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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자화상의 한 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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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다. 비슷한 연배의 기사들이 모였다. 뭐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점심이나 하자는 만남.
동료의식을 느끼는 그들에게 필자는 마음 편하게 말했다. 20대의 감각은 사라지고 승부는 멀어지고 후배들에게는 밀린다는 자괴감을 토로했다. 다행히 점심이라서 술은 없었다. 아니 있었어도 무방하리라. 한 잔의 여백이 깨진 마음을 추스르는 데 어찌 도움이 되지 않으랴.
옆에서 필자의 선배가 마음을 넓혀주었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경험을 왜 아끼지 않느냐고….
그렇구나. 필자는 프로구나. 프로가 되어 보았구나. 사회적으로 그럴듯한 박사도 해 보았으며 연애도 해 보았다. 첫사랑이 무너질 때 하늘에서 울리는 뒤통수 굉음도 들어보았고 책도 써 보았다. 그리고 여행도. 책은 홧김에 썼지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고,버클리의 영롱히 빛나는 숲에서 심신의 청명함을 느껴보기도 했다. 통영 앞 가거도에서 홀로 밤도 새웠으며,지리산 세석평전 달빛도 마셔 보았다.
달 비추고 별 새기는 시골에서도,악명 높은 도시 서울의 달동네에서도 생활해 보았다. 술도 누구 못지않게 마셔 보았다. 중국의 명주 마오타이,그것도 대륙이 오늘처럼 열리지 않은 10여 년 전의 맛을 보기까지 했으니….
좋은 선배와 후배도 있었으며,인정의 서러움도 당해 보았다. 까닭 없는 우울에 지치기도 했으며 마음에 빈 바람이 지나가기도 했었다. 영화를 보았고,연극과 춤에도 매료된 적 있었다. 소설도 시도 잡문도 많이 읽었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경험이 곧 세계를 넓게 열어주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 속에서 허덕일 때 그 경험은 우리를 일깨워준다. 경험이란 게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을….
그러나 바둑은 그렇지 않다. 그 고마운 경험을 어찌 모르랴. 다음 기보의 우상귀와 좌하귀 문제(흑선백사)의 답은 바로 옆에 있다. 흑1,3,5. 하시모토 우타로 선생의 문제로서 기막힌 수순이다. 멋진 세계구나.
(2003-10-16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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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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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의 글에는 늘 마음에 와 닿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그것은 제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에서 나오는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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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errot |
｜ 2003-10-23 오전 9:4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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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판 위의 한 귀 정도는 늘 비워두고 싶습니다.....존경하는 분들의 걸음을 보고 싶은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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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흥건한 승부의 세계를 산 꼭대기 하고도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바라보고 계시는군요. 승부사를 기대하는 저는 선배님의 글이 개운치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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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의 글은 늘 자괴감을 느끼게하는게 흠이란 말야!11 자신을 좀더 낮출수 업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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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소골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