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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강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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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가 입단한 것은 1986년.이후 그의 세계 1위는 요지부동이다.92년부터 세계대회를 석권하기 시작해 13번이나 우승한 이창호.세계가 이창호를 좇는다는 표현은 이미 진부하고 일본도 이창호를 세계 제1의 기사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토록 오만하던 중국의 1인자 마사오춘도 말이 없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말해주는 마사오춘 과 이창호 사이의 6승 23패.
그러나 반상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지난 9월1일 대전에서 열린 제5회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16강전에서 이창호가 중국의 3인자 저우허양(周鶴洋) 8단에게 불계패 당했다．이로써 이창호는 저우허양에게 3전 3패,승률 0%를 기록했다.그날 한국기원은 깜짝 놀랐다. 기사들도 모두 놀랐다.흑을 잡고,그것도 불과 124수 만에 불계패를 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반상의 승부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상대를 앞에 두는 바둑의 세계에서 절대란 있을수 없다. 이창호의 3패를 두고 아직까지 말이 많다.그러나 섣부른 판단을 할 필 요도 없다．더욱이 이 한판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이창호에게 대착각이 있었던 것이다.기보를 보자.이창호 의 흑(黑).흑1이 패착이다．왜 5로 젖혀 백을 잡지 않았을까.백8의 묘수를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흑9까지 된 결과를 보면,흑이 얼마나 큰 곤란에 빠졌는가를 알 수 있다.다음 흑은 a,b,c의 세수를 써야만 백을 잡을 수 있다.흑이 2에 이어 백을 잡으러 갈 수는 없는데,백D로 흑이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반면에 백은 언제나 백D,흑a,백E로 패를 걸 수 있다(참고로 흑7은 c로 두면 백을 잡을 수 있지만 백F의 끊김을 당하면 결코 견딜 수가 없다).흑1이 성립되지않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수다．이미 연구가 끝난 것이다.그런데 왜 그랬을까．
상대적 승부,그것은 언제 어디서 끝이 날 것인가!!
문용직 2000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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