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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을 이끄는 현실의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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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건축의 원리’(이윤화)는 읽고 싶은 책이었다. 문제는 차일피일 미루는 버릇. 그러나 동양 3국의 치석제(置石制)에 대해서 글을 쓰던 날 이제는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분명히 뭔가 들려줄 것 같았다.
흥미로운 사실을 간단한 추론과 함께 몇 개 제시하겠다.
상(商)나라의 궁전 평면도를 보면 4와 8이라는 우수(偶數)의 칸 수로 되어 있으며,주(周)나라 이후에야 기수(奇數)가 등장했다. 홀수의 바둑은 주나라 이후의 산물인가. 명13릉이나 자금성,아니 서울의 경복궁에만 가보아도 강렬한 중축선(中軸線)이 대칭을 가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중국의 정원에서 기이한 형상의 돌을 숭상하는 것은 전통으로서 그 기능은 자연 중에서 산의 축소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점은 돌을 상징으로 간결하게 사용해 하나의 우주적 질서를 집약하려는 일본의 정원과 구별된다.
정사각형의 형태는 유학(儒學)의 영향 너머 공자가 출생하기 전에 이미 전해졌다. 중정(中庭) 공간을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건물로 둘러싸는 형식인 사향(四嚮) 제도는 상(商)나라 이전부터 채용되었는데 이 관념이 돌 4개를 미리 놓는 중국의 치석제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감상은 지나친 걸까.
성시(城市) 계획상 격자형의 바둑판식 도로망 이외의 다른 방식이 중국에서 제안된 적은 없었다. 바둑은 이에 앞선 것일까,뒤선 것일까.
예(禮)는 건축의 내용을 모른 체하지 않는다. ‘건축이란 응고된 음악’이라는 말을 빌린다면 중국인 아니 인간의 공간감각이 지배적인 예론(禮論)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문화와 예(禮)에서 얻는 미적 감각이 바둑의 상상력을 넓히기도 하지만 제한과 질서 또한 주지 않겠는가.
사실은 추론의 힘을, 가설은 현실 이해를 돕는다. 추론으로 현실을 설명해보자. 반상의 화점 표시는 어떨까. 기보에 보이는 9개의 점은 일본의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가 쓰는 것이다. 조선은 꽃문양이었다. 일본처럼 선(禪)사상이 강조되면 문양은 단순할 것이고,유학의 예(禮)가 굳어지면 화려하지 않을까.
조선 순장기반의 꽃문양을 보여줄 수 없어 유감이지만, 다양한 반증으로 우리가 진실에 더욱 깊이 접근할 수 있기를.!
(2003-07-31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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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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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청]이른바 순장바둑의 계가방식은 황무지를 개간하여 밭을 일구는 과정을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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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둑 안쪽의 돌들은 물론이고 돌담이 무너질 곳만 빼고(단수되는 자리만 빼고) 모두 들어내서 경작지를 최대한으로 넓힙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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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딴지로 새로운 걸 배웠으니 이번에도 황당한 딴청을 올립니당~(은나라라 하지 않으시고 상나라라 하시니 예를 갖추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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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