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넓은 세상에서 놀아라. 귀는 좁다.
Home > 컬럼 > 문용직手法
넓은 세상에서 놀아라. 귀는 좁다.
2012-01-29     프린트스크랩
▲ 지구, '가장 큰 것은 테두리가 없다'라는 장자의 말이 생각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 전


귀와 변, 중앙을 어지 다루나

I. 도샤쿠 선생의 말씀, 그 뜻이 불확실한데

기성(棋聖)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도샤쿠 선생의 글, 그의 바둑 노래(棋歌 17手)를 보니 이런 말씀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표1.
--------------------------------------------------------------------
선(先) 바둑은 천하 양분의 세(勢)를 취하는 것이 좋고,
2점이면 상대의 세를 갈라서 두어라.
4점이면 중앙의 세를 고려하여, 앞뒤와 수순을 살피면서 두어라.
--------------------------------------------------------------------

무슨 뜻인가?

표2. 이런 뜻인가?
--------------------------------------------------------------------
선(先) - 서로가 큰 모양으로 대치하는 것, 즉 세분화는 아니다.
2점 - 세분화를 요한다. 이미 흑이 점거한 귀의 비율이 흑백 간에 3: 1이기 때문?
4점 - 중앙의 세력을 중시하라. 귀는 이미 先占 당했기 때문.
--------------------------------------------------------------------

만약 세분화를 요청하고 또 중앙에서의 세력 다툼을 중시한다는 뜻이면, 귀는 크지 않다는 것인가? 그런 듯도 한데 불확실하다.

좋다. 크지 않다고 하자. 그런데 귀는 왜 크지 않나?
직관적으로는 응고 현상과 싸움의 여파, 이 두 가지 주제 때문인 듯하다.


II. 변을 중시한 까닭은 - 중국 고대와 일본 중세

글 쓰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예전에 미처 생각을 크게 굴리지 못한 문제였건만 이리 저리 뭉치고 펼쳐보니 말이 약간은 된다. 지식의 발전이란 것이 이런 식으로도 나아가리.

지난 2005년 오로에 “접바둑의 하나 둘”을 연재할 때엔, 반상을 넓히는 방향으로만 글을 썼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한 듯 느껴졌다. 모르는 것은 자신의 이해 바깥에 있으니, 누구나 자신은 안다고 여긴다.

그 당시 다루었던 것은 충분치 못했다.
바로 이 말을, 그 언젠가 먼 훗날 다시 언급할 수 있을까.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보다 좀 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할 테니까 말이다.

오늘, 그 하나를 다룬다. 지난 2005년에 다루지 못했던 거 하나.
 

맞바둑에서 귀가 중시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17세기 중엽 정도에서야 비로소 귀가 변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의외라고 들릴 법하다.
중국 고대 바둑을 보면, 변을 중심으로 반상을 다루어나갔다. 귀보다 변 중심의 바둑을 두고 있었다.


      1도 (중국의 고대 바둑 초반은 그 언제나 이랬다 - 두칸 기준 돌 배열)

1도는 18세기 국수들의 초반이다. (백: 范西屛 흑 施襄夏)

반상의 흐름과는 별개로 서로가 돌 두 개를 엇갈리게 배석해두고서 바둑을 진행하는 것은, 곧 그것이 귀를 중시하는 증거가 아닐까, 의문이 온다. 그렇지만 배석은 귀의 근거 또는 집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동서남북 그 방향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수준의 이해에서 온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아니, 무엇보다 상징성을 생각해야 한다. 배석과 같이 상징적인 것이, 기껏해야 집이라든가 근거지라든가 하는 현세적인 논리에 자리를 양보할 리가 없다.

그럴 것이다.
증거도 없지 않다. 바둑을 둘 때면 귀보다 변을 중시하는 경향이 오랫동안 있기 때문이다.
중세 일본도 변을 중시한 점에서는 중국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애초에 반상이 19줄로 완성되려 하는 과정에서 화점 - 이것이 일본의 화점이든 고대 중국의 돌 배치이든 - 은 그려져야 했다. 아니면 반상을 인식하기가 꽤 힘이 든다. 그래서 황금률(golden section)을 따라 반상에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그려 넣었다. “바둑의 발견 2”에서 이에 대해서는 약간 다루었다.

잠깐! 황금률을 따라서?
그러면 조금 전 이야기했던, 동서남북의 관념 표시와는 다른 얘기잖아?
쏘리. 과연 그렇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냥 이만 넘어가면 아니 될까. 독자의 양해를 바란다. 어차피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호사가의 이야기 되기 딱 쉬운 주제이니, 그냥 문제점만 지적하고 또 약간의 그럴 듯한 신빙성 있는 주장만 제시하는 정도에서 넘어가겠다.


      2도 (중국의 화점 표시 - 대략 이런 정도 -알파벳 표시)

2도에서 알파벳 표시된 5개만이 고대 중국에서는 화점표시로 그려졌다. 17줄 바둑판에서도 그러했다.

잘 알다시피 중국의 반상 관념은 집이 아니라 돌의 사활이었다.
그래서 집과 근거지 중에서 근거지 개념으로 귀를 판단했던 거 같다. 귀는 돌이 거처해야 하는 그런 근거지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3도 (금화완도 金花椀圖 - 당나라 大中年間)

황제를 바둑으로 보좌하던 기대조(棋待詔) 멤버였던 염경실(閻景實 백)과 고사언(顧師言 흑)이 둔 바둑이다.

표3. 금화완도 설명
--------------------------------------------------------------------
초반 좌상귀 흑6은 A 건너가는 수를 노린 것. 중국 바둑에서는 연결에 대해서 그렇게나 민감하게 반응했다. 역시 현세에서의 전쟁 관념이 강하게 내재된 때문으로 본다. 그것은 하변 흑52 이하 백57까지의 진행을 봐도 알 수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우변 흑42도 있다. 백이 43 벌릴 여지가 있다면 굳이 연결을 막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당시는 그리 생각지 않았다.

지나쳤지만 백35는 대단히 예리한 맥점이다.
일찍이 중국 바둑을 해설하곤 했던 오청원 선생도 높이 평가한 맥점으로, 저런 맥점의 수준과 수읽기의 깊이와 넓이 등에 근거해서 선생은 중국 바둑의 수준을 현대의 명인 국수의 수준과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하변 백97 백99도 눈여겨 볼만한 뛰어난 수법이다. 흑이 105에 두면 백B 흑C 백104 흑D 백E 흑F 백G까지 흑이 잡힌다.
흑이 1집 이긴 바둑이다. 부분적으로는 대단히 흥미로운 맥점 많지만, 역시 현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

중국과 달리 중세 일본에서는 돌이 소목에 두어지고 있었다. 16세기 말 이전에 대해서는 알려진 기보가 없지만, 16세기에는 소목이 대세를 이룬 것은 분명하다.
화점에 두어진 기보가 없는 것이다. 화점은 19세기에 와서야 시도되었다.


      4도 (중세 일본의 변 강조)

 
(1647년. 백: 2世 본인방 算悅 흑: 2世 安井算知)
일본에서도 변은 중시되었다. 귀를 중시한 바둑 없지 않으나 대세는 변을 중시했다.
그것이 17세기 말 정도까지이던가. 대략 그렇다.

중세 일본에서는 외목도 많이 두었는데, 이는 귀를 버려두고 싸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연장인 듯하다.

이에서 보면 일본의 중세에는 - 16세기, 17세기 -  중국의 싸움 위주 바둑관과 일본의 집 위주 바둑관의 징검다리 정도가 일본 바둑을 지배하는 관념이 되었던 거 아닌가 한다.

일본은 중국의 바둑을 받아들여서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 방식으로 고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는 중요하다. 만약 일본이 중국의 바둑을 그대로 수입해서 관념도 그래도 받아들였다면 거의 절대로 일본에서 바둑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III. 변을 중시한 이유로 생각되는 것은

근거지

서로 다른 관념이다.
근거지는 돌의 사활에 관계되는 것이고
집은 돌을 부차적으로 보면서 집만 많으면 이긴다, 는 관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중세 일본에서 귀는 근거지와 집, 그 두 개의 관념 중간 쯤에서 반상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귀는 그 가치가 크게 요동했던 것이다.

가볍게 요약하자.

표4. 귀의 가치
--------------------------------------------------------------------
중국: 근거지로서
중세 일본: 근거지와 집의 중간
17세기 이후 일본: 집으로서의 가치 확인
19세기 일본: 화점 착점의 등장 - 집으로서의 가치 약화, 변의 가치, 중앙 가치 상승
20세기 신포석 시대: 귀와 변, 중앙의 가치 요동 - 전체의 시각에서 평가
20세기 중반 이후: 귀는 발전의 근거로서의 역할 강하다 - 중국식 포석으로 대표되다
--------------------------------------------------------------------

변이 중시되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전쟁에서는 공략이 중요하다. 즉 둘러싸야만 한다.
2) 귀는 두 개의 1선을 갖고 있다. 의외로 수가 많다.
3) 탈출 심리가 강한데, 귀보다는 변이 그 점에서 유리하다.

특히 2)를 생각해본다.

의외로 귀에는 변화가 많다.
앞서 금화완도(3도) 우하귀에서 흑이 귀를 중시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두자.



      5도 (대단히 튼튼하게 보이는 귀 - 고대에 가끔 등장한 형태)

이토록 튼튼하게 보이는 귀에서 수가 생긴다는 것은 참으로 - 일견해서 - 인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수는 생긴다. 그것도 무섭게 생긴다.


      6도 (귀 파괴의 수법으로 유명했다)

아기자기. 하하. 참으로 아기자기.

우상귀 변화에 대해서는 하나 더 첨가.
백7은 그냥 A 단수, 흑8 백B 정도가 여기 그림보다 좋은 듯도 하다.
백A 단수에 대해 흑C는 백D 이후 백10이 남는다.


다시 2)를 생각해본다.

귀는 1선을 2개 갖고 있다. 변의 하나에 비해서 하나 더 많다.
그런데 1선은 중립적이다. 그 언제나 중립적이다.

그러므로 일단 침입을 하게 되면 언제 그 1선이 상대방에게 돌아설지 예측하기 힘들다.
下手들께서 고생하신 거 돌이켜보시라. 그 얼마나 上手들이 뛰어 들어와서 괴롭히던가.
내집이라고 큰 소리 내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건 현대에서 프로들도 억울해 한다.


      7도 (프로들 바둑에서 가끔 등장하는 1선의 중립성)

우상귀 백3이 1선의 중립성을 이용한 묘착이다. 좌하귀로 귀착될 것을 예상한 프로들이 2-3집 손해보는 사건이 이래서 발생한다.
 

IV. 접바둑에서의 귀의 가치

뭐 이래.
접바둑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다는 “접바둑의 셋넷”이 뭐 이런 회고담을 다루나? 추상적인 논리를 더하면서까지 이런 고리타분 한 거까지 다루나?

약간 망설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뭔가 잘 아는 것 같지만, 그 연원을 잘 모르면 실제 안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프로들처럼 오랜 기간 이 바둑, 저 바둑 다 살펴보고 연구하면서 노력하면, 그건 이런 이야기 아니 들어도 충분히 반상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다르다.
개념이나 언어에 대해서 보다 유연한 자세 취하지 않으면 사실 제대로 아는 힘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안다는 느낌과 아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큰 것이다.

자, 앞서의 이야기는 맞바둑에서의 이야기.
이제 접바둑에서의 귀의 가치를 다루도록 하자.

이 글의 큰 주제랄까 강조점 중의 하나는, “반상을 넓게 열어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반상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귀를 가벼이 여기고 중앙을 중시 여겨라,
그런 지침 강조했었다.
上手든 下手든 그에 대해서는 다를 바 없지만, 접바둑에서는 특히 上手의 지침으로 권장하는 것이었다.

4점을 생각하면 이미 귀는 모두 흑이 선점해있다. 백은 귀에 대해서 아무런 소유권을 내세울 수 없다.

그러니, 백을 잡은 上手는 귀는 양보해야 한다.
물론 부족한 것이 귀하다, 라는 경제학적 논리에 서면 귀는 上手에게 부족하다. 그러니 더욱 아껴야 한다. 그런 이론 나올 수 있다.

귀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귀는 집의 가치가 있기에 - 집을 쉽게 만들기 쉽기 때문에 - 귀하게 여겨져 온 것이 맞바둑에서의 지침이었다. 그건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집이 귀보다 앞서는 개념임을 인식하자.
초점은 다음과 같다.

귀냐, 변이냐, 중앙이냐, 하는 것은 집과 세력의 상대적 조건 속에서만 그 가치가 정해진다.

그러니, 집과 세력 그 보다 높은 조건을 생각하자.
결론을 먼저 드리면 이렇다.

넓은 세상에서 놀아라. 귀는 좁다.

사실 그러하다. 맞바둑에서도 그러하다. 귀의 선호에는 집을 짓기에 좋다는 그 하나밖에 다른 이치가 없다. 물론 발전의 근거는 된다.


      8도 (귀는 발전의 근거가 된다)

8도에서 보듯이 굳혀진 귀는 변으로의 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변은 A와 B를 통하는 네모집. 좌변은 C와 D를 통하는 네모집.
여기서 많은 논리를 추론해낼 수 있다.
그 하나는, 변의 돌은 네모 얻는데 매우 힘이 든다는 것. 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들의 바둑에서 보듯이, 변화는 귀에서도 변에서도 중앙에서도 일어난다. 그 모든 변화는 서로 엮여져 있다.

그러므로 이런 저런 시각에서 다양하게 들어가보자.


전쟁의 이미지는 있다

그런 거 같다.
바둑에 대해 병법에서 이해되는 지침은 들어맞지 않지만
전쟁의 이미지, 병법의 이미지는 맞아들어간다.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과
그냥 그 세계를 유비시켜서 - 약간 비슷한 듯이 보이니까 - 대응하려는 것만 구별한다면,
고대 전쟁의  이미지와 일부 이해는 반상에 적용해도 맞을 듯하다.

이 시각에서 약간 들어가면, 白의 입장에서 귀는 흑이 선점한 곳.
백은 귀를 중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하게도 바둑은 19줄이라, 귀는 포기해도 충분히 백은 싸울 수 있다. 승부를 결할 수 있다.


귀는 가벼이 여겨도 좋다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이유들

1.
조금 전에 보았지만 귀는 지키게 해도 뒷맛이 많다.
하나의 귀를 지키려면 돌 몇 개가 필요할까?
2개? 3개?

화점에 돌이 하나 있으니 左右를 막으면 된다.
그러나 귀를 눈목자, 또는 日字로 지키고, 다시 또 하나 지킨 경우에도 뒷맛은 남는다.
上手는 그 맛을 노려야 한다.
충분하다. 그 여지는.

2.
왜 여지가 높은가?

1) 귀는 “2의一”의 급소가 암시적으로 알려주듯이, 일단 침입하면 비슷한 입장이 된다.
  두 개의 1선이 침입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작은 이득만 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2) 지키려는 마음이 일단 한 번 생기면, 시간이 지나도 더욱 좁도록 지키고 싶게 만든다.
  일관성, 이건 대단히 뿌리치기 힘든 논리적이고도 심리적인 요인이다.
  마음이란 것은 그런 본성, 또는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만들어진다.
  귀를 지키려는 초반의 태도는, 중반 이후의 돌 전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론 일관된 마음은 바둑에서는 한계가 있다. 마음은 전체의 산물.
  全局的인 이해가 부분을 무너뜨린다.

3) 귀를 주면 변을 얻는다.
  착수교대의 원칙. 이 때문에 귀를 얻으면 변을 양보해야 한다.
  귀를 주면 변을 얻고 주지 않으면 변을 얻기는 힘들다.
  귀와 변의 갈등 - 下手든 上手든, 그것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4) 귀의 집은 대략 15집. 4귀 합쳐도 60집.
 
1997년인가 표본을 얻은 적이 있었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 그 4명의 1류 기사들에 대한 통계치. 509국.

표5. 승패에 따른 수수(手數)의 차이
------------------------------
수수           215      224
흑일 때         승       패
백일 때         패       승
------------------------------

이리 읽는다.
흑일 때 이기면 그 때는 수수가 215수. 백일 때 패하는 경우의 평균 수수는 215수.

그러면 이리 된다.

흑이 귀를 지키는 노력을 하면 대략 귀 하나에 15집을 얻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근거는 아래 9도이다.


      9도 (귀 하나에 15집 - 적당하다)

 
그러면 흑은 - 4점 접바둑에서 - 한 판의 대국에서 60집 정도를 얻을 수 있다.
백도 60집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전체 361집에서 약간씩 제한다.
서로 따내는 사석도 있고 패도 있으며 공배도 있으니, 그럭저럭 맞추어진다.
다음과 같은 수식(數式)을 얻겠다.

361 = 120(60*2) + 220(215/2 + 224/2) + 남는 수(=21)

그렇다면 이렇다. 백이 60집 정도는 벌 수 있을 거 같다.
그 정도 얻으면 이길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슈코의 4점에서도 귀를 지키는 입장이 되는데, 귀는 15집 정도다.
더욱이 귀를 지키는 입장이 되면 - 15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 싸우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백은 싸우려 든다.
흑이 싸우지 않으면 수수는 짧아진다.
수수가 짧아지면 바로 앞의 수식(數式)에서 백이 얻는 집이 커질 가능성이 커진다.
싸우면 귀는 지킬 수 없다.

이런 이야기가, 귀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인상, 그 이상을 말해주는 듯한데, 어떨지 모르겠다. 딱 부러지게 얻을 수 있는 량(量)이란 게, 그리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그래도 반상의 현실일 것이기 때문이다.



      10도 (도세끼 中村道碩의 접바둑)

16세기 말엽의 대국으로 추정되는 바둑인데, 귀를 중시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귀를 너무 평가절하 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이런 경향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자.
대단히 볼 만한 맥점이 많은 바둑이다.
특히 우상귀에서 백179 이하의 수순을 감상하자. 개울에서 끊임없이 돌맹이 꺼내올리고 달 그림자 소소히 비춰지는 형상이다.
그 전에 좌변과 좌중앙에서는 흑이 대마를 살려나오는 과정에서 쌍방 멋진 묘수를 주고받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 나중에 - 해설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
 
비록 지금 보면 많이 부족한 것이 보인다 할지라도, 바둑이든 다른 무엇이든 하나의 기예(技藝) 분야에서 정점에 올랐던 사람들은 그 힘과 안목이 확실히 남다르다. 그것이 느껴진다. 여기 도세끼는 “수나누기” 를 제대로 발견했던 역사상 첫 번째의 인물로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바둑의 역사 다루면서도 이 양반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있게 추적해 본 적이 없다. 부족했음을 아쉽게 본다.


참고로, 접바둑의 활용에는, 그리고 그 승부에는 누가 제일 강할까.

표6. 패배하였을 경우의 수수
--------------------------------------------------------------------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백으로 졌을 때        234      231       194        198   
흑으로 졌을 때        245      234       206        202
--------------------------------------------------------------------

표7. 승리하였을 경우의 수수
--------------------------------------------------------------------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백으로 이겼을 때       216      231       231        226
흑으로 이겼을 때       201      213       245        219
--------------------------------------------------------------------

표6과 표7을 볼 때, 접바둑의 운용과 승부,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조훈현이 가장 강하다고 추측된다.

그것은, 접바둑은 다음 두 명제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1) 초반에 백은 공격해야 한다.
2) 끈질겨야 한다.

반상이 응고되기 전에 백은 공격해야 한다. 그것이 초반에 백이 공격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명제를 이끈다.
실제 명인 국수들의 접바둑을 보면 초반에 이르게도 공격에 나서고 있었다.



      11도 (명인 국수들의 초반 공격 - 보편적이다)


      12도 (오청원의 초반 - 백이 공격하는 방식)


그리고 끈질겨야 한다.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하는 자는, 인내밖에 믿을 것이 없다. 인내, 그것은 낙심하지 않고서 기다리는 것. 그 어려운 재능. 승부사의 다른 표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불리한 조건, 그것을 어떻게 명제로 만드느냐

남회근 선생의 “중국문화만담(中國文化漫談)”이란 책이 있다.
그에 이런 이야기.

경제(經濟). 經綸濟世.
인연 있으면 나아가고 아니면 물러서라.
판단할 힘을 갖추라.

인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그런 정서와 문화 감각 먼저 갖추라.
기상이 먼저다.
기상과 안목이 먼저다.

시사(詩詞)와 문화를 엮어가는 힘, 그런 관계 등등을, 연세 90에 이른 때 가볍게 중장년의 사회 엘리트들에게 강론한 것인데, 가볍게 읽으면 읽을수록 얻을 게 많은 책이었다.

그런 이야기인데, 바둑에서도 특히 접바둑에서는 그런 기상을 먼저 갖추어야만 할 듯하다.
접바둑의 불리한 조건.
마치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마주하는 조건만 같다.

경제학의 논리로만 본다면 접바둑에서의 귀의 값은 변한다.
예를 들어 치석(置石)이 많아질수록 귀의 가치는 작아진다. 부족한 것이 귀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접바둑은 일종의 제세경륜의 이치로 들어가야 할 듯하다.

재화 배분으로 가치를 다루는 것도 있어야하지만, 반상을 경영하고 경쟁의 과정을 중시하는 것도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반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개념들은 - 수수, 싸움, 수비와 공격, 일관성, 응고, 비율 등 - 쉽게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영역이자 개념이자, 현실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타개해 나가는가.” 그 보다도

“산만한 여러 현상과 문제를 어떻게 적은 명제로 좁혀갈 것인가.”
“지침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명제로 문제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같은 현상을 다루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순서는 있을 것이다.
지침은 안목에서, 안목은 곧 활달한 기상에서 크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이전 다음 목록
┃꼬릿글 쓰기
하이디77 |  2012-02-08 오전 12:55: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 상대로 바둑두는 수법이 결국 논리적으로는 이렇게 표현되는군요. 감사드립니다. ^^*  
용문객잔 |  2012-02-15 오후 4:09: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판에 기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빈 바둑판만 보이는데 제 컴퓨터가 잘못된 것인가요?  
용문객잔 |  2012-02-15 오후 4:34: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만 안보이는게 아니네요.
방금 오로 사무실에 전화로 확인...
ㅎㅎ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