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에서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의미여서 어렵게 받아들일 상황은 아니지만 타액(唾液)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침’이라는 관념이 아니었다. 삼일산에 사용되는 것은 옥영(玉英)이라는 것으로 이것은 방사를 나눈 남녀의 혼합물이다. 염선생의 스승 하마도인은 그걸 직접적으로 설명하기가 난망스러워 ‘타액’이라 했을 뿐이다.

인간의 몸, 특히 혀 밑에는 화지(華池)라는 작은 샘이 있다. 이곳은 옹달샘과 같은 것으로 우리가 갈증날 때 솟구쳐나오는 작은 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화지’란 말을 쓰는가? 그것은 방사를 치르는 중에 인체의 에센스인 타액이 솟아나오기 때문이다.

보통 때의 침과는 전연 다른 물질이다. 방사를 나누면서 상대의 혀를 빤다거나 고인 침을 삼키는 건 남녀 모두에게 이로움이 있다. 그러므로 ‘영화로운 샘’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솟구치는 타액에 주문이 들어간 왕주(王酒)를 섞으면 그것을 만든 당사자만 알 수 있는 삼일산(三日散)이 형성된다. 물론 독의 효능도 사흘이 지나면 다시 사용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들은 바 있었으므로 염선생은 단순히 ‘침’과 ‘술’이라고만 했다. 중원의 선도에서는 ‘음액지음(淫液舐飮)’이란 말을 쓴다. <동현자(洞玄子)>에서는 이를 ‘옥정지음(玉精舐淫)’이라고 한다.

일흔 살이 다 된 동현자가 신선을 찾아가 옥영(玉英) 가루로 만든 새알떡심이 떠 있는 스프를 먹고 환골탈퇴(換骨脫胎)하여 젊은 처자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글자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후대에 신선도를 연구하는 이들은 ‘옥영’이 곤륜산에서 나는 옥의 정(精)이라 해석하지만 이것은 믿기어지지 않은 얘기다. 중국인들이 쓰는 비방첩(秘方帖)은 하나같이 묘한 전설과 해괴한 약 이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오장별론편(五臟別論篇)’엔 이런 구절이 눈길을 끈다.

“뼈에는 수(髓)와 맥(脈)이 뇌 속에 모이므로 ‘정수(精髓)의 바다(髓海)라 한다.’

수(髓)는 뼈의 에센스인 정액으로 이것을 저장하는 탱크다. 또한 혈관을 나타내는 맥(脈)은 혈액의 탱크다. 혈액은 뇌 속에 모이므로 뇌를 가리켜 ‘정수의 바다’라 한다. 현대의 해부학을 참조하면, 뇌에는 혈액 총량의 3분의 1이 올라온다고 증명한다.

흥미로운 일은 이 정수(精髓)가 혀 밑에 모여 하나의 못(池)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화지(華池)’다. 화지엔 두 줄기 구멍이 있고 이곳에서 쓸개로 통하는데 그 구멍을 염천(廉泉)과 옥영(玉英)이라 한다. 성의학에선 간(肝)을 ‘피의 바다’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혈액이 모이는 탱크라는 말이다.

서양에선 이 부분에 대한 의문, 즉 ‘간은 혈액의 탱크다’라는 부분을 납득한 것은 1세기가 넘어 보이지만 동양의 성의학, 이른바 한방에서는 수천 년 전에 인체의 생리학을 말했다. 즉, 간(肝)에 대해 쓸개(膽)는 부부와 같다고 설명한다는 점이다.

혀 밑엔 쓸개와 통하는 두 개의 파이프가 있는데 ‘혈액의 정수’와 ‘뇌수의 정수’가 그것을 통해 한자리에 모아지는데 그게 타액(唾液)이다. 타액이야말로 인체의 에센스인 것이다.

이러한 입침(唾液)을 먹으면 젊어지고 오래 오래 산다. 그런데 섹스를 나누면 온 몸과 마음이 극도로 달아오르고 타액은 최고의 고농도(高農度)가 돼 조금씩 흘러나와 고인다. 바로 이것을 섹스를 통해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이것은 인삼이나 녹용을 압축시킨 것에 비할 수 없다.

우리가 늙어가는 그 시점에서 젊음으로 되돌아가는 생명의 물줄기가 섹스를 나누는 상대방에게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의 성의학에선 ‘40세가 넘으면 방중술을 알아야 한다’고 했고 그 중 하나가 섹스를 통해 상대의 타액을 먹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선도(仙道)의 기록이다. 그에 의하면 입침(唾液) 못지않게 남녀의 정액화합물 역시 생명수라고 이른다. 정액도 서로 간의 흥분 상태에서 인체의 에센스가 타액처럼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성의학에선 이것들을 먹을 경우 능히 2백 세의 수명을 보장한다는 단서가 붙는데 우리 몸이 우주의 축소물(人身其小天地)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종교적인 해석도 거든다. ‘타액’과 ‘정액’을 감로(甘露)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감로란 게 뭔가? 불교식 용어로 생명수다. 남녀가 법도에 맞게 성행위를 했을 때 흘러나오는 물질이 감로란 사실은 의원이 뜻밖의 치료약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비밀약’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섹스라는 노동행위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감춰야 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성행위가 올바르다면 굳이 배우지 않았어도 장수를 누린다는 것은 비밀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하마도인은 이것을 알았기에 염씨 성을 쓰는 그의 제자에게 삼일산(三日散)을 제조하는 비법을 일러주었고, 그 독을 풀어헤치는 제독(制毒)의 비법도 들려주었다.

  ▲선도의 고전에 ‘음액지음’ 또는 ‘옥정지음’이란 말이 있는 건 타액과 정액을 나타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