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움직임이 요요로워지자 염선생은 그제야 품안에서 산(蒜)을 꺼냈다. ‘마늘’이다. 마늘은 사악한 기운을 몰아낼 수 있고 나쁜 기운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잠시 법술에 취했던 미실이 바른 정신으로 되돌아 온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무고(巫蠱)의 술법’에서 깨어나는 비방이 마늘이란 걸 알게 한 후 염선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의 마지막을 털어놓았다.

“스승님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내게 준 몇 가지 물건만으로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그것을 낭주에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나의 생각이오만 삼일산을 쓰게 될 때는 술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술을 이용한다는 건 타액(唾液)을 사용할 때 매끄럽지 않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여쁜 여인이라지만 뱉어낸 입침을 사용한다는 게 달가운 일인가. 염선생은 그러한 방법보다 미실이 술을 머금은 채 상대의 입 속으로 술을 건네주는 유흥(遊興)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는 하마도인의 가르침을 생각해 방법이란 걸 여러 갈래로 생각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의 입침(唾液)은 더럽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니 입침과 정액을 미실이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스승의 말을 빌리면 그것들은 먹음으로써 여러 기능이 활성화 되고 크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으로 그런 행위를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하마도인(蝦蟆道人)이 제자에게 전한 비방에 ‘추석(秋石)’이란 것도 있었다. 이것은 섹스를 모르는 남자 아이의 오줌이다. 그것을 정제해 설백색 분말로 만드는 것으로, 이것은 ‘무고의 술법’으로 지나친 섹스를 치러냈을 때 후유증처럼 다가서는 병증을 치료하는 비방이었다. 비방을 전할 때 하마도인은 그런 얘길 했었다.

“지나치게 합금(合衾)을 하여 몸이 수척해지거나 오랫동안 기침에 시달리며 눈이 혼미해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배가 팽창하며 숨이 차고 부대끼며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시리며 정액을 보관할 힘이 없어 유정(遺精) 증세로 새어나오면 ‘추석’을 써야 한다.”

비방약을 쓰면 양기를 용광로처럼 덮게 해 주고, 성기는 불에 달군 쇠방망이처럼 강건해지며 음(陰)을 도와 호르몬이 바닷물처럼 넘쳐흐르며 텅빈 뼛골을 채운다. 더구나 진기(眞氣)를 환원시켜 주는 것이니 고쳐지지 않은 병이 없을 정도의 약이다. <의학입문(醫學入門)>에도 크게 소개한 ‘추석’이 이럴 정도인데 타액을 이용한 처방은 어떻겠는가. 타액과 남녀의 정액은 아주 중요한 효능이 있는 것이다.

몸의 전체가 타오르듯 바글바글 끓으며 짜낸 듯이 고이게 된 타액과 정액을 ‘추석(秋石)’처럼 정제해 승화물로 만들려는 게 가능한 것인가? 또한 그것들의 스프를 먹었다면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가. 과연 옥영(玉英)이 특수하게 얻어진 타액과 합치돼 선화(仙化)의 효과가 생각하는 만큼 일어날 수 있는가. 과연 믿어야 할지 어떨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반신반의 하는 상태에 빠지고 있다. 염선생은 굳이 그것들을 설명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잠시 후 달이 뜨면 손님이 올 것입니다. 낭주께선 삼일산(三日散)의 독을 사용해 내 행동을 제어시키고 이곳에 있는 부자(附子)의 극독으로 나를 죽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극독을 먹는 순간은 낭주께서 판단하시면 알 수 있는 때입니다. 그리하여야 낭주께선 목숨을 구해 월성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

“부탁을 드릴 것은 칠사(漆蛇)란 젊은이를 만나면 그에게 이것을 주십시오.”

그것은 조그만 염랑이었다. 염랑 안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약간 도톰하게 일어나 있었다.

“그 염랑을 칠사에게 주면, 적당한 때 내가 그 사람에게 지시한 것을 들려 줄 것이오. 이곳을 찾아온 손님에게 그것을 말해 주시오. 내 부탁은 그것입니다.”

그는 도학(道學)을 수련하는 술사답게 책상다리를 한 채 눈을 지그시 즈려감았다. 그때 멀찍이서 말발굽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드잡이질 치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리더니 이내 치포관(緇布冠)을 쓴 마흔 살 가량의 사내가 들어왔다.

“아하하하하, 이보게 염구(炎鳩). 그 동안 가야의 왕주를 제조했는가?”

그는 움막 안에 들어서다 말고 눈을 똥그랗게 뜬 채 한쪽에 앉아있는 미실을 노려보았다. 이곳은 어느 누구든 출입을 삼가라는 ‘금역(禁域)’이었으므로 외인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스물도 안 돼 보이는 절세의 미녀가 좌정해 있는 데다 의당 자신을 마중할 것으로 보았던 염구(炎鳩)는 눈을 즈려감은 채 말이 없지 않은가. 그에게 다가가던 사내가 질겁하여 반걸음 남짓 물러섰다.

“아니 이 사람이!”

그의 눈길은 입가에 실낱같은 선혈을 흘리고 있는 염구의 창백한 얼굴에 붙박여 있었다.

▲산(蒜) ; 마늘

▲치포관(緇布冠) ; 벼슬아치 왕족들이 쓰는 천(布)으로 만든 모자. 왕족들이기 때문에 ‘관’ 자를 사용한다.

▲왕주(王酒) ; 가야의 유민이 만든 술. 나중엔 백제인들이 뒤를 계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