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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바둑의 언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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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가. 안영길 5단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묘수풀이를 하나 받았다. 문제는 우상귀. 텅 빈 공간이 문제라고? 그렇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흑 돌 3개를 사용하여 살 수 있는 모양을 만드는 것.
필자는 자랑해야겠다. 문제를 받는 즉시 답을 찾았으니까. 답은 좌상귀. 이 모양밖에 없다. 어떻게 사느냐? 좌하귀를 보자. 백1이 예리하지만 흑2,4가 멋진 활로. 다음 백A는 흑B로,백B는 흑A로 산다. 백3을 A에 젖혀도 흑은 4로 이단젖혀 산다.
이 문제는 그 자체로 보면 즐거운 한 때에 그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을 넓히면 이런 문제도 그리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바둑에서 답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표현하느냐? 바로 그 문제를 함께 제기하면 말이다.
어느 수학자가 조언해 주었다. 19줄에서 이론을 얻기 힘들다면 반상의 크기를 7줄 또는 5줄로 줄이면 어떠냐고. 조건을 단순화시키면 실험하기는 쉬울 것이고 거기서 얻은 이론을 19줄에 확대 적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과학은 때로 그런 방식으로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얻는다. 다시 한번 보자. 우상귀의 백돌을 관념에서 제거하자. 5줄 바둑판을 연상하자. 그러면 먼저 두는 흑이 절대적으로 이긴다. 백은 돌 하나도 살릴 수 없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백을 살릴 수 없는가? 프로의 관점에서 답은 분명하다. 그렇다. 그러나 왜? 바로 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표현’이 어렵다. 그 답은 언어로써 기술(記述)되어야 한다. 그 언어가 그림이든 말이든 숫자든.
우하귀의 모양은 어떨까? 흑▲이 살 수 있을까? 프로의 판단으로는 무조건 죽는다. 주위를 둘러싼 백돌이 a까지 한 칸 더 넓혀져 있다면? 그러면 모른다. 일본에서도 1956년에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이런 작업이 무의미할까?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의미를 얻을까? 모르겠다. 직관과 경험을 표현하는 방식을 찾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바둑의 깊이는 2500년의 긴 세월 속에서도 인식할 순 있으되,그것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표현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3-08-28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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