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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세계의 승부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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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의 하나는 집중력이다.특히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그런데 프로도 인간.인간인 이상 집중력의 지속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그 한계를 어떻게 풀어갈까?
지난 3월 11일(월) 한국기원 2층에서는 LG기왕전 2차 예선이 열리고 있었다.LG기왕전은 세계대회라 대국료 또한 다른 기전보다 많다.그리고 본선에 올라가면 중국과 일본의 뛰어난 프로들과 한 판 겨룰 수도 있으니,한 판 한 판에 기울이는 모든 기사들의 열망이 상상을 초월한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점심 이후의 풍경 하나.몇몇 기사들이 자신의 바둑은 멀리 하고 다른 바둑을 구경하고 있지 않은가.그렇게 서성이다가 잠시 후 다시 자신의 바둑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는다.이제는 또 다른 몇몇 기사들이 자신의 자리를 뜨고.다른 기사들의 대국을 구경하고.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왜 그럴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기보를 먼저 하나 보자.J 9단과 K 9단의 그날 대국인데,K 9단이 흑1 이하를 결정하고 흑9,11로 끊은 장면이다.그리곤 K 9단은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2층 넓은 대국장을 마치 산책하듯 다닌다.그리고 산책 중 꽃구경하듯 다른 대국을 여기저기 관전한다.
왜 그럴까? 답은 잠시 휴식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집중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피곤한 것은 물론이요 생각도 멍청하게 된다.그 때는 휴식이 필요하다.그러나 언제 휴식이 필요할까? 좀 전에 보았던 기보를 다시 보자.흑9,11로 끊은 장면,바로 그 때 휴식이 필요하다.이제 흑이 고민할 대목은 지났다.백이 고민해야 할 순간.백A라면 흑은 B로 양분하여 싸우는 단 한 수의 장면.선택권은 백에게 넘어간 것이다.그렇다.바로 이 순간 흑은 정신의 휴식이 필요하다.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눈을 감든지,아니면 잠시 일어나 산책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든지.
단,쉬는 중에도 머리 속에는 바둑돌이 자신도 모르게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다른 바둑을 볼 필요가 있다.자신의 바둑을 잊기 위한 것이다.그래야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게 프로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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