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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 그러나 기초가 튼튼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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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아이러니컬한 일본의 쇠퇴’라는 제하(題下)의 글을 본 난에 쓴 적이 있었다.세대교체의 실패가 그 원인임을 강조한 것이었는데,그 글을 쓴 직후 일본의 바둑전문주간지 Go Weekly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실은 편집도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내용을 보여주는 유익한 주간지라 자주 보는 편이다.그런데 그 잡지에서 - 아마도 필자가 일본의 쇠퇴라는 글을 썼기 때문이리라 - 그 날은 뭔가 다른 인상을 받았다.다름 아닌 묘수풀이에 대해서.
일본기사들은 묘수풀이를 참으로 잘 ‘빚는다’.그렇다.그 느낌을 재삼 갖지 않을 수 없었다.아주 깔끔하게 만든다.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묘수풀이에 비해서 품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기보를 보자.우상귀가 문제이다.흑선(黑先)으로 백 두 점을 잡는 문제이다.답은 시계 반대 방향.좌상귀를 보자.흑1에는 백2가 묘수.다음 흑A는 백B로 패.좌하귀를 보자.흑1에는 가볍게 백2 이하로 패.그러므로 답은 우하귀인데,흑1이 깜찍한 묘수로,귀의 탄력성을 적절히 살린 수이다.다음 백C에는 흑D,백E,흑F로 그만(흑1에 대해 백D로 받으면 흑C,백E,흑F로 넘어간다).
아주 간결하게 바둑의 맛을 보여준 문제라고 하겠다.아마 독자께서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이것으로 일본 바둑의 기초를 해석할 수 있는가 하고.오히려 모양감각의 세련됨이나 현대 바둑의 기초를 다듬은 그 동안의 포석 연구 등을 지적해야 하지 않느냐고.그 점도 물론이지만 묘수풀이 만큼 수 백년의 기초를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로 보건대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일본의 쇠퇴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아니 최근 성적이 나쁘다는 것이 곧 실력의 저하(低下) 때문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그 만큼 일본의 바둑은 탄탄한 기초와 저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저번에 지적하였듯이 바둑계의 구조만 약간 바꾸면 나뭇가지에 물오르듯 곧 살아날 것이 일본 바둑이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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