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관념 속에 녹아든 ‘어제’
|
|
|
|
|
애기가들이 즐겨보는 잡지 ‘바둑’.프로들은 눈으로 대충 한 번 넘긴다.그런데 이번 5월호를 받아 본 필자의 눈에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아니,잡히는 것이 하나 있었다.특집은 대부분 별 것 아니기에 말할 것도 없지만 ‘바둑’이 실시하는 밀레니엄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감각은 놓칠 수가 없었다.
먼저 기보를 보자.흑1이 5월호에 실린 우리나라 애기가들의 감각이다.응모한 아마추어의 41.6%가 ‘내가 흑이라면 여기 두겠다’고 감각한,바로 그 자리.
필자의 눈은 왜 여기에 멈추었을까？
첫째는 우리나라 아마추어들의 감각이 상당하다는 것에 놀랐고,둘째는 역시 바둑이란 발전되어 왔구나！ 라는 감정에 젖어 멈추었다.기보의 흑1은 20세기 초까지 일본의 명인들도 거의 둘 수 없었던 감각.
바둑이 인류 역사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어언 2500여년.그동안 패러다임 혁명이 두 번 있었다.17세기 일본의 도우사쿠가 발견한 구조주의 패러다임.그리고 20세기 초 중국의 천재 오청원과 일본의 기재 기타니가 창안한 신포석 패러다임.그 두 개의 패러다임이 오늘날 우리가 두는 바둑을 만들었다.오늘 우리의 사유방식(思惟方式)은 그들에 의해 크게 영향 받았다.
특히 1930년대 신포석 혁명은 중앙의 가치를 발견한 것으로,사실 그 이후에야 흑1과 같은 감각은 비로소 세상에 등장하고 우리의 관념 속에 자리를 잡았다.모자(帽子)라고 불리는,중앙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그 감각.
이제 그 감각은 우리 모두의 자산이 되어 있다.‘바둑’ 5월호는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자그마치 41.6%나 그 수를 감각하다니！ 실력의 고하(高下)에 관계없이！ 21세기로 넘어온 지금,새삼스럽게 70년 전의 신포석 혁명을 되새기는 감회를 지울 수가 없다.
지난 수 천년 동안 중국과 일본,한국에서 아무도 착상할 수 없었던 그런 감각이 20세기 초의 신포석 혁명을 통하여 우리의 관념 속에 녹아들어 온 것이다.바둑에서도 우리는 ‘어제’의 아들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5.23)
|
|
|
|
|
|
|
|
|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