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은 세상의 모든것에 관심이 많았다. 얼마전 발굴 번역된 면양잡록(당진문화원역) 면양잡록에 '금인(金人)'이란 글이 관심을 끈다. 박지원은 불교와 승려에 대한 좋은 인식을 보여주지 않지만 이 글에서 불상의 근원을 보여준다.

곽거병(霍去病)이 흉노(匈奴)를 공격하여 흉노의 휴도왕(休屠王)이 하늘에 제사지낼 때 사용하던 금인(金人)을 얻었으니, 이는 후세의 신주(神主)와 같은 것이다. 김일제(金日磾)는 휴도왕의 태자로 어머니와 함께 포로가 되어 중국에 들어와서 마침내 김(金)으로 성을 삼았다. 그러나 금인은 본래 유래가 있다. 월왕(越王) 구천(勾踐)이 범려(范蠡)의 형상을 금으로 주조했고, 진 시황(秦始皇)이 병기를 녹여 금인 12명을 만들었다. 한(漢)나라 명제(明帝)가 꿈에 금인을 보고는 감숙성(甘肅省) 임조(臨洮에 사람을 보냈으니, 불교의 경전과 형상이 처음 중국에 들어왔다. 실제로는 범려의 동상, 진나라 조정에 서 있던 금인, 곽거병이 얻은 금인 등은 모두 중국 불상의 조짐이다. 하물며 진나라는 서방 융적(戎翟)에 속하는 나라이니 목공(穆公) 때 이미 이런 방법이 있었다.

(祭天金人 . 霍去病擊㐫奴, 獲休屠王‘祭天金人’, 蓋似後世神主. 金日磾, 休屠王太子, 而子母被虜入中國, 遂以金爲姓. 然金人, 本越王勾踐鑄金, 像范蠡; 秦始皇銷兵, 作金人十二. 漢明帝夢金人見臨洮 佛之經像始入中國. 其實范蠡之像․秦庭之立․冠軍之獲, 皆中國像佛之兆, 而况秦是西方戎翟之國, 穆公時已有其法). (면양잡록)

이 속에 김일제가 보인다. 이 사람은 흉노의 왕자로 한무제에 투항하여 김씨(金氏) 성을 하사 받은 사람으로 신라김씨, 다시말해 경주김씨 시조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인물이다. 박지원은 김일제가 경주김씨 시조와 연관된 인물인지 까지는 알지 못했다. 경주김씨가 김일제와 관련된 단초는 박지원과 동시대 사람인 홍양호( 洪良浩1724-1802) 가 제공 했다.

영조임금 때 경주부윤이었던 홍양호는 경주읍내의 밭고랑에서 나온 반파된 비석을 보고 탁본을 하여 내외에 소개를 했는데 이것을 청나라 고증학자가 보고 해동금석원에 채록한다. 그리고 이 비석은 다시 사라졌다가 1961년 경주 동부동에서 다시 발굴된다.이 비문은 신라 문부왕의 비문으로 밝혀졌고 내용에 '우리 김씨의 시조가 투호왕의 아들인 김일제다' 하는 내용이 있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내용을 증거하는 자료가 중국에서 다시 출토되었는데 ‘대당고김씨묘지명’으로 김씨는 9세기 당나라에 살던 신라인으로 자신이 '경조(京兆) 김씨로 조상이 김일제다' 표현하고 있다. 경주를 경조라 표현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7세기 신라유물인 용강동 6호분에서 253개의 바둑돌이 출토되었다. 이보다 앞선 천마총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바둑돌이 나왔는데 학계는 아직 바둑돌인지 확증을 못하고 천마총 출토분만 가능성이 있다 보고가 되어 있다. 그런데 필자가 10년전 지면에 처음 소개한 황남대총 출토 바둑알도 253점으로 우연으로 치부 하기에는 특이하다.

용강 6호분 출토 유물은 ‘경북대문화연구원에’서 수년 연구를 거쳐 바둑돌이란 확증을 했다. 이로서 7세기 바둑유물이 한국문화사에 실물로 등장한다. 고증된 우리의 바둑유물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발전한다. 깨진 비석 파편의 등장과 이를 수집한 홍양호 탁본을 보고 책으로 출간한 청나라 학자 ‘유의해’와 평소 김일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박지원등의 학구열이 모여 불가사의한 퍼즐을 조립해 가는 것이 역사다. 용강동 6호분은 당시의 지배층인 김씨의 무덤일 것이다. 그는 평소에 즐기던 바둑 기물을 죽어서도 무덤으로 가져갔다. 오늘 이 바둑돌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