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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아마추어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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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이야기로, 프로는 아마추어의 손놀림만 보아도 실력을 알 수 있다 한다. 사실이다. 초보자의 손맵시는 누가 보아도 어색하다.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는, 편하고 아름다운 자세도 처음에는 어려운 것.
아마추어의 실력을 진단하는 것으로는 더 정확한 방법도 있다. 모양을 보아 알 수 있는 것이 실력. 프로는 지나가다 곁눈질만 하여도 아마추어의 실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돌이 어느 정도 힘있게 놓여있는가를 본다. 프로의 착점은 비록 선(線)과 선이 만나는 점(点) 하나 하나에 정좌(正坐)하지 않더라도, 싸웠던 곳에는 세찬 물살을 만난 듯 부딪치고 씻긴 흔적이 남아 있고, 타협한 곳에는 흑백이 가지런히 물러나 있다.
사실, 바둑판이 한 번 흔들려 돌이 움직이면, 아무리 돌을 바르게 다시 배열하더라도 반면에서는 힘이 빠져나간다. 대국자의 정신에도 공허가 생긴다. 비뚤게 놓이더라도 혼이 담긴 착점이 아름다운 것.
다음 기보는 지난 주 바둑TV에서 본 것인데, 흑의 급수가 1급 정도 아닌가 느껴진다. 우선 반상에 놓인 돌들의 힘에서, 백에 비하여 흑이 나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우변 흑이 사는 과정에서 우상귀가 다쳤는데, 백(△)의 모양이 너무나 효율적이다. 좌변 흑 돌(△)도 A에 있다면 '모양'이나, 실전은 틀이 맞지 않는 자리에 놓여있다.
다만 좌변 흑이 이단젖힘한 모양에서(흑'가,' 백'나'를 교환하지 않는 것이 정수.) 바둑책을 상당히 보았음을 짐작할 수 있고, 좌상귀 모양이 정석인 것도 좋다. 또 우상귀, 우하귀, 좌하귀에서 흑의 굳힘이 날일자임을 볼 때 최근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견실한 바둑임도 알겠다.
과연 잠시 후 화면에 나오는 자막을 보니까, 아마 3단에 도전하는 분의 바둑이었다. 불가(佛家)에서는 깨달은 사람만이 깨달음을 점검할 수 있다는데, 틀림이 없으리라. 필자 정도의 실력으로도 돌이 놓인 모양, 대국 자세, 말 한마디로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데, 하물며... .
(문용직 프로5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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