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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이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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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6일 삼성화재배 8강전 조훈현과 조치훈의 대결. 승리는 조치훈에게 돌아갔다. 그로써는 오랜만에 세계대회 4강에 올랐고,몇몇 열성 팬들은 한국과 조훈현의 부진에 대해서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조훈현도 질 수 있다. 조치훈도 한때 세계 1인자 아니었던가. 승부는 돌고 도는 것. 언제나 이긴다면 그게 승부인가. 한국이 그렇게도 강한가.
사실 필자의 눈을 끈 것은 그런 외피에 있지 않았다. 주의깊게 들여다본 것은 그 대국의 초반이었다. 묘한 진행이 있었다.
우변과 좌변을 분리해서 보자. 우변이 바로 조훈현(백)과 조치훈의 대국이다. 백1 걸침에 흑2 협공은 드문 수. 아니 두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왜냐? 백3 이하로 우상귀를 누르고 우하귀 백17로 침입하는 수순. 바로 여기에 흑의 문제가 있다. 우상귀를 먼저 정리한 다음 백1로 걸치면 흑은 절대 흑2로 협공하지 않는다. 흑a 백b 흑c로 둔다. 그 다음은? 백d로 벌릴 수밖에 없는데 바로 그 방향에 초점을 맞추자. 백이 벌린 방향에 강한 흑이 자리잡고 있지 않는가? 우상귀를 전제하면 백1 걸침에 대해 흑2 협공은 중복이다. a가 옳다.
자,이제 좌변을 보자. 기성(棋聖) 도사쿠(道策)의 1670년경 기보다. 백1 흑2를 교환한 이후 백3 이하의 수순이 우변과 다를 바 없다. 여기서도 흑2는 이상하다. 좌하귀가 먼저 정리되었다면 백1의 걸침에 흑2는 A 백B 흑C 백D로 두어야 한다. 그러면 백이 불안하다. 백이 벌린 방향에 강한 흑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역(逆)으로 말해 흑2를 애초부터 두어서는 안된다.
자,이것이 도사쿠가 즐겨 쓰고 350년간이나 바둑을 지배한 수순과 중복,수나누기에 관한 이론의 대표적 사례이다. 조치훈은 몰랐을까? 그럴리가 없다. 조훈현이 자신있게 우상귀를 정리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론이란 무엇인가? 일반화된 설명을 이론이라 한다. 물론 완전한 이론은 없다. 그게 이론의 한계요 힘이다. 도사쿠의 이론은 여전히 설명력이 있다. 문제는 이번 조치훈의 시도에서처럼 흑2는 과연 가능한가? 그 점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없다. 따라서 필자가 볼 때 흑2는 좋지 않다.
부서지는 이론이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고 발전하는 반상을 보게 되리라.
(2003-10-23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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