는 체위는 음원포수(吟猿抱樹) 같은 것으로 <현녀경 30법>에 나오는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원숭이가 나무에 찰싹 붙어있는 형상은, 사내가 양다리를 벌리고 앉고 여인이 사내의 넓적다리 위에 앉아 양팔로 사내를 포옹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여인의 엉덩이를 만져주면서 사내의 심벌이 진입하는 것이므로 자연이 중심잡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한쪽 팔은 땅을 짚고 몸을 어지간히 지탱해 주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뒤를 생각지 않고 일을 저지른다. 동륜태자도 어머니의 말을 들었던 터라 정성을 다할 생각이었지만 이날은 왠일인지 평소의 자신이 아니라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 강했다. 젊은 그가 음원포수와 같은 체위를 알 리 없고 보면 이날 밤의 일은 미실이 꾸민 늪 속으로 태자가 빨려 들어간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요초분(瑤草粉)이란 미약이 그랬다. 그것은 운우(雲雨)라는 말과 관계 깊었다. 중국의 삼황(三皇) 가운데 한 사람인 신농(神農)은 상업의 신이자 의약의 신, 그리고 농업의 신으로 그에겐 세 딸이 있었다. 그 중 하나인 요희(瑤姬)는 대단히 사내를 좋아하여 자고 나면 산 밑을 오르내리며 어떤 사내가 가장 쓸만한지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원의 성문학(性文學)과 관련 있는 일이었다.

중원의 풍류가들이 사내의 평점에 대해 써 놓은 것을 보면 그 첫째가 온(溫)이니 뜨거울수록 좋고 둘째가 양(陽)이니 딱딱하며 셋째가 두대(頭大)니 귀두가 무뚝하고 큰 것이어야 했다. 흥미롭게도 요희가 찾은 사내는 ‘뜨겁고 딱딱하며 무뚝한 물건’을 지닌 사내였으나 뜻을 이루기도 전 그만 죽고 말았다.

그녀는 죽고 난 다음 고요산(姑瑤山)에 요초(瑤草)라는 풀로 다시 태어나 노란꽃을 피웠다. 누구든지 이 꽃의 열매를 따먹는 자는 이성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른바 미약이었던 셈이다. 그녀는 요초분(瑤草粉)이 되어 사람의 몸에 들어가 방사를 즐기는 집념의 음녀(淫女)로 변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천제(天帝)는 사내를 그리워하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 사천성(四川省) 무산(巫山) 땅 ‘운우(雲雨)의 여신’에 봉했다. 그녀는 아침엔 한 조각 아름다운 구름이 되어 산골짝을 떠돌다가 저녁이면 찬비가 되어 산골짝에 내림으로써 스스로의 욕구를 풀도록 했다. 그러나 그녀가 스스로의 욕구불만을 푼 것은 훨씬 나중인 전국시대의 일이다.

초(楚)나라 회왕(懷王)이 호북성(湖北省)의 운몽호수(雲夢澤) 옆 고당(高唐)에서 놀 때였다. 그녀는 낮잠을 즐기는 회왕의 꿈속을 찾아가 정욕의 불덩어리가 되어 회왕과 일대 접전을 벌였다. 상대가 어지간히 좋았던지 회왕도 상대가 무산의 여신임을 알고 고당 가까운 곳에 사당을 지어주었다.

이 일이 여자 쪽에서도 좋았던지 뒷날 회왕의 아들 양왕(襄王)이 다시 이곳에 놀러와 고당에 묵게 되자 그날 밤 왕의 꿈속에 요염한 모습을 나타냈다.

“당신 아버지가 너무 좋았어요. 자, 한번 더···.”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나 그 정사의 정경을 궁중시인 송옥(宋玉)의 <고당부(高唐賦)> 둘째편에 담겨 내려온다. 중국문학에서 ‘무산의 꿈’이니 ‘무녀의 운우’나 ‘구름과 나비의 교접’은 여기에서 사용된 것이다. 다시 말해 미실은 동륜태자가 모르는 사이 어느새 요초분(瑤草粉)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밤의 방사는 알게 모르게 월성에 널리 퍼졌다. 어떤 자는 ‘문이 열렸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묘한 일이다’라고 했으며 어떤 학자는 ‘몰이라고도 했다’. 말을 들은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에 궁금해했지만 이것은 신라인들이 고대어의 머릿글자를 본 딴 부정(不定)의 말들이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의 동굴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모(母)를 비롯하여 문(門)이나 빈(牝) · 묘(妙) · 마(魔) 등의 말은 모두 같은 부류에 속한다. 빈(牝)은 아랫입술을 단단히 오므린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보면 뭔가 알 듯 모를 듯 다가오는 게 있을 것이다.

어느 학자의 말처럼, ‘모든 물건엔 스며들 수 있는 간격이 있으며 그곳으로 진입하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며 문(門)과 비슷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문(門) · 몰(沒) · 몽(夢) · 매(邁) · 모(冒) · 모(侔)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미묘한 작용으로 생명을 낳는 여성의 구멍을 신라의 고대어에서는 중원의 것을 본따 옥문(玉門) · 옥호(玉戶) · 단혈(丹穴)이라 불렀다.

중원 사람들이 그런 명칭을 사용한 것은 꽤나 점잖아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문(門)이나 호(戶)는 조여드는 근육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혈(丹穴)이나 붉은 구멍은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구멍을 뜻한다.

▲요초(瑤草) ; 미약을 만드는 원료

▲옥문(玉門) ; 여인의 성기를 표현하는 말로 수축력이 있음을 나타낸다.

▲단혈(丹穴) ; 여인의 성기를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동굴로 나타낸다.

▲옥어(玉魚) ; 옥어의 용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나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