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런 모양도 있구나”未知와의 만남
|
|
|
|
|
봄밤 한 때가 천금과 같다는 동파(東坡)의 시구(詩句)가 아니어도,봄은 마음을 까닭 없이 울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나 보다.우울하다 못해 망연한 봄밤.그저 이 책 저 책을 밤 깊도록 뒤적여 본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바로 다음 기보.먼저 기보를 보자.가운데 X선은 9줄 바둑임을 표시하기 위한 구별선.기보를 보는 순서는 시계 반대 방향.
우상귀가 흑이 둘 차례로 곧 문제이다.좌상귀를 보자.흑A,백B면 백이 두 집을 이긴다.아래 쪽은 빅이 되니까.그러므로 흑은 좌하귀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좌하귀를 보자.흑C 치중에 백D 패 따냄은 필연.패감이 없으니 흑G까지도 필연이다.여기서 다시 우하귀를 보자.백 H치중도 당연.이 수를 I에 이으면 흑이 H에 두어 흑이 이긴다.그러므로 백L까지는 외길의 수순인데,이 모양을 눈여겨보자.바로 원래의 문제 즉,우상귀의 모양과 똑 같은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해답은 끊임없는 반복 즉,‘3패 빅’의 일종이다.누가 이 모양을 만들었을까?ARS electronica(1990,95쪽)에 실린 시볼라(M. Siivola)씨의 작품으로 참으로 대단하다.
서양인의 노력은 실력 향상을 위한 수법의 개발보다는 보다 간단하고 적확한 규칙의 개발이라든가,바둑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더욱 치중되고 있다.그리고 응용수학과 관련하여 바둑을 어떻게 정리(定理)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지 않다.좋은 일이다.관심이 다양하면 발전 또한 다양하리라.바둑이 동양 3국의 제한된 영역을 넘어선 것은 오래된 일.
그건 그렇고 다시 한 번 앞의 문제를 보면 정말이지 어떻게 창작하였을까?실력도 수준을 넘어서야 되지만 수많은 실패를 거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작품이다.바둑에 저런 모양도 있구나！ 필자는 그저 고마울 뿐.지루한 봄밤을 잠시나마 유쾌하게 만들어준 이러한 만남에 감사할 뿐.
승부하는 자 따로 있고,연구하는 자,감상하는 자,다 따로 있구나.
(문용직 프로4단 2002.04.18)
|
|
|
|
|
|
|
|
|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