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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줄의 반상이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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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건 언제나 그렇듯이 나와는 별개로 제멋대로인가 보다. 문득 잡아든 그림 하나가 이 생각 저 생각을 거품처럼 떠올린다.
지난 밤 ‘바둑’ 3월호를 펼치려다가 무의식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공간지각-“아,이거 19줄이구나!”-이 그 출발이었다. 3월호엔 노란 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제주도를 흐린 배경으로 삼아 원근(遠近)을 살린, 한복 입은 모자(母子)가 바둑을 즐기는 장면이 표지화로 등장하였다. 오늘 기보는 어머니가 흑 돌 하나를 반상에 막 놓으려는 순간을 잡은 것이고.
순간 필자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세 가지. ‘어떻게 19줄이 한 눈에 들어왔을까!’라는 것과 ‘반상이 아름다운 이유’를 다시 생각한 것이며,그리고 ‘나는 바둑을 두면서 왜 마음이 차분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었다.
먼저 첫째의 답. 돌을 동반하지 않은 채 단순히 바둑판만을 덩그러니 그려 넣으면 반상의 줄이 몇 개인가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돌과 돌이 적절한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반상의 줄마저도 선명하게 인식된다. 바둑은 가로 세로 19개의 선(線)만으로도 성립되지 않고 돌만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반상이 아름다운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돌이 선 위에 놓여져 생명을 꽃피울 때에야 반상에도 비로소 생기가 살아난다. 홀로 존재하는 건 의미가 없다. 씨줄과 날줄로 엮인 격자(格子)무늬의 단순성과 나무가 주는 소박한 평면의 질감이 반상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줄로 알았건만….
마음이 차분하기 어려운 이유는 돌이 많아지면 흑과 백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즉 흑백의 높아지는 밀도로 사회적 공간이 줄어든다. 그 결과-바둑은 흑백의 전쟁 모형이기에-동물심리학자 헤디거(H. Hediger)의 개념을 빌리면 도주(逃走)거리가 위협을 받게 된다. 당연히 마음이 급해진다.
아마, 바둑의 모형이 전쟁이라는 점과 도주거리의 개념은 바둑의 선(線)이 홀수인 까닭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듯도 하다. 물론 반문이 당장 따른다. 체스는 가로 세로 8칸이지 않느냐고. 그래,그건 언젠가 다시 다루자.
오늘은 그냥 그저 이 생각 저 생각…. 아,대국이 끝난 후의 반상은 어떨까. 비바람 그친 개인 하늘과 같을까. 가을이 지나간 깨진 들녘과 같을까.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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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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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ltd |
｜ 2005-09-06 오후 11:3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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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카트리나가 지나간 미국 루이지니아 같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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